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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검 이후 미술계 ‘고사 직전’

신정아 · 삼성 특검 연이은 악재 "차라리 학원 강사 하겠다"

이종엽 기자 | lee@newsprime.co.kr | 2008.01.31 16:06:24

   
 
[프라임경제] "이런 상태가 반년 이상 지속된다면 한국 미술계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지난 해 '아트 펀드'와 '경매 활성화' 등으로 호황을 누리던 미술계가 신정아 사건 이후 잠시 소강 국면을 거치나 싶더니 이후 삼성 특검과정에서 비자금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화랑계를 지목하자 거래 자체가 끊어지는 직격탄의 충격파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삼성 특검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관장으로 있는 삼성 리움 미술관이 사실상 '비자금 세탁소'역할을 했다고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의 삼성 소유의 미술품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홍라희 관장이 보여준 컬렉트의 모습은 사실상 국내 화랑계의 '큰 손' 역할을 넘어 미술계에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최근 여론 동향이다.
홍 관장은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으로, 지난 2005년에는 현대미술관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미술품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계 안방 마님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아름지기'에서도 실세로 통하고 있다.

◆ 대기업 운영 미술관 '의혹의 눈길' 강해

우리나라 미술관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미술관 운영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고속 경제성장의 축적된 부를 기반으로 기업들이 문화재단을 설치, 미술관을 건립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특히, 이들 미술관은 국내 재벌가의 '내조'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들 미술관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기능과 이미지 개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재벌들 중에서 삼성은 미술관 건립을 가장 먼저 시작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하고 있는데, 삼성 이외에도 대략 10곳 내외의 대기업이 직간접 운영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리움 미술관'과 '호암 미술관'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니 그룹의 '금호 미술관', 쌍용그룹의 '성곡 미술관', SK그룹의 '성곡 미술관' , 포스코의 '포스코 미술관' 그리고 지금은 독립됐지만 '아트 선재센터'는 과거 대우그룹이 운영했으며, 외환위기 때 폐관된 동아그룹의 '동아 갤러리'도 여기에 해당한다.

   
사진= <삼성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
 
문제는 이들 미술관들이 대부분 대기업 총수들의 부인이나 딸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아직 개인적 소유중심의 개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미술계 일각의 지적이다.

즉, 전시는 기업의 사회적 기능 및 이미지를 위해 공적 공간을 통해 이뤄지지만 운영은 아직 소수 재벌 집안의 사적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설립 이유도 대기업 총수들간의 자존심 대결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은 재벌 운영 미술관의 어두운 그늘을 반영한다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결국, 이번 삼성 특검으로 불거진 미술계에 대한 불신의 표적은 사실 기존 화랑계가 대기업 미술관 경제력에 종속됐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작이며, 삼성 특검 이후 '불똥이 튈까' 조바심을 내고 있는 일부 대기업 미술관들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관행이 바로 "미술계를 오염시키는 원흉"이라는 일부의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 미술계의 시작과 끝은 "대기업 후원 뿐"

사실, 이번 홍라희 관장의 검찰 조사가 거론되면서 가장 먼저 여론의 주목을 받은 사람은 홍송원 서미 갤러리 대표다.
김용철 변호사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경우 홍 대표가 홍라희 관장의 심부름을 받고 구입한 후 한동안 이 그림이 이회장 자택의 한 벽에 걸려 있었다"는 진술을 하면서 그 행방을 찾기 위해 현재까지 특검팀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수십에서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미술품 매매에 국내 화랑계가 깊숙히 관여해 있으며, 이들 미술품 구입 비용에 사용된 돈들이 대부분 재벌가의 비자금이라는 것이 사건의 핵심.

이러한 미술계를 보다 정밀하게 살펴보면, 대기업과의 역할이 단순한 매매를 위한 중간 단계가 아니라 미술계의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무방한 밀접한 시스템이 결합돼 있다.

미술계와 대기업의 연결고리는 광범위한 '후원'속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미술학도의 해외 유학 비용은 물론 신생 작가의 작품 구입과 전시회에도 이들 대기업이 깊숙하게 관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계 인사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상당수의 미술계 인사들은 작품 활동 초기 부터 화랑을 중심으로 한 스폰서들이 집중적으로 관리, 육성을 하고 있다"면서 "해외 유학은 물론 전시회에 있어 이들 대기업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 대기업 후원으로 해외 유학을 마친 후 설치 미술을 하고 있는 중년 작가인 신모씨는 "대기업의 후원이 지난 해 신정아씨 사건 이후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유럽에서 활동 중인 많은 신진 작가들이 국내에 속속 복귀하고 있는 것이 현재 국내 미술계의 사정"이라면서 "복귀하고 있는 작가들은 생계를 위해 차라리 국내 미술학원에서 일하는 것이 낫다"라는 분위기 마저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미술계 인사는 "이대로 가다간 한국 미술계는 반년 안에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을 만큼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데, 그동안 자성적인 발전을 외면한 채 대기업에 의존한 것에 대한 참담한 결과"라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이러한 악습이 되풀이 된다면, 우리나라 미술계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입게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기업 미술관들의 향후 역할에 대해 여론은 주시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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