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미래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기술 패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미국의 GM과 포드,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부터 BMW와 폭스바겐, 일본 토요타 등이 정보기술업체와 협업소식을 줄줄이 발표하는 등 신제품 개발을 가속화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발 맞춰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한 지 1년 만에 △고객 중심 △서비스 기업 △미래 대응 △조직 문화 혁신 △가치 공유 등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어 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오른쪽)이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와 자율주행 기업이 별도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전문 IT기업을 완전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 확보를 통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
업계 관계자는 "단순 협업의 틀을 넘어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최적의 공동 개발 방식을 택한 현대차그룹의 정공법은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IT 기업이 주축이 된 자율주행업계에 커다란 지각변동과 반향을 예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 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다"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총투자금액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해외투자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40억달러(약 2조3900억원)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투자는 자율주행 사업에서 앱티브의 고도화된 기술력과의 결합으로, JV 연구개발 역량은 대폭 향상과 함께 자율주행 분야 글로벌 우수인재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본격적인 공격을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은 물론 △모빌리티 △커넥티드카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이스라엘·싱가포르·인도 등 업체들에 폭넓게 투자하는 등 현대차그룹이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구체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의 투자는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다각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투자액을 합산하면 약 7520억원에 이른다.

싱가포르에서 EV 모빌리티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최대 승차공유(카헤일링) 업체인 싱가포르 그랩에 2억7500만달러(약 3283억원)를 투자해 싱가포르에서 현대차의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호출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인도 1위 카헤일링 기업 올라에 3억달러(약 3384억원)를 투자했다.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업체 미고와 호주의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에도 전략투자를 단행했다. 지분을 투자하고, 해당 플랫폼에 현대·기아차의 완성차를 공급하는 구조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라스트마일 물류업체 메쉬코리아에 225억원을 투자하고, 택시 스타트업인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미국의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스타트업 메타웨이브(75만달러·약 9억원)와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150만달러·약 18억원), 자율주행기술 전문기업 오로라에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또 현대차는 미국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의 창립 멤버로,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달러(약 56억원)도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라이더 전문개발 스타트업인 옵시스에는 현대차그룹이 300만달러(약 32억원)을 투자해 지분 9.7%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에서 4단계(목적지를 입력하면 차가 알아서 이동하는 수준)의 도심형 자율주행기술을 상용화하나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커넥티드카 부문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스라엘의 커넥티드카용 통신 반도체 칩셋 전문기업 오토톡스(500만달러·약 60억원)와 사고차량 탑승객 부상 수준 예측 분석 기업 엠디고, 스위스의 홀로그램 AR 내비게이션 개발 업체 웨이레이도 투자를 단행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분야에서도 국내의 카카오아이, 미국의 사운드하운드및 뉘앙스 등과 투자·협업해 차량용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전기차 부문에서는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 전문 업체 아이오니티에 투자를 집행해 BMW·다임러·폭스바겐·포드와 동일하게 20%의 지분을 갖게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에는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리막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고성능 전기차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현대차그룹은 업계에서 전기차 부문의 투자가 늦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미래차 부문의 투자 및 수소차·전기차 라인업 공격적인 확대를 통해 미래차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며 "이번 앱티브와의 합작사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2월 향후 5년간 공유·자율주행 부분에 45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투자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