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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기금 운용내역’을 철저하게 감사하라

 

백병훈 논설위원 | press@newsprime.co.kr | 2008.01.13 15:48:15

[프라임경제] 그동안 말도 많았던 “남북경제협력기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은 1998년 이후 남북경제협력이라는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막대한 규모의 유, 무상 경제지원을 해왔고, 그 규모는 해마다 큰 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국민혈세인 남북경제협력기금의 용처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얼마만큼의 규모를 모아, 어떻게 전달되고, 또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국민들은 쉽게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돈이 합당하고 깨끗하게 쓰여 졌는지 납세자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동안 대북 출연기금의 집행에 대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단 한차례의 감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그동안 남북경협기금이 누구도 넘나 볼 수 없는 “성역”으로 자리잡아왔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이명박 신정부는 국민의 혈세가 제멋대로 잘못 쓰여지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기금의 배정과 집행과정에서의 투명성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그동안 정책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남북협력기금에 대해서 정부예산과 마찬가지로 기금 운용실태에 대해 국회차원의 조사검토와 감사원의 정책 및 회계감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남북협력기금이 지난 시기 남과 북에서 제멋대로 엉터리 “묻지마식”으로 사용되었었다는 것은 규정을 무시하고 기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통일부가 <한민족복지재단>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나, 북한당국이 스스로 대남 민간경협 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민족화해협력위원회>의 비리를 조사 한 것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햇볕정책 10년 동안 북한에 넘어간 돈은 통일부의 공식집계에 의하면 8조 6,178억원이다. 98년부터 작년까지 사용된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5조 9,486억원이고, 민간 차원을 포함한 인도적 대북지원 규모는 1조 8,872억원에 달한다. 비공식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노무현 정권에서 정부와 여당은 독일의 사례를 들어 통일비용으로 이 정도는 아깝지 않다고 했다. 북한이 진정 경협자금을 북한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굳이 반대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길 남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짓밟아 버렸고, 고맙다는 대답 대신 남측을 겨냥한 핵무기와 미사일실험으로 답례했다. 은혜를 배신하는 후안무치다. 그런대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북한이 한국과 세계를 향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는 그 순간에도 인도적 대북지원 명목으로 “강성대국” 건설에 기여할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

대량 아사자가 속출하던 99년 북한은 식량구입 대신 미그 21기와 헬리콥터 8대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구매했다. 미사일 발사실험에만도 600억원이 소요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국방부는 한발의 핵탄두를 실험하는데 2,570~7,258억원의 직접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대북지원 자금이 사용됐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나마 북한에 지원된 식량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작년 12월 6일, 황장엽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북한민주화위원회>가 “대북지원 쌀 분배실태 조사결과 발표회”를 갖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 위원회는 남한지원 쌀이 본래의 취지대로 지원됐는지를 조사했고, 이를 위해 98년 이후 남한에 정착한 탈북주민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쌀 지원을 받아 본적이 있다는 사람은 전체 조사대상자 중 7.6%에 불과했다. 뭔가 잘못된 일이다.

또, 위원회는 고위층 출신 탈북민 조사결과 남한지원 쌀 분배실태를 폭로했다. 남한이 제공하는 식량배분 1순위는 전쟁비축미 창고인 이른바 “2호 창고”와 전투부대에 우선 배분되며, 2순위는 군수경제를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산하 기관, 기업소, 3순위는 당, 정, 중앙기관 간부들, 마지막 4순위는 취약계층인 일반인 주민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남측의 대북식량 지원 취지가 완벽하게 뒤바뀐 것이다.

위원회는 또 남한이 지원한 비료도 엉뚱한 곳에 쓰여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정권은 그동안 비료 구입비로 2억 5,000만 달러를 무역성에 배정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때부터 남측의 비료지원이 시작되면서 북한은 이 예산을 군비를 관장하는 “제2 경제위원회”에 넘겨 사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비료지원도 군용으로 전용된 것이다.

현재 감사원에서 민간단체 지원부분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대상은 인도적 무상지원을 포함하여 대북 유상지원까지 포함하는, 대북경협자금 전반의 감사가 돼야 맞는 이야기다.

국민의 혈세가 제멋대로 잘못 쓰여지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자금의 배정과 집행과정에서의 투명성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통일부, 국정원, 감사원, 국방부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할 일이 따로 있을 것이며, 그것을 국민에게 낱낱이 보고해야 한다. 이명박 신정부는 남한에서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돈과 물자현황에 대해 국민에게 보고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협력기금에 대한 조사와 감사는 과거정권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나 심판의 문제가 아니다.

협력기금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북한 주민의 삶과 생활을 개선하는데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알아보면 되는 것이다. 이것의 전제조건과 원칙은 투명성과 합리성이다.

이명박 당선자도 1월 10일,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만난자리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인간 존엄성이다. 하늘이 천부적으로 내려준 인간이 인간다워야 할 숭고함과 존엄성이 유린되고 짓밟힌다면 그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한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삶과 생활은 곧바로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이고, 대북지원은 그런 원칙 하에서 차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차제에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정부지원을 받은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지원금 규모 등에 대한 실태 파악도 이루어져야 한다.

조건없는 묻지마식 대북지원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방해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체제강화를 위해 군자금으로 사용되는 역설을 낳을 것이다.

백병훈(프라임경제 논설위원, 국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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