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커피를 손수 내려주는 모습이 수줍다. 자유로운 야인에서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위치로 나와서일까?
"요새 본의 아니게 세인들의 입길에 '세게' 오르내리게 돼 당혹스럽지 않았나? 그래서 지역경제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 양측 부산시당이 거하게 벌인 경제 악화 책임 공방전이 부산 시민들은 물론 전국적 이목을을 끈 것. 이 와중에 민주당 측에서 그의 이름을 언급, 시민들의 추억을 '강제 소환'했다.
한국당 부산시당이 지난달 "부산지역 고용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부산지역 고용률은 55.3%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였다"고 지적한 데 이어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나면서 생산가능 인구가 지난해에만 1만7000명이 감소했다"고까지 짚은 것. 한국당 부산시당은 "부산 경제가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것은 오 시장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1일 "부산 경제를 망친 것은 지난 수십 년 간 부산 정치와 행정을 독점한 자유한국당"이라고 반발했고, "한국당 부산시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있다"며 "급기야 지난 지방선거 때 부산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서병수 전 시장까지 시정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
◆지역경제 책임 논란 와중 재조명된 徐 "오거돈 기대 높았는데"
사실 이 양쪽 정당의 부산시당이 벌인 입씨름도 문제지만, 신공항 문제로 서 전 시장 스스로 지난달 말 올린 SNS가 사람들의 관심을 지나치게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 역시 오 시장 발목을 잡는 서 전 시장 구도로 피상적이고 선정적으로 소모되긴 했지만, 서 전 시장이 여전히 갖는 '집객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본지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 프라임경제
우선 경제 상황과 관련, 서 전 시장은 대단한 우려를 표명했다. 수출도 놓치고 균형성장도 안 되는데, 지금 시의 행정 방향(정책)이 갈팡질팡하며 문제를 증폭시키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서 전 시장은 "오거돈 시장은 개인적으로는 선배이기도 하고(둘은 모두 경남고를 졸업),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장관 등 경험을 살려 잘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시장 자리는 본인이 그렇게 원하던 자리였잖냐는 점에서 믿음이 갔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서너달 지나면서부터 나의 기대와 거리가 멀지 않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3월 말 한국은행이 내놓은 '3월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총수출 증감 동향과 일명 동남권의 움직임은 거꾸로 가고 있다.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지역수출은 지난해 1분기(-2.2%), 2분기(-27.7%), 3분기(-19.2%)까지 줄다가 4분기(10.3%)에서야 반짝 증가했다.
서 전 시장은 "이런 와중에 심지어 제조업의 역동성이 줄고 있다. 부산은 그저 작은 가게들만 자꾸 생기는 생계형 서비스 도시가 돼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작년 연말 나온 '2018년 부산지역 신설법인 현황'은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 제조업 창업은 크게 줄고 유통업만 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자료를 보며 "이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 전 시장은 "부산은 제조업과 중소기업으로 형성된 산업구조"라고 전제하고 "자동차 부품·ICT·로봇·드론 등 테크놀로지가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들(부산이 가진 저력)을 새 아이템과 융합해야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서 균형잡힌 발전,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사람·기술·문화융성 부산'을 내걸었던 것이다(그는 부산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시장을 한 차례 지냈다. 재선에 도전했으나 남북평화기류가 지난 번 지방선거 당시 급격히 밀어닥친 여파로 낙선한 바 있다)"라고 회고했다.
그런데 지금 오 시장의 정책은 부지런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나, 막상 알맹이가 빠진 채 헛돌고 있다는 게 서 전 시장이 느끼는 아쉬움이다. "오 시장에게 의지가 안 보여 안타깝다"며 그는 연신 찻잔을 매만졌다.
◆부산 대개조? '전임 시장 지우기 시도→슬그머니 재추진' 반복
서 전 시장이 "내 나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현재 우리 부산시에 과학기술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걱정된다는 대목"이라고 일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재직 당시 부산시 중소 경제인들을 직접 만나 대화 중인 서병수 전 부산시장의 모습. ⓒ 부산시
3월 하순 부산시가 내놓은 '서부산개발 주요사업 변경안'의 내용들이 문제라는 것.
특히 '항공클러스터' 포기를 보면 오 시장이 과학기술 발전에 큰 의욕이 없는 것은 물론 동남권신공항을 본격적인 지역경제 발전의 마중물로 생각하는지 자체가 의문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말 설명회에 나선 어느 국장급 공무원은 "항공클러스터 조성 등의 사업은 김해공항 확장안 및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등과 맞물린 사안이라 일단 사업 추진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서 전 시장의 반박이 날카롭다.
"동남권신공항을 김해확장안(김해신공항)으로 매듭짓는 것에 그렇게 반대하는 오 시장이면서도, 막상 왜 가덕도를 추진하자며 제대로 정확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김해를 계속 하든 가덕도로 수정을 하든, 항공클러스터 추진은 큰 공항을 가진 부산이 추진해야 할 과학기술 먹거리 중 하나다. 그런데 지금 국토부 제동이 걸리고 총리실 결과에 눈치가 보여서 일단 클러스터 추진부터 모두 포기하고 기다리라는 태도는 문제"라는 게 서 전 시장의 항변이다.
