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찰에 체포된 백발의 침술사 조 모씨. 자신을 자연건강협회 회장이라고 주장하는 조씨는 실제로도 인근 지역에 침 잘 놓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조씨는 아내가 운영하는 찻집에서 침이나 주사를 놔주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입소문의 비결은 불법으로 구한 국소마취체, 리도카인이었다. 마취약을 침에 발라 놓으면 잠시 통증이 줄어든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2 경북 포항에 사는 43살 이 모씨는 자기 집에 의료시설을 차려놓고 몸속의 나쁜 피를 빼내준다며 사혈침과 부항기를 이용해 환자들의 피를 뽑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피를 과도하게 뽑아내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했다. 피해자들은 눈이 희미해지고 마비증상까지 나타났다.
#3. 이 모씨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7월까지 전북 익산 시내 한 사무실에서 8000원~2만원씩을 받고 침을 놓아주거나 사침기를 이용해 사혈을 해주는 등 총 4532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4년 10월 의료법위반죄로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 상 의사가 아닌 사람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
[프라임경제] 지난 몇년간 불법 사혈요법 시술로 인한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도 불법 사혈요법 시술로 인해 치료를 받던 70대 노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 의료 행위를 일삼다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한 이○○씨는 자신이 한의사로 돼 있는 자료 등을 보여주고, 완치가 안 되는 사람들을 본인이 사혈로 치료해 완치했다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 따르면, 이씨는 거짓으로 의료사기 행각을 벌였고, 이로 인해 지인이 사망에 이르렀으며, 이씨의 현재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사혈요법이란 신체의 혈위에 침으로 자락(침으로 정맥을 찔러 나쁜 피를 뽑아냄)한 후 부항으로 혈액을 배출해 상병을 치료하는 한의사의 고유한 의료행위로 습식부항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시술할 경우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사혈침술 치료받던 환자, 심장마비로 사망
피해자 A씨가 이씨를 상대로 고소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A씨는 친척 결혼식에서 우연히 이씨를 만났다. A씨와 이씨는 먼 친척 관계였던 것. 이 자리에서 이씨는 본인을 유명한 한의사로 소개하며 치료비로 몇천만원씩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 집도 방문해 직접 본인이 치료했다는 이야기로 환심을 샀다.
이씨의 말을 믿은 A씨는 자신의 친척 중 훌륭한 의료인이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씨를 자주 만났고, 이씨는 그때마다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수억원대의 치료비를 받고 치료한 경험이 많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A씨는 이씨와 가깝게 지내던 중, 중국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 B씨의 아버지를 이씨에게 소개했다. B씨의 아버지는 70세가 넘었고, 6~7년 중풍으로 투병 중이었다. 이씨는 시술을 위해 중국으로 출장을 갔고, B씨의 아버지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약 2개월간 침술치료(사혈침술)를 했다.

지난 2017년 불법 사혈요법 시술을 받던 70대 노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무면허의료인에 의한 사혈요법은 불법의료행위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연합뉴스
이씨는 시술 비용으로 1000만원을 받았으나, B씨의 아버지는 사망했다. A씨는 B씨의 아버지가 사혈치료를 하던 도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환자가 사망하자 A씨는 합의금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사망자의 보호자에게 작성했고, 한국으로 가 한국경찰에 자수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합의금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즉시 바로 보내줄 것이니 나에게 사고 뒤처리를 부탁했고, 이씨 대신 B씨와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씨는 합의금을 보내지 않았고, (이에 책임을 느낀 A씨는 중국에서 20년을 넘게 하고 있던 사업권을 B씨에게 넘겨주는 조건으로 대신 합의를 해 사건을 종결하게 됐다. 이씨 대신 고인의 아들과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로부터 합의금을 받지 못한 A씨는 시술 중 사망사건으로 인해 20년 넘게 해왔던 중국 사업권을 중국인에게 다 빼앗겨 지금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 상태.
한국으로 돌아와 이씨에게 수차례 합의금의 일부라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화를 차단했고, 현재는 이씨의 행적을 알 수가 없는 상태"라고 말을 보탰다.
◆의료인 자격 사칭 "명백한 사기죄"
중국 사업권을 잃은 A씨는 이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처음부터 의료인의 자격을 사칭해 불법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치료비 명목으로 재산을 편취했기 때문에 명백히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씨는 A씨에게 유명한 한의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차병원 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본지가 차병원에 이씨의 근로 사실을 물었지만, 연구소에 재직하는 한의사 중 이씨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이씨는 진술서를 통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이유를 명백히 알지 못하며, 오히려 사망 원인을 자신에게 숨긴 채 합의금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씨는 "환자가 시술을 받고 몸이 많이 좋아졌다. 환자가 사망한 날도 치료를 받고, 좋아진 모습을 보고 중국에서 관광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사망하자마자 다시 불러 폭력을 행사하고 협박을 하면서 한국돈 5억원을 요구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 각서에 사인 할 수밖에 없었다. 사망원인을 알 수 없을 때에는 부검을 통해 원인을 밝히는게 상식인데 서둘러 화장을 하고 장례식을 치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불법 사혈요법 논란…"근원적 치료 될 수 없다"
고발인과 피고소인과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과거에도 사혈요법에 대한 불법 시술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사혈요법이라고 피를 빼는 게 일시적으로 증상 개선에 도움은 되나, 근원적 치료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의사 C씨(인천 개업)는 "혈액 속에 형성된 염증유발물질을 당장 빼주는 게 되니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긴 한데 중병이나 난치병을 이걸로 치료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심천사혈요법이라는 게 유행한 적도 있는데, 그 당시에도 피를 너무 많이 빼서 부작용으로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져(남자는 12, 여자는 11정도가 정상수치. 과도한 사혈로 이것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문제가 된 사례) 병원을 찾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던 것로 기억한다"며 "특정 기법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맹신은 금물"이라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무면허의료인에 의한 사혈요법은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불법의료행위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