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도 전자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영역답게 치열한 한 해를 보냈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과 함께, 이를 알아주는 이들이 국내외에서 나타나기도 한 점은 우리 경제 상황에서 특히 고무적인 소식이다.
첨단산업의 집약체가 신제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게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이라 용호상박의 각축전을 지켜보는 것 역시 사람들의 흥미를 돋운다. 다만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소모전으로 흐르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가 뒤따른다.
◆움츠렸던 반도체, 이제 뛰어오를 일만 남았다
미·중 무역전쟁의 먹구름이 한 해 내내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한 해였다. 여러 영역에서 피해를 입었지만 특히 반도체는 불경기로 인한 공급 부진 여파로 어느 때보다 힘든 때를 보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로 움츠린 한 해였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이런 위축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술 스타트업이나 인공지능(AI) 및 양자컴퓨팅 기업 등 첨단 미래 먹거리에 여러 차례 지분 투자를 진행하며 의욕과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를 보여 주목을 끌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올들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33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키로 했다.
때마침 연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직전에 극적 타결을 연출하고 반도체 사이클 역시 바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반등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BNP파리바는 17일자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업황 회복을 전망하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에서 '비중확대'(overweight)로 크게 높였다. 특히 BNP파리바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사이클의 순환적(cyclical) 조정 국면이 끝나가는 조짐을 보인다며 "한국 경제를 뒤흔들던 순환적 역풍이 완화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메모리 가격 안정화와 D램·낸드 재고 정상화, 5세대 이동통신(5G) 수요 증가 등을 발판으로 기술 하드웨어 분야가 기업 실적 회복을 이끌 것으로 관측했다.
◆폴더블폰과 5G 덕 보면서 모처럼 힘내는 모바일
한국 전자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도 2019년을 의미있게 보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실적이 견조할 뿐만 아니라 LG전자도 모바일 적자폭이 대거 줄었다는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폴더블폰과 5G폰을 필두로 한 새로운 역동성으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9'에서 디자인 콘셉트를 선보였던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 드디어 일반에 공개돼 세간의 화두가 됐다.
최초 정식 출시를 앞둔 지난 4월 미국에서 디스플레이와 힌지의 결함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제품들을 수거해 철저한 분석과 테스트를 거쳐 디자인과 내구성을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갤럭시 폴드는 세계 30여개국 시장에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았다.

LG전자가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V50 싱큐 5G를 공개했다. ⓒ LG전자
LG전자(066570)도 'LG 듀얼 스크린'을 내놨다. 탈착이 가능한 액세서리 형태로 폴더블폰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인데다 멀티태스킹 등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5G 열풍 역시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 활기를 더한 특급 공신이다. 4월3일자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 국가가 됐다. 각 제조사들이 5G 단말기를 선보이면서 5G 무선통신에 대한 열기와 관심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고스란히 치환될 수 있었다. 기존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전송 속도를 지원하는 꿈의 통신 시장이 전자시장 성장에도 모멘텀이 돼 준 것이다.
◆8K TV 전쟁, 삼성 vs LG 갈등 2020 재점화 가능성
TV 시장의 근래 화두는 단연 8K다. 북미 시장의 수요가 오는 2021년 40%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등 아직 선진국 위주의 아이템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8K 방송 등으로 글로벌 전반에 8K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 가전 메이커인 삼성과 LG 양측이 자존심을 걸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였다.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9'에서 '삼성전자 8K QLED TV는 8K가 아니라 4K'라는 취지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LG전자 8K TV와 비교 시연 등을 하면서 '국제 규격' 문제를 조명한 것.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의 '디스플레이표준평가법' 화질선명도(CM) 기준을 근거로 삼았다. 가짜 8K 논쟁을 격발한 셈이다.
삼성 측도 격렬한 반격에 나섰다. LG 제품에서 일부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시연하는 간담회를 연출했다. LG전자의 8K TV는 8K 영상 재생조차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LG의 약점인 번인 이슈를 적극 띄운 광고로 정면 공세를 벌이기도 했다.

LG전자는 8K 논란 와중에 빚어진 화면 논란에 대해 외부 장치 제공으로 이를 해결하기로 했다. 사진은 유튜브 영상 구동 시연을 하는 관계자 모습. ⓒ LG전자
이 갈등은 잠시 소강 상태지만, 여러 이야깃거리와 추가 화두를 남겼다. 우선 '점잖던' LG전자가 이전과 달리 치열한 공세 전략을 폈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평이 나돌았다. 특히 이 전쟁은 OLED와 QLED 등 각사의 미래 전략이 얽힌 자존심 싸움 문제라는 점에서도 이야기가 복잡미묘하고 간단히 마무리할 수 있는 다툼이 아니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그래서 내년에 다시 격돌이 재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LG전자는 내년에 출시하는 모든 8K TV에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8K UHD' 기준 부합 인증 로고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CES2020에서 QLED TV의 우수성을 과시해 승기를 잡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연초부터 다시 TV 전쟁 재점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세척 결함' 의류 건조기 논란 돌파 택한 LG, 뒤에서 웃는 삼성?
의류 건조기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소비자 불만이 폭주해 골머리를 앓은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자동세척 기능 불량으로 제품에 먼지가 쌓이며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지적이 쏟아졌고, 결국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됐다.
분쟁 수습에 나선 소비자원은 8월 말 시정권고를 내렸으며, LG전자도 무상수리(성능 개선 무상서비스)를 해주기로 하는 등 대응에 골몰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분쟁이 가라앉지 않았고 소비자원은 다시 위자료 지급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LG전자는 이 같은 위자료 지급 결정 부분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소비자원의 지급 결정은 권고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LG전자는 건조기의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이 가닥을 잡았다.
가전 명가를 자부해 온 LG전자로서는 현재의 소비자원 결정을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잘못이 명확하지 않은데 굽히면서 위자료를 지급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의류 건조기 시장에서 LG가 자동세척 관련 논란을 겪고 있다. 이런 국면이 길어지면서 결국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2019 한국전자전에서 삼성 모델들이 그랑데 건조기를 소개하는 장면. ⓒ 삼성전자
다만 이 같은 갈등 상황에서 삼성만 '표정관리' 중이라는 지적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기준 LG전자의 국내 건조기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었다고 추정하는데, 자동건조 기능 논란으로 소비자 불만이 본격화한 후 시장 점유율에서 큰 손실이 있었다는 것. 삼성전자는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월 국내 건조기 판매량에서 삼성 건조기 그랑데가 점유율 50%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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