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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은나노 세탁기 사례 보니…소비자원 논리 허점찾기 LG도 골몰할 듯

[소비자원 vs LG, 건조기 2라운드②] 전체적으로는 기업 자존심과 마케팅 효과 등 융합한 대응, '시장과의 대화' 문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12.20 09:12:59

[프라임경제] LG전자(066570)가 '자동세척 기능 논란'이 붙은 의류 건조기를 전부 무상 리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향후 대응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자동세척이 대세'라는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LG전자가 이번에 내놓은 이 무상 리콜 방침은 지난 달 20일 한국소비자원이 내놓은 위자료 지급 권고를 사실상 거절하는 것이다. LG전자가 소비자 1인당 10만원 지급이라는 소비자원 조정을 수용하지 않은 데에는 이 안을 수용하면 사실상 그간 팔아온 건조기 소비자 전반으로 지급 규모가 확장될 수 있다는 불만이 자리잡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전자제품 명가로서의 자존심상 수용이 어렵다는 문제도 작용한다. 소비자 카페 등에서는 "의류건조기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자발적 리콜을 실시해 고객에 대해 진정성 있게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는 LG전자의 표현에 불만을 폭발시키는 모습이다. 

하지만 해당사에서 이 같은 표현을 고집하는 데에는 바로 이 대목이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소비자와 해당사간 시각차가 아닌, 소비자원과 해당업체의 입장차)라는 문제가 깔려 있다는 분석에도 설득력이 전혀 없지는 않다.

소비자원 비약적 발전…그동안 기업 불만도 커졌다?

1987년 정부가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해 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한 후, 30년 넘는 시간 동안 조금씩 변경되던 명칭과 함께 소비자원은 그동안 비약적인 성장과 변신을 거듭했다. 

소비자원의 움직임에 따라 기업은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소비자원과 기업 사이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긴장이 존재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위자료 권고에 1년 H&A 부문 영업이익의 10% 가까이가 지출될 위험에 처할 가능성에 직면한 LG전자가 그 방증이다. 

한편, 법적 구속력이 아닌 사실상의 힘만으로 기업을 힘들게 한다는 시각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결국 '실제 소송'으로 가서 해결하자며 법원으로 가는 분쟁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 중 주로 기업체의 선택이 이런 시각에 바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분쟁 조정 제도가 시행된 이래, 조정이 성립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 10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표) 

식품 등 위해우려 사안에 필수적인 분석 시료 채취권에 법적 강제력을 부여(거부시 과태료 등)하는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이 금년 새롭게 마련된 바 있지만, 법적 허점 때문에 업체가 거부를 해도 실제 과태료 부과 등을 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원으로서도, 기업으로서도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원의 권위를 키울 것은 결국 확고한 공신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경우 기업들로서는 공신력과 전문성에 100%  압도돼 부담을 짊어지기는 어렵다.

삼성 은나노 세탁기 사례 보니…소비자원 판단에 논리적 공세 주효?

소비자원도 신이 아니다 보니, 완전무결한 일처리 결과를 매번 자랑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1997년 1월 소비자원과 풀무원은 두부의 유전자조작(GMO) 성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풀무원 두부에서 GMO 성분이 검출됐다는 시험결과를 소비자원이 발표한 데 대해 풀무원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소규모 두부업체 14곳도 소송 레이스에 동참했다.

풀무원은 당시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체 검사 결과 두부에서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는데도 소보원이 잘못된 분석법(정성분석)으로 나온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2003년 5월 양측 합의하에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종결됐다.

삼성전자(005930)도 소비자원과 불편한 구도를 형성한 바 있다. 2005년 소비자원은 삼성의 은나노세탁기의 효능에 대해서 과장광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조치를 요구하면서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다. 하지만 1년 후 공정위의 광고심의위원회에서는 '혐의 없음' 판단을 내렸다.

소비자원은 드럼세탁기 성능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은나노나 스팀 기능이 제균 효과와 큰 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기반에 과장광고 여부를 조사 의뢰한 것. 

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달랐다. 당시 소비자원은 모든 드럼세탁기는 제균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은나노 세탁기만이 살균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과장된 광고라는 기조에서 판단했지만, 공정위측은 언론에 "삼성전자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받은 테스트 자료를 보면 일반 드럼세탁기는 제균 효과가 있다고 볼 때 은나노 세탁기는 제균과는 다른 살균 효과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혐의없음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참고로, 은나노 세탁기에서 치열한 과장광고 논란을 치러낸 삼성전자는 엉뚱한 대목에서 또다른 살균력 관련 문제를 겪고 해당 제품의 해외 수출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시민단체들이 은나노 세탁기의 유해성 검증을 요구하는 상황에 시달린 것. 삼성전자가 살균력을 위해 은나노 기능을 활용하면, 나중에 세탁기에서 흘러나온 오수가 인체 및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미국의 '살충제·살균제·쥐약법(Federal Insecticide, Fungicide, and Rodenticide Act)' 이슈 발전 역사에 우리 기업과 제품이 연관을 맺은 드문 사례다.

결국 이런 사례를 참조해 보면, 소비자원이 내놓은 답에 적당한 논파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법리와 마케팅의 측면에서 또 업체의 명예감정까지 복합돼 치열한 다음 라운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LG전자가 소비자원의 건조기 소비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안에 수용 거절을 택한 것도 소비자원과 LG전자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면에서 전체 그림을 이해하긴 어렵다. 가장 날카롭게 드러난 단면일 수는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결국 다각도에서의 자존심과 실리 복합체가 무엇인지 봐야 할 필요가 추가 숙제가 되는 셈이다.  

LG전자가 소비자원의 판단이 어떻다는 논파를 어느 정도는 하더라도 여기에만 매몰되지는 않을 가능성과 필요성이 점쳐진다. 결함이나 위해성은 없다는 점은 일단 크게 강조하겠지만, 결국 상황의 전체 성패 여부는 그 지점의 논파에만 좌우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송에서는 소비자원의 논리 구조나 불만을 가진 건조기 소비자 전반의 생각에 대응하는 양상이더라도, 결국에는 건조기에서 자동으로 세척하는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게 전체 상황의 돌파에서 '큰 그림'이 될 가능성이 그래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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