여기에 '전임자 색채 지우기'에만 너무 매달리다 보니 일단 보류나 재검토를 하려 했다 결국 슬그머니 그대로 추진하는 정책도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재원, 그리고 감수해야 할 시민 불편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첫째, 서 전 시장이 추진했던 '서부산 복합청사'만 해도 3월 초까지만 해도 시와 산하기관들의 심드렁한 태도로 지역 언론이 '물 건너갔다'는 기사를 낼 정도였다. 3월 말에서야 추진으로 결국 가닥이 잡혔다.
두번째 해프닝은 '서부권 제2의료원 재논의' 상황. 서 전 시장 시절 추진되던 서부권 제2의료원 문제는 오 시장 시절 들어 형평성 논란 등 중앙부처와의 갈등 소재가 됐다. 이 제2의료원도 결국 우왕좌왕 끝에 원안 추진으로 정리됐지만 그 과정의 논란과 상처는 시민들의 몫이 됐다는 게 그의 탄식이다.
◆행복주택 재검토 등 서민 몰라주는 '민주당 오 시장' 아쉬워
서 시장을 화난다기 보다 '허탈하게 하는' 케이스로는 행복주택에 관심없는 듯한 오 시장의 태도다.

현안들을 짚으며 잠시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 ⓒ 프라임경제
서 전 시장 재임 시절, 연제구 부산시청 청사 앞에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안건이 시동을 건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아이디어가 큰 폭의 재검토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풍문이 돌아 서 전 시장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렇게 브레이크가 걸리면 심지어 파트너인 민간 건설사에 큰 폭의 위약금도 물어줘야 한다는 우려가 관가에서는 나돌고 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서 전 시장 때부터 야심차게 추진된 이 서민 정책에 굳이 제동을 걸 태세다.
부산시청 인근은 연제동 핵심 역세권으로, 서 전 시장은 여기에 1800채의 행복주택을 건립해 신혼부부 등 시민들 중 취약층을 배려하겠다는 꿈을 꿨었다. 그는 자신의 구상에 대한 뿌듯함이 누구보다 있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서 전 시장은 "(다시) 제도권 내에서 내가 가진 경력을 다시 펼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이는 결국 정계 활동 공식 재개 신호탄이다. 최근까지도 정치를 다시 할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그는 유보적인 태도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결국 공식적으로 원대복귀 결심을 급격히 굳힌 셈이다. 지난달 말 일련의 경제 책임 논란과 신공항 이슈가 그의 고심을 깊게 한 것으로 보인다.
"내친 김에 묻겠다. 연산동(차기 시장 도전)인가, 아니면 여의도(총선 출마)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것까진 아직 깊이있게 생각 안 해 봤다"면서도 "국민들이 워낙 나라 걱정을 하고 부산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전임 시장인 데다, 정당의 사무총장까지 지낸 전직 의원으로서 그가 어느 선택을 하든 파장이 작을 수 없다.
야인으로 돌아가 지낸 몇 달의 시간에서 그가 시민은 물론 국민들의 걱정에 대해서까지 피부로 느끼고 책임 의식을 느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놓고 험한 표현은 쓰지 않았으나, 오 시장의 현재 시정 콘트롤 방향성에 불만이 많아 어느 자리든 간에 빨리 받아서 마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때로는 질책하고 때로는 협력, 지원하는 식으로 의원이든 차기 시장이든 간에 오 시장과의 인연을 잘 완주하겠다는 내심이다.
◆시민 챙긴 다음엔…사람 키우고 진보 껴안아 국민 행복하게 할 것
이렇게 그의 뜻을 읽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사람을 키우겠다"는 말을 인터뷰 중에 자주 한 것. 그가 이달 초반 사무실을 공식 오픈하는 게 사실상 공식화돼 있는 상태. 이 공간을 살롱처럼 교류의 장으로 쓰면서 차세대 정치인을 발굴하고 정책 파트너로 쓸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300명 중 하나로서 오 시장의 남은 임기를 견제하고 돕든, 다시 바통터치를 하는 차기 시장으로서의 역할에 방점을 찍든 혹은 '그 이후 다른 길'이든 간에 모두 사람이 과거의 정치 여정에서보다 더 많고 풍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여담이지만 대화 내내, 서 전 시장이 시민과 함께 자꾸 국민이라는 개념, 부산의 지역경제 부활 방안에 대한 고심에 덧대어 우리 경제라는 관점을 드러내는 점에 관심이 갔다. 중앙 정치에 대한 의견과 몫에 대한 욕심도 솔직히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한국당이 대선에서 이겨 시장경제 그리고 자유주의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데 미약하나마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내 거취나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고만 답했다.
다만 그는 "보수든 진보든 (애국심과 실력만 공통분모로 있다면) 안 따진다. 진보 인사들 간에 훌륭한 분들이 많지 않은가? 함께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육성, 발전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치계'가 되길 바란다"고 중앙과 지역 정치인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