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빨간불'이 켜진 카드업계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비씨카드 8개 전업 카드사들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4395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47억원(8.6%)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중에서도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카드 이른바 대형 카드사들의 경우, 마케팅 비용 감축과 다양한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며 3분기 실적 선방을 견인했다는 것이 업계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대형 카드사들의 선방도 희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대형 카드사들의 선전으로 인해 올해 3분기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이른바 '쥐어 짜낸' 결과물이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음식점 출입문에 붙은 카드사 가맹점 스티커 모습 ⓒ 연합뉴스
◆대형 카드사 '쥐어 짜낸' 3분기 수익 선방
신한카드는 대출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 취급액을 지난 해 3분기 대비 약 1조원 증가시켜 순익을 늘렸으며, 삼성카드는 전년 동기보다 인건비를 200억원 가량 축소하며 같은 기간 순익이 약 101억원 증가했습니다.
KB국민카드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6% 줄었으나, 3분기 약 288억원의 법인세를 환입 받아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났죠.
현대카드는 지난해 3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약 25%, 당기순이익이 40%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3분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취급액을 1조 원 이상 줄엮기 때문인데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으로 보면 1997억원, 순이익 15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3.6%와 18.8% 실적이 상승했습니다. 온라인 채널 모집화 집중과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한 효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결과적으론 "어렵다"고 호소하던 카드사들이 선방을 해냈으니 일각에선 "어렵다는 이 시기에도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엄살만 부리고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한 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카드사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거나 대출서비스에 대한 수익 의존도를 높이는 등 쥐어 짜내며 버티는 상황"이라며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일부 확대 해석에 대한 자제를 부탁했습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 올해도?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과 판관비 등 자체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낸 것이 대부분"이라며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압박이 또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카드 수수료인하는 매년 정치권에서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서민 부담 완화 정책으로 내세우기에 가장 알맞은 카드이기 때문이죠.
카드 수수료 인하는 오는 2020년 4월15일 실시예정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금 시점에 또 다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는 것이 금융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입니다.
실제로 지난 19일 MBC 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발언하기도 했었죠.
이날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 부담경감을 위한 국회 입법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가 병행돼야 하는데, 인건비보다 부담되는 임대료를 억제하거나, 카드수수료를 대폭 낮춘다든지 하는 조치가 병행되면 덜 힘들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2007년 '신용카드 체계 합리화 방안'이 나온 이후 최근까지 매년 인하돼 왔습니다. 2007년 당시 금감원은 "2005년 하반기 이후 신용카드사 경영실적 호전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추진 배경"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장사가 잘되니 이제 규제하겠다'는 것인데요.
2002년 이른바 '카드대란'으로 곤욕을 겪었던 카드업계는 한국 경제를 망가뜨렸다는 '원죄'로 인해 별 다른 목소리 없이 그대로 추진하게 됐고,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 '신용카드 체계 합리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거의 매년 인하돼왔다. 사진은 재래시장 마트에서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 연합뉴스
◆2019년 11월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 도입' 이슈
10년 전에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업계의 이슈였습니다. 2009년 11월28일엔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여신금융협회가 정부가 추진 중인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이는 당시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연매출 1억원 미만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 도입 △1만원 미만 카드결제 관련 가맹점 거부권 행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여전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하면서 이에 대한 카드업계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데요.
여신금융협회는 "가맹점 수수료 상한제는 신용카드사 재산권을 제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세 차례 가맹점수수료 인하,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카드업계에서는 환영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일부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부분 상한제 도입은 긍정적인 검토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제도의 적용대상은 소관 법률인 여전법에서 명확히 하고, 그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해 운영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후에도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실시됐고, 결국 3년 뒤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정책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영세·중소가맹점은 적격비용 미만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토록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대수수료율 등은 감독규정 변경만으로 바꿀 수 있어 사실상 수수료는 수시로 인하됐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지난 10년간 10차례 넘게 진행됐는데요.
문 정부 들어서는 지난 2017년 8월 1.3%의 우대수수료율 적용을 받는 중소 가맹점 범위를 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0.8%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 가맹점은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조정했으며, 지난 1월말부터 적용된 카드 수수료 관련 추가 대책을 통해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했습니다.
특히 영세·중소가맹점은 정부 매출 세액공제로 수수료 부담이 적으며,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의 경우, 부가가치세 납부 때 카드 매출의 1.3% 안에서 연간 500만원을 공제해주기 때문에 수수료는 거의 '0'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9년 11월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추진 경과. ⓒ 여신금융협회
◆카드 수수료 인하, 더 이상 능사 아냐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한 압박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앞서 말했듯 실적이 나쁘지 않으니 더 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인데요. 하지만 일각에선 카드 수수료가 문제 보다 다른 부분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영업자인 A씨는 "카드 수수료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옛날에는 외상도 많았고 그 중에 상당액을 못 받는 경우도 많았다. 카드는 그런 문제는 없지 않나. 그래도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며 "살인적인 임대료나 가맹비에 대한 조치가 우선적으로 돼야할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금융소비자인 B씨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이 어려워지면 예전만큼 좋은 혜택을 지닌 상품이나 각종 멤버십 혜택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린다면서 그 피해를 일반 고객에게 미루는 것도 아이러니하다"는 소신을 말했습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살리기'를 언급할 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얘기하며 카드사를 서민경제의 주적(主敵)으로 묘사해오고 있는데요. 항간에선 우스갯소리로 "카드사들을 모두 공기업화해야 한다"는 말까지 떠돌 정도입니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지급결제부문 적자를 카드대출 수익으로 보전하는 기형적 구조이며, 이로 인해 결국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고 벤(VAN)사 수익 감소, 카드사 인력 감축 및 구조조정 등 지급결제생태계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4일 열린 여심금융포럼 '여전사, 재도약을 위한 방향 및 과제'에서 발표된 '지급결제시장의 구조변화에 따른 카드사 재도약 방향'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급결제시장 구조변화 속에서 유일한 신용공여 서비스인 신용카드가 소외됐으며 인력 규모도 위축돼 2015년 대비 올해 카드사 임직원은 10.4%, 카드모집인은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각종 할인 혜택이나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 카드 부가서비스는 축소될 수밖에 없고, 이는 오히려 소비 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 적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지배적입니다.
어떠한 기준을 세울 때는 사회적 합의가 수반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충분한 사전 검토와 신중한 결단을 통해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단순한 민심 누그러뜨리기나 표심의 한 방편으로 예외적으로 계속 변경한다면 '기준'의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일 것입니다.
무조건 '낮추기'를 통한 포퓰리즘이 아닌, 조금씩 양보하고 협의하는 정치를 거치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진실로 무엇인지 좀 더 연구하고 논의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