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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인'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별세

사람 중심 '믿음의 경영' 끊임없는 혁신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19.03.04 15:33:40
[프라임경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그는 1932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 6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해군에 자원 입대한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군 전역 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귀국한 뒤 1960년 한국산업은행에 공채로 입행,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3년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두산그룹에 발을 들인 박 명예회장은 이후 △한양식품 대표 △동양맥주 대표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친 뒤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항상 주변을 아우르는 '큰 어른'이었던 고인은 인화를 중심에 두고 인재를 중시한 경영으로 오늘날 '글로벌 두산' 기틀을 닦았다.

◆경청의 리더십…'인화 중시' 인재 중심

고인은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모든 결정 중심에 있었지만, 좀처럼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상대 말을 끝까지 경청한 뒤 자신 뜻을 짧고 간결하게 전했다. 사업적 결단 순간에도 실무진 의견을 먼저 경청했고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어 방향을 정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996년 5월 두산그룹 신 CI 선포식에서 새로운 심벌이 새겨진 그룹기를 흔들고 있다. ⓒ 두산그룹


한 번 일을 맡기면 상대방을 신뢰하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믿음의 경영'을 실천한 고인에 대해 두산 직원들은 "세간 평가보다 사람 진심을 믿었고, 다른 의견을 먼저 듣고 존중하던 '침묵의 거인'"이라며 "주변 모든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큰 어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고인은 인화를 강조했다. "인화로 뭉쳐 개개인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며 "인화란 공평이 전제돼야 하고, '공평'이란 획일적 대우가 아닌 능력과 업적에 따라 신상필벌이 행해지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라고 항상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와 혁신…'글로벌 두산' 기틀 닦아

뿐만 아니라 두산그룹 회장 재임 당시 국내 기업 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한 그는 대단위 팀제를 시행하는 등 선진적인 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동양맥주에 재직 중이던 1964년 당시 국내 기업에서는 생소하던 '조사과'라는 참모 조직을 신설해 회사 전반에 걸친 전략 수립·예산 편성·조사 업무 등을 수행하며 현대적 경영체계를 세우기 시작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1996년 8월 두산그룹 창업 100주년 축하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두산그룹


더불어 그는 부단한 혁신을 시도했다. 창업 100주년을 한 해 앞둔 1995년 혁신이 대표적이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당시 주력이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면서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단행해 33개에 이르던 계열사 수를 20개사로 재편했다. 이어 당시 두산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작업을 주도했다. 

이런 선제적인 조치 때문일까. 두산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대우종합기계·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을 넘어 산업재 중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박 명예회장은 새로운 시도와 부단한 혁신을 통해 두산 '100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나아가 두산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한편, 유족으로는 △아들 정원(두산그룹 회장) △지원(두산중공업 회장) △딸 혜원(두산매거진 부회장) 씨 2남1녀가 있다. 

빈소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과 영결식은 7일이며,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동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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