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LG전자(066570)가 '자동세척 기능 논란'이 붙은 의류 건조기를 전부 무상 리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향후 대응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자동세척이 대세'라는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LG전자가 이번에 내놓은 '무상 리콜' 방침은 지난 달 20일 한국소비자원이 내놓은 소비자 1인당 각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에 대한 거부 답변이다.
LG전자는 18일 "의류건조기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자발적 리콜을 실시해 고객에 대해 진정성 있게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번 사안으로 고객에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LG전자는 희망 소비자들에게 성능 개선 무상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하고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결국 자발적 리콜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소비자에게 먼저 연락하겠다는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함·위해성 확인 안 돼" LG전자 선긋기 나섰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약간의 추가 설명이 해보자면, 사실 이 분쟁은 적지 않은 시간 진통을 겪은 사안이다. 지난 7월 LG전자를 상대로 의류건조기 소비자 247명이 "광고와 달리 자동세척 기능을 통한 콘덴서 세척이 원활하지 않고 내부 바닥에 고인 잔류 응축수 때문에 악취와 곰팡이가 생긴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집단분쟁조정이 소비자원에 신청되고, 소비자원은 실사를 통해 LG 건조기 일부에서 먼지 쌓임 및 악취 등을 확인했다.
소비자원은 8월 말 시정권고를 내렸으며 이를 수용해 LG전자는 무상수리(성능 개선 무상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분쟁이 가라앉지 않았고 소비자원이 다시 위자료 지급 결정을 내렸다.
지급 결정 이유로는 △ 광고와 달리 실제 통세척은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이뤄진다는 점에서 광고를 믿고 제품을 산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됐을 여지가 있고 △ LG전자가 무상수리를 하더라도 수리로 인해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다는 점 등이다.
소비자원의 위자료 지급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일단 LG전자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결국 이 전망이 현실이 됐지만 그 맥락에 대해서는 이야깃거리가 적지 않다.
우선 이 법적 구속력 없는 위자료 결정을 받아들이는 순간 LG전자가 부담해야 할 출혈의 크기다. 247명에 대한 지급 결정은 시작일 뿐, 결국 해당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 전원으로 결과가 확대될 것이라는 풀이가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LG전자가 지난 2016년 처음 출시한 후 지난 6월말까지 판매한 모든 의류건조기 145만대가 위자료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곧 최대 1450억원까지 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일단 보기에도 적잖은 지출임이 와닿지만, 특히 수익 구조면에서 보면 더욱 뼈저리다. 지난해 LG전자에서 H&A사업본부 영업이익은 1조5248억원이었다. 위자료 규모를 최대로 잡으면 거칠게 말해 1년치 LG 생활가전 영업이익의 10% 가까이(9.5%)가 공중분해 되는 것과 흡사하다.

의류건조기 분쟁이 결국 소비자원 대 LG전자의 자존심 대결 구도로 변질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독일 IFA 2019 LG전자 전시장의 모습. ⓒ 연합뉴스
◆자존심상 곤란…삼성과의 대형 건조기 경쟁 구도에서도 수용 불가능
전자제품의 명가 LG전자로서는 출혈은 둘째치고 자존심상 수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LG전자가 이번 불수용 입장을 내놓으면서 "의류건조기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는 표현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풀이다.
아울러 소비자원도 위자료 결정시 소비자 일각의 주장 즉, 의류건조기의 잔류 응축수와 녹으로 인해 피부질환 등 질병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 점은 일말의 위로가 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결국 결함이나 위해성이 명확치 않은데 거액의 지출을 하면서까지 자존심을 팽개치는 게 타당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LG의 건조기 시장 경쟁에서 적잖은 상처를 감수하고 굳이 이런 강수를 두는 게 맞냐고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이처럼 불필요한 강수를 고집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간의 잡음으로 인한 손실에 무게를 둔다. 즉,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고 문제를 이처럼 길게 끌고 갈 경우(소비자원의 위자료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이를 거부하는 경우 정식 소송 가능성도 각오해야 함) 시장에서의 마이너스 효과를 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기준 LG전자의 국내 건조기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었다고 추정한다. 건조기 사태가 본격화한 후 시장 점유율에서 큰 손실이 있었다는 추정도 일반적이다. 삼성전자가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월 국내 건조기 판매량에서 삼성 건조기 그랑데가 점유율 50%를 넘어섰다고 밝힌 것을 참고할 만하다.

소규모 건조기는 여러 메이커가 진출해 있다. 이마트 등에서 저가 공세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대용량 건조기는 삼성과 LG가 양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대용량 시장에서 일방적 철수라는 피해를 입는 자충수를 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LG 주변에서 나온다. 사진은 20만원대 소용량 건조기를 선뵈는 이마트 모델들. ⓒ 연합뉴스
바로 건조기의 용량 문제. SK매직·위닉스·위니아대우 등 여러 업체들이 10kg 이하 제품을 생산한다. 한편 국내에서 대용량 건조기를 제조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이다.
업계의 건조기 시장 셈법과 풀이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7월 이래 삼성전자의 월별 건조기 점유율이 50%를 지속 넘고 있다는 시각에서는 이 중 상당 부분도 용량 14kg 이상의 대형 건조기 수요 덕일 것이라는 추정치도 LG전자가 긴 싸움을 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본다.
하지만 설령 이 추정치와 수요 이동 그림이 전적으로 맞다고 가정해도 LG전자가 대형 건조기 시장에서의 양대 구도 측면상에서는, 더더욱 시장에 전면 항복과 같은 카드를 택하기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파이 나누기와 물러나서 챙길 바를 고려할 시장 상황이 아니라 전면 철수와도 흡사한 대용량 건조기에서의 타격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셈이다.
즉 LG전자에서는 결함과 위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격의 베이스 캠프를 치는 선택을 하고 치킨게임에 응전하게 되는 것.
'개선'을 확고히 해주면 된다는 점을 소비자와 시장에 납득시키고 그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자동으로 세척하는 방식이 왜 대세이고 또 앞으로의 발전은 어떻게 가야하는 지에 시선이 가닿을 것이라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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