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편리함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기존 카드사들의 위화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유형(有形)의 신용카드가 개인의 개성과 신분을 상징하는 매개체라는 점에 주목하며, 차별화된 색상과 새로운 트렌드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카드회사들은 올해 상반기 △미니언즈 △위 베어 베어스 △오버액션토끼 등 인기 캐릭터들을 카드 플레이트 전면에 앞세운 '캐릭터 카드'를 앞다퉈 내놓았으며, 이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려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단순히 캐릭터 상품에서 나아가 레터링 문구를 복고스타일로 표현하거나 맞춤형 냉장고 디자인의 특징을 캐치해 담아내는 등 보다 업그레이드 된 '디자인 카드' 상품들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 표현에 대해 적극적이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엔 더욱 그러한 경향을 띄고 있다"며 "예전처럼 단순히 색상이나 상품명만을 플레이트에 각인하는 것이 아닌, 카드 사용자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힙트로' 디자인으로 밀레니얼 세대 공략

KB국민카드는 지난 12일 짧은 레터링 문구를 복고 스타일의 '힙트로' 양식으로 디자인 한 'KB국민 청춘대로 싱글 레터링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사장 이동철)는 지난 12일 밀레니얼 세대 고객을 겨냥한 'KB국민 청춘대로 싱글 레터링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3만장 한정으로 판매되는 이 카드는 생활과 관련된 짧은 레터링(Lettering) 문구를 세련되고 멋진 복고 스타일의 '힙트로(Hip-tro)' 양식으로 디자인 한 것이 특징이다. △긁으면 시원해 △잘 사는 게 잘 사는 것 두 가지 문구 디자인 중 선택해 발급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앞으로도 최신 트렌드와 함께 체크카드 고객들이 즐기는 문화 코드가 접목된 새로운 카드 디자인을 계속해서 다양하게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번 신상품과 관련해 "본인만의 차별화된 개성 표현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캐릭터와 이미지가 아닌 카드 생활 관련 재치 있는 문구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카드 디자인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냉장고, 카드로 들어오다
삼성카드는 지난 5일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기존 '삼성 디지털프라자 삼성카드'에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상품을 출시했다. 고객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BESPOKE) 디자인 4종을 새롭게 적용한 것.

삼성카드는 지난 5일 '삼성 디지털프라자 삼성카드'에 고객맞춤형 냉장고 'BESPOKE' 디자인 4종을 새롭게 적용해 출시했다. ⓒ 삼성카드
이번 BESPOKE 4종 디자인은 웨딩 테마를 반영한 △화이트&우드 △소프트&파스텔 △다크&우드 △유니크&포인트다. 특히 실제 BESPOKE 냉장고의 질감을 살려 카드 플레이트 색상별로 매끄러운 느낌, 거친 느낌 등 질감을 다르게 표현·적용했다.
실제로 지난 6월 국내 출시된 삼성전자 맞춤형 냉장고 BESPOKE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원하는 제품 타입과 패널을 선택할 수 있는 모듈형 냉장고다. 색상이나 질감도 고객이 원하는 데로 맞춤 가능하다.
삼성카드와 삼성전자는 이번 BESPOKE 디자인 확산과 더불어 카드 디자인 선택 폭을 계속 넓혀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번 삼성 디지털프라자 삼성카드 BESPOKE 디자인 출시와 함께 고객 니즈를 반영한 마케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캐릭터부터 뉴트로 디자인까지
올 상반기 '미니언즈' 카드 시리즈로 캐릭터 디자인 돌풍에 한 몫을 담당했던 신한카드(대표 임영진)는 최근 대표 캐릭터 '판귄'을 리디자인해 '캐릭터'를 보다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이와는 느낌이 다른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카드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신한카드 D-day'를 지난 10월24일 선보였다. ⓒ 신한카드
지난 10월24일 출시한 '신한카드 D-day'가 바로 그것. 과거 신한카드의 대표적인 카드 중 하나였던 '신한카드 Lady'를 계승한 이 상품은 네온사인을 형상화한 뉴트로(New+Retro) 디자인을 적용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카드 D-day'는 그 디자인만큼 혜택 구성도 남다르다. 기존 월 단위의 소비성향 분석에서 벗어나 주 단위, 요일 단위로 혜택을 구성해 2030세대 고객들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데이 카드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밀레니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혜택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2030세대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혜택을 얻어갈 수 있는 카드"라고 강조했다.
◆'스포츠팬 겨냥' MLB 협업 한정판 출시
롯데카드(대표 김창권)는 아직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이 한창이던 지난 10월14일MLB 구단 이미지를 적용한 한정판 'LIKIT X MLB 스페셜 에디션' LIKIT(라이킷) 카드와 기프트카드를 내놓은 바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10월14일 MLB 구단 이미지를 적용한 한정판 'LIKIT X MLB 스페셜 에디션' LIKIT 카드와 기프트카드를 내놓았다. ⓒ 롯데카드
오는 2020년 2월까지 발급 가능한 이 상품은 MLB과의 협업을 통해 MLB 구단 심볼과 유니폼 요소를 활용해 디자인한 △신용카드 4종 △체크카드 2종 △웨어러블 4종 △기프트카드(10만원권) 6종이 출시돼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 고객에게 최적화된 혜택을 LIKIT 카드에 MLB 로고를 기본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4개 구단의 로고와 유니폼을 적용한 상품"이라며 "젊은 밀레니얼 세대만의 감성과 문화를 콜라보한 롯데카드만의 디자인 콘셉트가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MLB 마니아에게 응원하는 MLB 구단의 이미지가 적용된 한정판 카드를 소장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서 쓰는 카드' LIKIT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체성 표현 수단 "다양한 혜택 대신 시각 차별화"
우리나라에서 카드는 아직까지 사용자 본인을 나타내는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예전에는 본인이 소유한 신용카드가 어떠한 카드사의 것인지, 어떠한 등급의 카드인지 등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신분·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이러한 카드가 최근에는 남과 다른 개성 있는 카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현'의 일부분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또한 색다른 디자인은 소유욕을 자극해 잠재 고객층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변 친구나 지인이 사용하는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보고 '예쁜데 나도 하나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을 일으키거나, 실제로 카드 발급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디자인 차별화가 역설적으로 카드 업계가 불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마케팅 축소 등으로 인해 예전처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하기 어려운 구조가 돼가고 있다"며 "결국 '부가서비스 차별화'가 아닌 '시각적 차별화'가 소비자 유인책의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