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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 법정관리②] 어음 대참사에 중간관리자 법적 성격 논란 재점화?

"어음 제도상 어쩔 수 없다" vs "근로자성 인정 등으로 논리 유추 필요"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9.02.13 18:23:36
[프라임경제] "2019년 02월07일 금일자로 (주)화승 발행어음이 최종 부도처리 됐습니다. 할인어음 금액이 상환되지 않을 경우 금융전산망의 자동 연체정보 집중에 근거해 카드사의 신용카드정지(2월13일 예정), 재산압류조치 등의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으며, 상환시까지 원금에 11.5% 연체이자가 적용되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변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화승 매장 중간관리자들이 이런 독촉을 대거 받으면서 패닉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수수료를 어음으로 받았는데, 화승이 위기에 처하면서 이들이 어음을 메워야 하는 불상사가 빚어진 것. 

화승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은 때문. 화승은 중간관리자들에 보낸 부도관련 대책안에서 "중간관리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것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4개월 부도어음에 대해서는 임금성 채권임을 들어 우선적으로 상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법원에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며, 1월 판매분에 대한 2월 수수료는 정상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법원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르까프로 유명한 화승이 지난달 31일 화승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 연합뉴스


여기서 잠깐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임금성 채권이라는 설명 부분. 상식적으로, 그리고 화승조차도 임금처럼 받은 어음이 말썽을 부리고 있다는 대전제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중간관리자들은 본사의 방침대로 일을 하고 수수료를 받지만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는 것. 이에 따라 안타깝지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결국 이들은 주변의 도움으로 갚거나 개인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열심히 일했는데 돌아온 것은 빚과 좌절감인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어음을 받으면서 일하다 결국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까지 노출되는 게 온당한 것일까? 이들이 근로자인지 여부는 심지어 그럼 이들이 그 동안 빚을 지면서 일한 꼴밖에 안 되지 않느냐는 근원적 물음까지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승의 각 브랜드 매장 중간관리자들이 근로자임을 전제로, 어음 변제 의무가 없다는 확인을 법적으로 강구해 주는 게 정부의 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 처리를 그동안 어음으로 받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치더라도, 회사가 무너지는 마당에 어음까지 대신 갚아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단히 전위적이고 관점에 따라서는 말이 안 되는 과격한 논의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으나 한국 대표신발업체 화승이 무너지는 상황에 다수 피해자가 양산되는 상황에 종합적이고 합목적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해 초반 나온 한 판결이 주요 시사점이 된다는 것. 발렌타인의 백화점 중간관리 판매 사원(판매용역 계약)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른 사업 군에서 제기된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패션 매장의 경우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었다. 

그런데 해당 판결은 "근무시간, 서비스 품질 요구, 회사가 재고와 매출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한 점과 업무 관리 지시, 판매사원의 휴가와 병가 등의 내용을 회사에 보고한 점, 비품과 작업 도구 등이 모두 회사 소유로 무상으로 제공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위임계약처럼 보이지만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인 계약으로 근로자성이 있다"라고 했고, 이를 분석하면 직영체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패션 업체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한 공인노무사는 이 문제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 "판결문은 '본사의 지시에 따라서'라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본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핵심이며 중간관리자의 개인 사업자 등록 여부는 이번 판결에서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승의 중간관리자들 역시 실질적으로 근로자성을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

한편, 상법학계를 중심으로 어음 체계를 흔드는 논리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올 수는 있다. 어음 제도는 어음 명목상 원인이 되는 채권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일단 어음이 발행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또 그 전전유통 과정에 개입되는 이들도 어떤 형식으로든 모두 책임을 분담 내지 이동, 인계하면서 금융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게 맞다.

하지만, 앞서 패션유통부분의 근로자성 판결마저 나온 터에, 화승이 만약 여러 형식과 각종 틀을 악용해 이들에게 결국 회사가 져야 할 임금지불의무나 직원의 보호의무는 도외시하고, 오히려 회사가 어려워질 때 어음금 책임 의무까지 떠넘기는 걸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고의로 그렇게 진행했다면 이건 큰 문제다. 어음의 안정성 등 논리로 이를 각 중간관리자들에게 맡길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화승이 이들의 근로자성을 전혀 몰랐다고 하긴 문제가 있지 않은가 의문이 제기된다. 또, 화승의 어음이 시중에서 할인이 잘 안 된다는 소문이 나돌던 때 이들이 어음을 계속 받았다면 일종의 어음 사기나 임금 사기일 수도 있다. 그런 터에 국가행정기관들과 사법부가 어음의 속성과 본질이라는 미명으로 책임을 묻는 데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화승은 지금까지도 대리점 모집을 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해법과 책임 규명을 해야 한다는 당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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