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설 연휴 기간 발생한 포스코 사망사고와 관련해 제기된 '사인 은폐 의혹'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추혜선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노동인권실현과 경영민주화를 위한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이하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와 민주노총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도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날 추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포스코는 사고 발생 직후 신속한 구제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지병 돌연사로 처리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추혜선 의원을 비롯해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와 금속노조가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김동운 기자
과연 이번 사망사건을 두고, 이들이 '사실 은폐'을 주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번복되는 진술과 현장 검증
우선 현재까지 확인된 사인이 포스코가 최초 언급한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가 아닌,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이라는 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은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며 "고인의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말한 것은 초기 상황보고에서 나온 내용으로 와전된 것이며, 노동지청에서도 부정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 및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현장 조사 결과와 관련자 진술을 참고한 뒤, 충돌 흔적이 없고 외상이 없었던 점을 종합해 근무 중 사고에 의한 재해는 아니었다고 추정했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당시 함께 근무한 인턴사원 진술이나 현장 검증에 대한 신빙성도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초 경찰 조사에서 "모르겠다"라고 말한 인턴 직원은 이후 "자기가(본인이) 설비를 작동했다"고 말을 바꿨으며, 나중에는 "고인 지시로 작동시켰고, 설비에 의한 협착으로 사망했다"며 세 차례에 걸쳐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턴사원은 이런 진술 번복이 회사 지시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차례에 걸친 사고 발생지점 현장 검증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유족이 참석한 1차 현장 검증에선 안전통로에서 이뤄졌으나, 2차 검증에선 12번 하역기 크레인 위에서 진행되며 사고 장소가 번복된 것이다.
노조 측은 "사고 당시 작업복이 설비윤활유가 묻어있었고, 바지가 찢어져 훼손됐음에도 '지병에 의한 돌연사'라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사고 지점을 임의로 지정한 것은 아니냐"고 강조했다.
반면,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검증위기가 바뀐 이유를 조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사법기관에서 밝히는 과정인 만큼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사고 1시간이나 경과한 후 사외 119가 도착해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미숙한 초동 대응도 의혹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인턴사원이 쓰러진 김모씨를 발견한 시각이 오후 5시43분경. 사외 119 대신 출동한 사내 119는 현장에 도착한 후 1시간 뒤에 사외 119에게 고인을 인도했다. 즉, 사내 119가 환자 생사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포스코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난 포항 제철소는 국가법령에 의해 사내 119를 운영하게 돼 있다"며 "사내 119는 사외 119와 동일한 수준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고의 경우 고인을 이동시키면서 들어 내리는 과정에서 사외119가 도착한 것으로 안다"며 "사내 119는 당시 응급조치를 진행했으며, 출동한 내역은 통합응급의료정보에 등록했기 때문에 산재를 은폐할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포스코는 사고 이후 포항과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영덕에서 있던 고인 동료에게 공장으로 들어오도록 한 후 '심정지로 인한 사망'임을 알리면서 유족들에게 사고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산재 발생 시 노사로 구성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보고 의무가 있음에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그 대신 장례식장을 찾은 회사 임원과 간부들은 유가족들에게 고인의 부검을 하지 말고 조기에 장례를 치를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지역기관간 유착관계 '포스코 카르텔' 참사
다른 쟁점은 또 없을까? 추 의원은 "포스코 사측 내부 통신망에 올린 최초 사망 속보에 '포항노동지청감독관이 산업재해 흔적이 없다'고 기재한 내용 진위를 둘러싸고, 포스코와 포항지청간 주장이 서로 엇갈리며 의혹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청감독관은 현장조사 시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만약 감독관 말이 사실이라면, 포항지청은 포스코에게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추 의원은 "경찰 역시 사고 직후 충격에 휩싸인 유족들에게 연락을 해 경찰서로 빨리 와서 조사를 받고 조사서에 날인을 해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며 진술을 중용하며 조사서에 서명할 것을 재촉했음이 드러났다"며 "더군다나 고인 몸에 피멍이 든 데다 바지가 찢어져 있고, 옷에 윤활유가 묻어 있는 변사체에 대해 서둘러 조사를 받고 날인한 후 시신을 인도할 것을 종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이번 산업재해는 포스코와 포항 지역기관간 유착관계로 형성된 '카르텔'이 만들어낸 참사"라며 "중앙정부 재조사 없인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계속해서 일어나는 포스코 노동자 사망사건을 막기 위해 국회와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포스코 산재사망 은폐·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및 특별근로감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정의당 등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강력하게 포스코 책임론에 군불을 지필 태세인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은 "상식적 기업이라면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공식적 사죄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포스코는 그저 감추기에 급급하며 의심을 증폭시켰다"며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포스코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