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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컨설팅 지원사업 논란…중기부, 경영·기술지도사 푸대접

컨설팅은 비독점적 사업 해석에 타 전문자격증보다 홀대 겹쳐 설상가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3.19 23:59:38
[프라임경제] 경영지도사나 기술지도사 자격증을 가져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보기에는 컨설팅 전문성이 없다? 경영·기술지도사의 전문성과 자격제도 존립 기반을 오히려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흔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계기는 지난 2월14일 발표된 '2019년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 공고'. 

중소기업이 영역별로 요청되는 전문지식을 조언받고 시대 흐름에 따라 요구되는 각종 경영상 난제에 대응하도록 컨설팅을 받도록 돕는 것이 골자다. 이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능력을 갖춘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고 그에 소모되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을 기반으로 활동하게 될 컨설턴트의 자격이 문제다. 이는 컨설팅과 컨설턴트에 대한 중기부의 기본적 철학에 대한 논란이기도 하다.

◆졸업하자마자 컨설팅사 입사 '서당개 3년', 전문자격증보다 낫다? 

2019년 공고 별표5에서 컨설턴트 등급 및 자격기준은 컨설팅 수행경력 기준으로 특급부터 5급까지 총 6개 등급, 전문자격 기준으로 특급부터 4급까지 총 5개 등급의 두 가지 트랙으로 정했다(수행경력 트랙 대 전문자격 트랙).

즉, 4년제 대학을 나와서 해당 분야 컨설팅을 3년 이상하면 되는 5급부터, 학사학위 소지자로서 24년 이상 컨설팅을 수행한 경력자의 특급까지 혹은 전문자격을 얻음으로써 얻는 4급부터 전문자격증 소지자로서 12년 이상 컨설팅을 수행한 자의 특급까지로 이번 사업에서 요하는 컨설팅을 수행할 수 있는 것.
    
컨설팅이란, 어떤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고객을 상대로 상세하게 상담하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꼭 자격증 소지자에게만 있지는 않고, 관련된 일을 하다(극단적인 경우로 전문자격자 옆에서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예) 얻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격증 소지자에게만 컨설팅이라는 것을 독점시키는 게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자격증의 귀족화이자, 자격증 제도의 폭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기술지도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자격증을 무시하고 다른 방식으로 대졸자가 경력으로 쌓을 수 있는 '컨설팅업계만의' 전문성이라는 게 과연 있는지, 또 그런 게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해도 전문자격증 제도를 부정할 정도로 깊은 존재 의의와 값어치가 과연 있을 것인지 논란이 되는 지경이 역으로 일어난다면 그건 확실히 문제다. 

경영지도사는 2월14일 발표 공고에서 전문자격 트랙에서 인정하는 전문자격증 종목에서 아예 '배제'됐다. 이 공고는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노무사 △변리사를 전문자격증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경영지도사는 수행경력 트랙을 통해 컨설턴트 자격을 얻도록 했다. 즉, '지도사 자격증=컨설팅 현업 경력 2년'으로 대체해 주는 것으로 환산기준의 일환으로만 본 것.

경영지도사나 기술지도사가 무자격 컨설팅 현업에 못하다는 것으로까지 거칠게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한국직업사전'은 경영컨설턴트에 대해 '기업 경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재무, 회계, 인사, 미래비전, 유통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기업의 경영상 문제점을 밝히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고 의의를 밝히고 있다. 

한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의 '직업정보'에 의하면, 경영컨설턴트는 '기업경영에 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연구하며, 사업추진에 관한 상담과 자문을 제공한다'고 하며 아울러 '기업의 인사, 조직, 노무, 사무관리에 진단과 지도를 돕는다'고도 업무를 설명한다.

그런데, 경영지도사는 그 업무 정의가 특히 '법률'로 되어 있다.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은 제47조에 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를 각각 규정하며 예를 들어 경영지도사의 경우만 보자면, 기업경영의 지도·진단, 노무의 지도·진단, 재무관리의 지도·진단 등과 위 각 영역의 상담·자문·조사·분석·평가·확인 등까지 그 업무영역으로 한다.

컨설팅 영역에서 전문가인 지도사를 오히려 홀대하는 기현상이 벌어져 관심을 모은다. 당국의 사업공고 내용 중 문제 부분만 고치면 될 게 아니라 해당 분야 전반의 관리 체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정부청사 앞에서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부 공고 내용을 규탄하는 지도사들. ⓒ 32기·33기 경영·기술지도사회


◆법률상 자격증 푸대접, 중기부 "컨설팅은 비독점적 사업"

그러므로 컨설팅을 경영지도사나 기술지도사가 못할 바가 전혀 아니다. 컨설팅이 오히려 지도를 돕는 폭넓은 의미의 지원(도움)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의 공고 내용은 거꾸로 된 것. 오히려 '실무 경험이 없이 자격증만 코에 건 사람'을 못 미더워한다고 손치더라도, 변호사나 변리사 혹은 노무사의 조언 능력보다 경영상 문제에 대해서는 이들 지도사의 능력을 더 윗길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전문자격증 제도 각 영역의 문제에 오히려 반하는 규정이 들어선 것.

