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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아보험과 유모차…불법영업 '기승'

'베이비페어 현장' GA 설계사, 사은품으로 현혹 "침묵하는 원수사"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8.09.01 15:31:55
[프라임경제] "사은품은 설계사 역량에 달렸죠. 가입 금액대가 낮으면 본인부담금도 어느 정도 늘어나니까 감안하셔야 합니다. 3만원 넘는 사은품은 사실 불법이라 원수사(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은 겨우 배냇저고리 하나 드릴 수 있어요."

"베이비페어 기간에 7만원대 태아보험 가입하시면 정가 52만원 카시트, 젖병소독기 등 상품 중에 하나 무료로 챙겨 드릴게요."

8월25일 삼성동 코엑스 A·B Hall에서 열린 육아·출산용품 박람회 '제34회 베페 베이비페어'에 참여한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001450)의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가 한 말이다.

상단부터 베페 베이비페어에 참여한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부스. = 하영인 기자

보험업법 제98조(특별이익 제공 금지)에 따르면 금품제공은 최초 1년간 납입보험료 10% 또는 3만원 중 적은 금액을 초과할 수 없지만, GA 소속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이를 외면하는 불법영업이 판을 치고 있다. 자신의 수당에서 일부 금액을 부담해 사은품을 주는 방식이다.

짧게는 10세부터 100세 만기 보장으로, 수십년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태아보험에서 이 같은 행위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모두 무법지대 '고가 사은품' 제공

임신·출산·육아·교육 관련 380여개 브랜드가 참가한 본 행사에는 나흘간 8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이 중에서도 태아보험 관련 부스에는 가입 상담을 받고자 대기 중인 임산부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이번 행사에는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두 곳이 태아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특히 태아보험은 산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가입하는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 자리에서 여러 보험을 직접 상담받으며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뿐 아니라 고가의 사은품을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에 태아특약을 추가해 가입하는 형태로, 임신 22주 이내에 언제든지 태아특약을 포함해 가입 가능하다. 단 1·2차 기형아 검사에서 재검사 혹은 이상 소견을 받게 되면 가입 시 제한되거나 출생 후로 가입이 연기될 수 있다.

DB손해보험 상품을 안내한 GA 소속 설계사 A씨는 "태아보험 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해상의 경우 가입자가 많은 만큼 손해율도 높아 가격대가 높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며 "DB손해보험은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각사의 보험마다 특장점이 달라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하는 보험이 있다면 타사 보험도 안내해줄 수 있다"며 "지금 사은품을 고르면 나중에 지인한테 똑같은 선물을 받아 쓸모없어질 수도 있으니 현금도 생각해보시라"고 당부했다.

보험 부스 한편에 놓인 인쇄물에는 버젓이 '당사는 보험 계약 유치를 목적으로 특별이익 및 부당이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지만, 설계사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태아보험 SNS 홍보물. 유모차 사은품이 시선을 끈다. ⓒ 페이스북 캡처

온라인상에서도 사은품을 내세운 불법영업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04년 업계 최초로 어린이 전용 종합보험을 출시한 현대해상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영위하며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 SNS 홍보물을 통해 현대해상의 굿앤굿 어린이 보험에 가입했다는 C씨는 "보험료를 8만5000원대로 맞춰 설정하고, 50만원대 카시트를 자기부담금 단돈 5만원에 받았다"며 "보장은 다 똑같다 보니 사은품을 안 볼 수는 없더라"고 전했다.

이 역시 GA 설계사를 통해 이뤄진 가입이었다. 이처럼 노골적인 사은품 마케팅은 원수사의 묵인하에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도가 지나친 마케팅에 힘입어 최근 신규계약 중 과반수가 GA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원수사는 자사 상품 판매 촉진을 위해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GA 설계사들이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높게 책정한 보험사 상품을 권유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수수료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사업비의 중요 요소로, 수수료가 오를수록 보험료에 전가돼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 또한, 과도한 시책비는 불완전판매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오늘날에도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소비자도 엄연히 '불법' 적발 시 최대 3000만원 벌금

보험업법을 위반한 보험사에는 연간 수입보험료의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며 설계사에게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이는 전속설계사와 GA 설계사 모두 해당한다.

그럼에도 여러 보험사에서 상품 코드를 따와 다양한 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GA 소속 설계사들은 고가의 대가성 선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C씨가 GA 설계사로부터 받은 사은품 관련 메일. ⓒ 프라임경제

여기에는 본사의 조력이 뒷받침된다. 물류업체와 대량 구매 계약을 맺은 GA 본사가 유모차, 카시트, 젖병소독기, 범퍼 침대 등을 소비자가의 절반 수준으로 들여와 이를 미끼로 활용, 설계사들의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것.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러한 행태가 불법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사은품의 노골적인 유혹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태아보험은 특약이 약 160가지에 이르는 만큼 일반 소비자들이 스스로 따져보기 어렵고 설계사에게 휘둘리기에 십상이다. 보장이 중복되는 항목이 있다거나 보험료를 올리기 위한 이른바 '꼼수' 항목이 포함됐을지라도 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여건에 맞는 보험료 설정 후 보험설계사들이 설정해준 보장 내역에 수긍하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태아보험 계약 시 너도 나도 다 받는다는 사은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최대 3만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설계사, 보험사뿐 아니라 보험 가입자 또한 처벌 대상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대 3년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을 납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보험의 핵심 담보는 선천성질환을 대비하는 것과 태아실손보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가의 사은품을 받기 위해서는 핵심보장만 설계할 수 없어 만기는 늘어나고 불필요한 특약으로 부풀린 보험료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때문에 보험 설계 경험이 많고 오랫동안 꾸준히 관리받을 수 있는 설계사를 통해 필요한 특약만으로 구성,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원수사 보험설계사 B씨는 "당장 눈앞에 놓인 사은품보다는 수십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태아보험은 총 납입금액은 1000만원대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만큼 몇 세 만기인지, 보장 범위, 갱신 여부 등을 깐깐하게 따져 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이어져 온 이 같은 행태는 금융당국의 말뿐인 제재도 한몫한다. 설계사와 소비자 간 은밀히 이뤄지는 보험 특성상 금융감독원 직원이 일반 고객으로 가장, 불법 사은품 증정을 적발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기도 하나 이러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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