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시중은행들과 국세청이 과세 문제로 수년째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국세청의 과세기준이 모호해 은행들과 국세청 간 대결이 지루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세금 부과-불복 심판 청구-행정 소송'은 쉽사리 풀리지 않는 은행권의 골칫거리다.
지난해 국민은행, 외환은행은 각각 4,420억원, 1,100억원 규모의 세금을 부과 받고 국세심판원에 과세 불복 심판청구를 낸 뒤,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과세 소송은 두 은행이 지난 2003년과 2004년 각각 국민, 외환카드와 합병할 때 대손충당금을 법인세법상 손금(손해가 난 금액) 처리한 것이 적정하지 않다는 국세청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3일엔 하나은행이 남대문세무소로부터 1,983억5,689만원의 법인세 등에 대한 추가 납부를 통지 받았다.
국세청은 하나은행이 지난 2002년 서울은행 합병과정에서 받은 세금감면에 대해 세법 위반이라고 판단, 또 하나의 과세 소송 빌미를 제공했다.
국세청은 예금보험공사가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의 지분을 보유했다는 점을 들어 두 은행이 특수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국세청의 이 같은 판단에 반발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수관계인 판단에서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며 “2002년 합병 당시 서울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하나은행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특수관계인으로 보는 것은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나은행에 대한 과세의 근거는 역합병이고, 2003년 특수관계인 판단은 전혀 다른 규정에 대한 해석”이라며 “역합병과 관련해서는 ‘동일인이 양 법인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규정이 있으며 여기에는 우선주도 포함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역합병’이 성립하려면 ▲적자회사가 흑자회사를 합병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합병법인의 이름은 흑자회사 것을 쓰고 ▲합병 당사자가 특수관계자이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은행 측은 “당시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합병을 승인해 줬으나 5년이 지난 지금 역합병이니 과세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기획재정부의 과세 근거를 반박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법이 바뀔 수는 있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의 상황을 돌아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을 일단 납부했지만, 법률 소송을 통해 불복 조세심판을 진행키로 했다.
과세 기준을 놓고 장시간 벌어지고 있는 은행권과 국세청 사이의 법정공방의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