경영 및 기술지도사 제도의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이들 자격증 제도를 전면부정하는 게 아니고서는 말이 안 된다는 불만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공고 내용이 알려지자 당연히 논란이 커졌고, 급기야 중기부에서는 지난 2월21일 수정 공고를 냈다. 수정 내용은 전문자격이라는 기준을 없애고 기존 경영·기술지도사와 변호사·회계사·노무사 등을 통합, 경력별로 등급을 정하도록 바꾼다는 것.

즉 기존 공고에서는 2년 미만 경영·기술지도사는 이번 컨설팅 지원사업에서 인정되는 범주 내의 컨설턴트로 등록이 불가능했으나 5급으로 분류돼 인정 범위 내에 턱걸이를 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중기부의 컨설턴트 자격기준이 한 번 이처럼 부각된 것이 갖는 사실적  효력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중기부 산하기관에서 컨설팅 사업 자격 기준으로도 활용되면서 매번 논란을 키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바로잡았으니 된 것 아니냐' 혹은 '고쳐줬으니 그만 만족해라'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경영·기술지도사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전문성을 그것도 다름아닌 주무부처인 중기부가 송두리째 흔들고 의문을 제기하는 폭압이 일어났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 기준을 바꾸려다 실패하거나 잠정 보류한 것이 다른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이들 전문가 집단(지도사들)의 생존 기반과 존립 자체, 자부심 등을 전면 부정하는 행보일 수 있다.

현재 중기부 관계자들은 "컨설팅 사업은 자격증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비독점적 사업'"이라면서 "따라서 자격이 없어도 되는 영역"이라고 한다. 이는 경영컨설팅을 경영지도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보고, 경영지도사가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외에 무자격인 컨설턴트가 얼마든 존재할 수 있다는 논리로도 연결된다.

◆경영지도 돕는 성격의 컨설팅, 자격 전문화 담쌓고 괜찮을까? 

따라서 이 논리에만 따르면 정부 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사업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컨설턴트의 인정 여부, 혹은 그 등급의 높고 낮음은 자격증 제도와 무관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컨설팅과 지도사 업무 규정의 문리적 해석이든 합목적적 해석이든 어느 쪽을 고려해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고 체계다. 지도를 돕기 위한 개념인 컨설팅 세계에서 전문자격사인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가 인정을 못 받고 오히려 무시를 당하는 게 맞다는 이상한 체계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컨설팅이라는 개념이 희미하고,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적었다거나, 혹은 이런 컨설팅 수요가 막 일어나고는 있으나 관련 전문 자격증 소지자가 충분하지 않아 컨설팅 영역에 경력이 있는 이들을 컨설턴트로 대우하는 게 필요하고 자격증 소지자들과의 병존 상황을 (부득이) 인정할 필요가 한시적으로는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영역이든 그런 시대가 지나고 자격증 제도가 확립된다면 경험과 식견에 의해 자격술사와 함께 활동하던 이들의 영역을 서서히 줄이고 자격증 소지자 중심으로 제도 개편을 하는 게 맞고, 다른 영역에서도 그렇게 해 왔다.

또 대졸자가 일정한(충분한) 사회 생활을 한 뒤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식견을 인정받아 컨설팅을 좀 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 지원사업에도 충분히 그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적 컨설턴트로 커나가는 게 우리나라 컨설팅의 확고한 관행이라면 혹시 모를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컨설팅 제도나 업계의 상황은 그렇게 철두철미한(경영지도사 등의 '자격증만' 갖고 있는 이를 무시할 정도로 엄격한) 양성 체계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경영지도사나 기술지도사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면 일단 지도사 자격을 딴 이후에 일정 기간을 컨설팅 각 분야에서 활동해 '컨설턴트로서의 활약 능력을 인정받은 지도사'로 거듭나도록 업그레이드안을 만드는 게 답이라는 비판도 그래서 뒤따르고 있다.

경영지도사가 아닌 컨설턴트를 전부 없애고 금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제도 발전을 충분히 노릴 수 있고 합리적인 관리 방안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의 중기부 판단은 '컨설팅 경력'이라는 일종의 신기루에 의존해 역주행을 하고 있지 않은지 문제다. 지도사와 컨설턴트라는 영역, 컨설팅이라는 세계에 대한 관리 방식을 전면적으로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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