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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이 겨냥한 '두마리 토끼'

‘포스트 정주영’ ‘포스트 이명박’ 성공열쇠는 현대건설 인수?

김동현 기자 | pen1969 | 2008.02.26 17:04:25

[프라임경제] 현대중공업 대주주이자 사실상 오너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그가 지난해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했을 당시 정치권은 그의 입당을 차기 대권 쟁취를 위한 포석으로 이해했다. 이런 면에서 그는 '포스트 이명박 군'으로 분류된다. 그런 그가 '현대 가문'의 적통을 겨냥한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포스트 정주영'을 목표로 뛰는 듯하다. 과거 재계를 호령했던 현대그룹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과연 정 의원은 정·재계에서 각각 '포스트 이명박' '포스트 정주영'이라는 두 마리 거대한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 FIFA 회장 출마 포기설    

무소속 국회의원을 다섯 차례나 지낸 정 의원은 이번 18대 총선에서 현역 최다선인 6선에 도전한다. 그는 출마 지역구에서 단수 후보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여러 정황상 공천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그랬듯이 이번 총선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 의원 측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의원은 6선 고지를 넘긴 후 자신의 당내 입지 확보를 위해 세력 확충 작업에 들어갈 것이며, 국정운영 경험을 위해 향후 국무총리 자리도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그가 2011년 치러질 예정인 FIFA 회장선거 불출마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관측은 지난해 12월 말 정 의원이 2009년 초 축구협회장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더욱 증폭됐다. 정치권 대다수는 2009년부터 차기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2011년 FIFA 회장 선거를 위해 FIFA 부회장직을 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라는 해석도 있긴 하다. 하지만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행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 후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대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격적인 면담 성과를 이뤄내는 등 만만찮은 외교력을 선보였다. 그는 앞으로도 국제 스포츠계 실력자라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배경을 통해 전방위적인 외교 역량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 당에서 뼈가 굵은 막강한 경쟁 주자들이 저마다 5년 후를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원 역시 이들에 맞서 ‘포스트 이명박’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 ‘정주영·이명박의 분신’ 현대건설

정 의원은 그의 부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적극 끌어들이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봐, 해봤어?’라는 정 명예회장의 어록을 신문광고에 활용했고, 이어 정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과 육성을 담은 TV광고까지 냈다. 또 올 초 정 의원 자신이 세운 현대아산재단의 홈페이지에 정 명예회장이 생전에 쓴 글까지 실을 예정이다.

정 의원이 아버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모습을 두고 말들이 많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건 백사장과 설계도면 뿐이었지만 해외에 나가 당당하게 수주를 했다.”

   
 
 

지난 1983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중공업 생산현장을 방문해 선박의 프로펠러 위에서 작업하는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이 모습은 최근 TV광고를 통해 전파를 타면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생전에 했던 정 명예회장의 육성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범현대가를 심리적으로나마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음직 하다.

정 명예회장이 예전에 이끌던 재계 1위 현대그룹은 현재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현대중공업 등으로 사실상 남남처럼 나뉘어 있다. 현대그룹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현대건설은 부도 후 매각처리 된 뒤 범현대가의 손을 떠나 있다. 하이닉스나 오일뱅크 등도 현대 울타리에서 팔려 나갔다. 

흩어진 현대를 예전처럼 모을 수도 없고 또 그럴 의도도 분명 없겠지만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노력’은 현대그룹의 맥과 정신을 잇는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던 중 정 의원이 지난 2월 11일 정 명예회장의 아호를 딴 ‘아산정책연구원’을 출범시키자 “정몽준이 아버지의 적통 이어받기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얘기에 더욱 힘이 실렸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은 바 있고 이 재단을 통해 ‘정주영기념관’ 건립도 추진했던 정 의원이었기에 얘기가 더욱 탄력있게 회자됐다.

재계에선 정 의원의 행보를 ‘형수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대한 견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 회장이 시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의 대북사업을 계승하면서 현대가의 정통성을 앞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뒷짐 질 수 없었기 때문에 정 의원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는 얘기다.

둘 간의 경쟁 구도는 향후 현대건설 인수전을 계기로 첨예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과거 현대그룹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정 명예회장에겐 ‘맏아들’ 같은 기업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을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한 ‘못자리’이기도 하다.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을 통해 현대건설과 현대오일뱅크 등을 인수할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은 현대가 안팎에선 기정사실로 통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플랜을 짜놓은 것도 아니고 그걸 기사화 할 만큼 우리가 무슨 준비를 해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반응일 뿐 속내는 달라 보인다.   

현대중공업 주요 관계자는 “중공업과 건설은 함께 갈 수 있는 어울리는 동종 그룹”이라면서 “현대건설 인수 능력 면에서 현대그룹보다 우리가 유리한 게 사실이고 지금은 아직 이르지만 때가 되면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역시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이다. 그룹의 모 기업 자리를 비워뒀으니 이제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현대그룹의 전통적인 초록색 삼각형 로고를 계속 쓰고 있는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때가 되면 정 명예회장의 ‘분신’이었던 현대건설을 놓고 치열한 인수전을 벌일 분위기다.

‘포스트 정주영’과 ‘포스트 이명박’을 꿈꾸는 정 의원이 고 정주영과 이 대통령 두 사람에게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던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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