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전문성 강화한 탱크 의회, 행정부 감시 능력도 쑥↑…장강식 부산진구의회 의장

[당선 반년, 공약은 안녕하십니까?⑥] 의정활동 효율성 통해 서은숙 구청장 적극 지원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9.01.07 23:39:27
[프라임경제] 6.13 지방선거 이후 전국의 지방자치의회와 자치단체장이 대거 바뀌었다. 특히 부산은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의 대변혁을 맞이했다. 새 임기 워밍업 기간을 끝내고 이제 취임 후 두번째 해가 시작됐다. 야심차게 내걸었던 공약 사항들과 업무 목표가 실무 과정에서 검증과 시험을 충분히 거치면서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으며, 작지만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각 지자체와 의회 지도자들이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육성을 들어본다.

재선 구의원이자 의장으로 부산진구의회에서 뛰고 있는 장강식 의장. 그는 요새 누구보다도 의정 활동에 신바람이 난다. 지난 번 첫 임기 때에도 열심히 일했지만 당시에는 주류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파란 물결을 일으킨 와중에 부산 역시 자유한국당 계열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패턴이 깨졌고 그도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아 의장에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다수당의 특권으로 상임위 배정과 위원장 배치 등에서 힘을 쓸 수도 있었지만 장 의장은 부의장과 노른자위라 불리는 창조도시위원장직을 한국당에 양보했다. "득표율에 따른 배정이다"라는 담담한 설명이지만, 일부 한국당 출신 구의원을 선택한 주민들의 민의를 반영하고 한 덩어리가 돼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자는 메시지를 상대 당에 보내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평.

주민이 바라는 부산진구로의 변화를 위해 이처럼 탕평의 길을 택한 장 의장이지만 그렇다고 무색무취, 좋은 게 좋은 것으로 흐르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공무원들 무리한 요구 꺾어버린 탱크 의장

장강식 부산진구의장이 풍부한 식견으로 구의회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사진은 철도 지하화 이슈로 시의회를 찾았을 당시의 모습. ⓒ 장강식 의장

지난해 첫 본회의 안건으로 그는 강한 의지와 소신을 널리 과시했다. 부산진구 공무원 노조가 6급 진급 비율을 27%로 요구하는 단체협약을 요구해 공이 의회로 넘어온 것. 그는 집행부(행정부) 견제를 위해 공무원들의 선심을 사둘 필요가 있다는 일부 풀이에도 불구하고 재정상 무리하고 원칙에 어긋나는 요구조건이라는 점에서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노조 측에서는 현수막을 걸고 강하게 반발하며 단체행동를 하기도 했지만, 장 의장은 "부산시 어느 구도 6급 정원을 27%나 둔 예가 없다. 구민들을 위한 대민서비스를 개선하는 게 순서가 아니겠느냐?"며 무분별한 진급 잔치 가능성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복지부동 분위기가 감지되는 부서나 공무원들에게는 직접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공무원들을 붙들고 "일 좀 열심히 하라, 설렁설렁 일하다 퇴직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압박하는 통에 부산진구의 근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도 나온다.

이렇게 엄한 시어머니 역할을 의회에서 밀어붙여주고 있으니 초선 구청장인 서은숙 구청장의 업무 추진에도 한결 힘이 붙을 수밖에 없다. 집행부와 의회는 기본적으로 견제와 감시를 하게 돼 있지만 같은 당 출신인 덕에 불필요한 충돌 없이 잘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사실. 장 의장이 연륜과 공직사회 기강 다잡기로 구청장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 주고 있는 셈이다.

장 의장의 식견과 정치 경험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부산진구의회가 자랑할 만한 특징인 현장 중심 활동과 상임위 중심 민원 대처다. 장 의장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과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발로 뛰는 의회를 강조했다. 

그런 한편, 의욕만 앞서서 현장에 매몰되고 효율은 막상 나오지 않는 분위기를 경계해 해법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각자 자신의 지역에서 선출된 의원 개개인에게 민원을 내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성이 없이 각개격파식으로 접근하다 보면 처리 능력이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고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에 맥락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장 의장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개별적인 해결에만 급급할 수 있는 민원들을 망라해 상임위 중심으로 움직이자고 제안했다.

특히 재개발이 많은 부산진구 특성에 따라 의견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청회 개최에도 열을 올렸다. 민원인과 상임위 관계자들, 일선 행정 공무원들이 하나가 돼 의견을 교류하고 서로 생각을 듣다 보니 50% 이상의 해결과 만족도를 보였다는 것.  

전문성 강화 어시스트 제도로 업그레이드 의회 꿈

장 의장은 특히 "부산시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부산진구의회가 법률자문기구인 전문위원을 두고 운영한다"면서 어시스트를 통해 전문성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충전하는 부산진구의회가 될 것이라는 각오를 피력하기도 했다.

전문성 강화와 상임위 중심 대응 등으로 의회에 신바람 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심었다. ⓒ 프라임경제

사실 기초의회(구의회)는 통상적으로 전문성이 광역의회(시의회) 구성원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다. 조례를 만들어도 상위법에 배치되는 경우나 문제가 있는 내용이 필터링되지 못하고 입안, 시행됐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충돌할 때 없애거나 고치는 예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행정적 낭비와 주민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를 적극적으로 미리 검토, 보완하고 필요한 조례나 제도를 구의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것이다. 이번에 부산진구의회가 '큰 맘 먹고' 법학박사 출신 별정직을 1명 위촉한 이유다.

물론 내용 파악과 전문성 보충을 위해 기초의회들은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조언과 검토를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성 보완은 이런 방법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할지라도 원래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에서 칼과 창을 초장부터 집행부에 맡겨 만드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또 때로 공직사회에 불편한 점을 문제의식을 갖고 조례화할 때 공직사회의 도움을 받아 추진하는 것도 사실 거북한 면이 없지 않다.

민의의 반영해 일시적으로 비판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방향을 제시해 보겠다는 각오가 부산진구의회에는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장 의장으로서는 부득이 "다음 계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듣는다. 차기 구청장을 노리고 땅 다지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하지만 장 의장이 이미 이번에 민주당 강세가 예상되는 국면에서 구의회를 지키는 선택을 했다는 점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런 호사가들의 시각에 고개를 젓는다. 당시 민주당은 강세 예측 국면에서 부산 등에 인물을 충원하는 데 애를 먹은 게 사실. 과거 한국당의 부산 지방정가 독식 현상으로 민주당 쪽에서는 구의회 경험이 있고 정치적 색채가 분명한 인물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지 않았었다. 때문에 구의원급이 대거 시의원 후보로 차출, 시의원으로 영전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장 의장 주변에서도 동료 기초의원들이 지난 6월 선거로 시의회에 진출하기도 했으나, 공천 정리 과정에서 장 의장은 구의회에 남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었다. 요소요소가 모두 탄탄해야 유기적으로 일이 잘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의장으로서 나름대로 부끄럽지 않은 역할을 해온 듯 하다. 그뿐이다"라며 소탈하게 웃는 장 의장이기에, 아직은 그에게 '다음'을 묻는 것은 지나치게 세속적인 것 같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