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 사임 뒷담화

일각에선 ‘현정은 회장 경영일선에 뛰어들 것’ 관측도

김동현 기자 | pen1969 | 2008.01.11 16:45:01

[프라임경제] 해운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이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노정익 현대상선사장  
 
현대상선 측은 “노 사장이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사임했다”고 밝혔지만, 30년간 ‘현대맨’으로 일했던 노 사장이 내년 3월까지의 임기를 남겨 둔 채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난 터라 회사는 물론, 업계 전체가 뒤숭숭했다. 

현정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말도 파다했다. 4명 사내 이사 가운데 한명인 현 회장이 현대상선의 경영 일선에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자자했다. 이는 한진해운의 고 조수호 회장 부인 최은영 부회장이 지난해 말 회장으로 승진한 경우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당시 한진해운은 “공석이었던 회장직을 최은영 부회장이 물려받은 것일 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최 회장은 ‘오너 경영인’의 위상을 이어 받았다.  

노 사장이 이명박 정부로부터 모종의 역할을 위임받았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노 사장은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현대그룹 기획실에서 주로 근무했다. 2002년 9월 현대상선 사장으로 옮겨와 5년 동안 최고경영자로 일하면서 경영능력, 특히 위기관리 능력 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그가 사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로 살얼음을 걷고 있었다. 단기 차입금은 조 단위였고 대북사업과 관련해 온갖 조사란 조사는 다 받을 때였다.

그는 자동차 운송 부문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 회사를 위기에서 지켜냈다. 노 사장은 현대상선을 단기차입금이 하나도 없는 건실한 회사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 정도라면 ‘실무’를 중시하는 이명박 당선인이 좋아할 만한 ‘자격’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 해도 손색은 없을 만하다. 

현대상선은 우선 노 사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음주 중 이사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 현정은 회장, 이기승 기획총괄본부장, 이동렬 전무 중 1명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상선 측에 따르면, 현재로선 이동렬 전무가 3월 정기주총 때까지 한시적인 대표이사를 맡고, 이후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것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 회장의 ‘등장’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노 사장의 자리가 워낙 컸기 때문에 ‘노정익 급’ 경영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 때문에 경영 장악을 위해서라도 현 회장이 추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 측은 “현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하고 있어 (현 회장이 경영에 나서는 것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 사장의 퇴임사 전문.

친애하는 현대상선 임직원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한 5년 여 시간을 뒤로 하고 저는 이제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합니다. 숙고 끝에 결심을 하고 지난 날에 대한 회고와 함께 마지막 소회를 나누기 위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지난 2002년 9월 현대상선 사장직에 취임하여 당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 속에 흔들리는 ‘현대상선號’를 다잡기 위해 힘에 부치는 나날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해 8월 故정몽헌 회장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시는 충격 속에서도 모든 임직원들이 일치단결했기에 현대상선을 둘러싼 수많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웠던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현대상선이 해운사로서 초우량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창사 이래 30여 년간 임직원들 사이에 면면히 내려온 끈끈한 동지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事必歸正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임직원들의 노력과 희생을 시장이 인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몫을 다하여 준 만큼 회사의 경영자로서 보람을 느끼며 업무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경영환경과 새로운 도전에 맞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현대상선의 또 다른 약진을 위해 변화에 대응하여 혁신을 주도하는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個人史를 회고컨대, 저는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래 지난 30여 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현대그룹에서의 지난 생활은 많은 아쉬움 속에서도 영광스러운 일들이 더욱 많았던 날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제 저는 30년 ‘現代人’의 생활을 뒤로 하고 ‘제 2의 인생’을 위해 지난 인생을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현대상선 임직원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한 세월을 생각하니 벅찬 감회가 저의 가슴속에 밀려옵니다.

끝으로 임직원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즐기며 할 수 있고 늘 즐겁게 살아가는 풍요로운 삶의 자세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삶에서 많은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선 사람일수록 인생에 대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 건투하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