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패션업계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며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한섬(020000)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섬은 지난달 26일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의류 제조 판매와 도·소매업을 주요 사업으로 운영해 온 한섬이 화장품 부문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화장품 사업 진출을 위한 수순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오픈했다.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다면 백화점과 면세점 등의 유통망을 통해 빠르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백화점
한섬 측은 "이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수입화장품을 일부 유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을 위해 정관에 사업 목적을 추가하게 된 것"이라며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시를 통해 사업목적 추가의 이유를 '상표권 보호, 라이프스타일 상품 보강'이라고 밝혔지만, 향후 화장품사업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없다. 특히 업계는 한섬이 현대백화점면세점 유통망을 통해 최대 화장품 시장인 중국고객과 접점을 찾으며 화장품 사업을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기업 LF(093050)는 지난해 초 사업목적에 '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입업 및 이와 관련한 서비스 상품의 매매'를 추가한 후 동년 9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을 론칭했다. 론칭 3개월 만에 완판 제품도 나타났으며, 올해는 여성 화장품 브랜드 론칭도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의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2012년 2월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그해 4월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60억원에 전격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해 2월은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해 신세계처럼 패션 계열사를 확보한 시기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해 화장품 제조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체 한방 브랜드 '연작'도 출시했다.
'비디비치'를 인수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년 만인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14.6% 증가한 1조2633억원, 영업이익은 118.3% 급증한 55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 영업이익은 무려 176% 증가했다.
이와 별도로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화장품 전문점 '시코르'를 선보였다. 현재 전국 20개 매장이 있다. 2017년부터는 '시코르컬렉션'이라는 자체 브랜드(PB)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화장품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경쟁사들은 주로 백화점 내 편집숍 확대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잠실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에 처음으로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온앤더뷰티'를 열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지난해 12월 화장품 제조업체 웰컴인터네셔널과 손잡고 화장품 전문 편집숍 '코스메플레이스 아포테카리'를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한섬의 이번 행보에 대해 지난해 유통 '빅3' 가운데 가장 늦게 면세점 시장에 진출한 현대백화점이 급성장하는 중국 화장품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장품은 국내 면세점 매출의 5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면세점 채널을 확보한 현대백화점그룹이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가 인수 초기 고전하다 5년 만인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중국 소비자들이 몰리는 면세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다.

지난해 10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연작'. ⓒ 신세계백화점
지난해 10월 론칭한 '연작' 역시 중국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연작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정식 입점한 2월2일부터 28일까지 누적 매출 9억8000만원을 올렸다.
신규 브랜드인 연작이 이처럼 빠르게 면세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배경에는 럭셔리 한방 화장품을 좋아하는 중국 고객들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작이 면세점에 매장을 오픈한 2월 초 중국 최대 소셜 전자상거래 플랫폼 '샤오홍슈'에서는 연작의 브랜드 팔로워 수가 전달대비 100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연작의 마더앤베이비후드 라인은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며 연작의 주력 제품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중국 밀레니얼 세대가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서 고품질의 산전, 산후 케어 및 아기 케어 제품을 찾게 됐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연작 담당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한방의 향과 끈적임 같은 단점을 없애고 저자극의 고기능 제품을 개발한 전략이 적중했다"면서 "이미 입소문을 통해 품질을 검증 받은 만큼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매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망과 한섬의 브랜드 파워를 통해 빠르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편 패션기업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에 기존 화장품 기업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중견·중소기업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유통망을 거느린 유통사의 화장품 사업 진출까지 더 해지고 있는 것.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들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화장품 업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또 "기존 화장품 업계는 차별화된 제품, 뷰티 트렌드 선도하기 위한 전략을 더욱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