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기업들에게 2008년은 인수합병(M&A)의 해가 될 것 같다. 새해벽두부터 기업들은 매물시장에 나온 대한통운을 놓고 치열한 인수전을 벌였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등 굵직한 매물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 M&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friendly 기업친화적) 정책에 따라 M&A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들 사이에선 ‘때가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기업들이 현금유동성 여유를 가진 점도 M&A 시장 열기를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다. 참여정부 시절 기업들은 투자를 아끼는 분위기였다. 정부 경제정책 기조가 대기업에 대한 규제 일색이었던 점 때문에 기업들은 저마다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들은 이명박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과감한 투자를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 의사를 내비쳤다.
‘기업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이 당선인의 계획과 ‘앞으론 시장에 돈을 풀겠다’는 기업총수들의 화답을 서로 맞교환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M&A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초 대기업총수들은 기업 청사진을 소개하는 신년사에서 M&A를 통한 영역 확장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예전엔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대개의 경우 기업들은 M&A에 대한 계획이 있어도 이를 극비리에 준비하곤 했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조심했다. 하지만 이젠 드러내놓고 M&A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서 밝히고 있다.
◆M&A 여부 따라 재계 새 판
▲“올해 그룹 전계열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글로벌 경영과 M&A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M&A 및 자본 제휴 등을 통한 시장우위 확보 전략이 확산될 것이고 (…) 신규사업ㆍ신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글로벌 물류사업 확장, 인프라 보안, M&A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서강호 한솔CSN 대표) 등 M&A 포부를 직접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초대형 매물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공격경영’을 모토로 삼고 과감한 M&A로 영토 확장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포스코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다”(윤석만 포스코 사장)
기업 총수들이 저마다 M&A 시장을 겨냥해 눈독을 올릴 만큼 매물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주요 매물 규모가 초대형이어서 M&A 여부에 따라 인수기업의 재계 서열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관련 업계에서의 우위 확보와 기업의 위상을 위해 M&A에 전력을 투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라이벌 기업을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측면에서도 M&A는 중요한 사업이다.
대기업들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M&A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을 ‘해외 M&A’라는 발판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결합을 심사할 때 관련 시장의 범위를 ‘세계시장’으로 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입장대로라면 M&A 시장은 앞으로 해외로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맞멸려 국내 유사업종간 M&A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받는 현대(家) M&A 행보
국내외 M&A 시장에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등 4대 그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현대가(家)가 주목받는다. 현대기아차그룹이 건설업계 최고 덩치인 현대건설 인수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관심이 높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젊은 시절 이명박 당선인과 함께 현대건설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였던 현대건설을 현대기아차 쪽에서 인수할 경우 현대가의 ‘주권’을 되찾는 상징성을 가진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만도에 대한 인수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의 기업 인수 행보도 관심사다. 이명박 당선인을 지지하면서 대선 막바지에 한나라당호에 합류한 정 의원이 ‘정치거물’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의 영향권 아래 있는 현대중공업이 여러모로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정 의원이 향후 초대형 M&A를 측면 지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하이닉스나 대우조선해양 등의 인수자로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트랜스칩’을 인수하면서 한 단계 덩치를 더 키웠지만, 향후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M&A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지만, 삼성비자금 특검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재계는 점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며 기세를 올린 SK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M&A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전계열사 임직원을 상대로 한 사내방송에서 “이젠 전리품을 챙길 때”라며 ‘전쟁터’를 언급하는 등 공격경영을 유달리 강조했다.
포스코와 GS는 대우조선해양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대건설?하이닉스 등과 함께 매각작업이 산업은행 민영화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정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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