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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어감상 '비정규직' 보다는 '비정형 근로직'…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소식 늘어나도 매년 비정규직 비율 증가 '아이러니'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0.02.05 08:25:32

[프라임경제] '비정규직'이라는 단어 속에는 '정규직'에 '非(아닐 비)' 자를 더해 비정상과 같다는 차별적 의미가 내재해 있습니다.

10년 전 오늘인 2010년 2월5일 고용노동부는 정책이나 법령 용어 중 난해하고 낯선 용어들이 정책에 대한 인지도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용어 순화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2009년 10월부터 정비대상 용어 107개를 우선 선정했고, 더 많은 용어발굴이나 대체어 개발을 위해 2010년 3월부터 전문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키로 했는데요.

임신, 출산, 육아, 가족 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을 뜻하는 '경력단절 여성'처럼 경력단절이 뜻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아 혼선을 주거나 의미가 모호한 용어.

정규직에 속하지 않는 계약직, 일용직, 임시직 등의 고용 형태를 의미하지만 '정규직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집단'이라는 부정적 가치 확산하고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 등이 정비 대상 용어로 선정됐습니다.

비정규직 관련 용어의 개념 체계. ⓒ 고용노동부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10년이 지난 현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만 들어가 봐도 '비정규직' 이나 '경력단절 여성' 등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죠.

당시 노동부는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에 위탁해 '정책 및 법령용어 순화 방안 연구'를 주제로 2010년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비로 4000만원이 쓰였고, 이후 연구 결과대로 정비된 용어들이 공개됐는데요.

연구 결과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는 최종 정비안으로 '비정형 근로직'과 '유연 근로직'이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연구에만 그쳤을 뿐 실제 사용되진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의 경우 최종 보고서에 부정적인 어감은 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근로조건이 개념화돼 파생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굳어진 사회화된 용어라는 점에서 새로운 용어로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을 부정적이지 않은 용어로 바꾼들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받는 처우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도로공사 직접 고용 요구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 ⓒ 연합뉴스

2007년 현대자동차의 경우 용어 순화를 이유로 '하청'을 '협력사'로 바꿨는데요. 당시 정규직 노동자와 비슷한 강도의 업무를 하면서도 처우는 현저히 떨어지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를 달리 하는 게 아니라 용어만 순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습니다.

2019년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 우리나라의 근로자 중 약 748만명은 비정규직에 속해 있습니다. 전년 대비 87만명이나 증가했는데요. 이는 전체 노동인구 중 36%에 해당하는 비율입니다.

반면, 정부는 지난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작년 말까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비정규직 19만3252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500대 기업에서 3만명(1.9%) 이상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했는데요. 언론에서는 매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정규직 채용 늘린다'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매년 비정규직 비율은 증가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죠.

비정규직은 과거 미국에서 정해진 근무시간 없이 자유롭게 일하며 높은 소득을 올리는 프리랜서, 전문직 등을 의미하는 용어로 부정적인 인식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적은 임금과 부당한 처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 형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기간제, 단시간 근로자가 임금, 상여금, 성과금,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규직 근로자와 차별 받을 경우 시정신청 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놨습니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 보호를 목적으로 다양한 법을 제정해뒀는데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이 법을 활용해 고용주에게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차별적인 처우를 보고도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직장 내 또 다른 불이익을 우려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이것이 비정규직의 현주소입니다.

향후 정부는 좀 더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마련해 '비정규직' 이름 바꾸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도 눈치 보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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