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풍산(103140)이 덩달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38년만의 대대적 손질이라는 평가를 듣는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와중에 대기업집단의 사익 편취 금지(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풍산 등 중견그룹의 경우 직접 규제 대상은 아니라 하더라도 추가 감시 대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몰아주기 문제는 필연적으로 배당 이익 논란을 낳는다.
풍산홀딩스가 계열사들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아 오너 일가의 이익 창출만 해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 예를 들어, 지난 2015년의 경우 풍산홀딩스(005810)와 풍산의 배당액이 각각 주당 1200원, 600원으로 결정돼 류 회장 일가의 배당액이 33억원에서 40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주목받은 바 있다.
더욱이 풍산은 병역회피 논란을 굳이 일으키는 모험까지 한 바 있다. 일련의 논란 과정을 보면, 도덕적 비판 대상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외국 국적으로 갈아타도 활동에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현실적 계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회사 운영 상황, 오너 일가는 '국적 변동'
창업주의 손자가 되는 류성곤씨는 '로이스 류'라는 이름으로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이 됐다. 2세로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류진 회장의 부인(로이스 류의 모친)인 노혜경씨도 미국 국적을 취득(미국명 '헬렌 노')했다.
회사채 발행 차질 논란 등 때때로 해프닝과 부침이 있기도 했으나, 대체로 풍산과 이를 지배하는 풍산홀딩스의 구조는 탄탄하다고 평가받는다. 신동부문은 국제 구리가격 등락을 타지만 방산부문에서 일정한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는 분석이다.
풍산은 창립 40주년인 2008년 지주사 전환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2008년 4월 풍산은 지주사인 풍산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풍산 그리고 스테인레스 관련 기업인 풍산특수금속으로 분할됐다. 풍산은 동(구리) 업체이면서도 주요방위산업체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방산은 연구개발(R&D) 비용이 많이 들고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다. 방산업체 그 중에서도 방위사업법상 주요방산업체로 일단 진입하면 다른 회사들이 도전해올 가능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것. 특히 풍산은 핵심 제품인 탄약이 소모성 부품이라는 점에서 알짜로 꼽힌다.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는 이점을 갖고 있는 것.
당연히, 방산업체에 이점만 있는 건 아니다. 방위사업법 등에 따라 엄격히 규율한다. 이건 우리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국가방위의 허점이 뚫릴 가능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방위사업법 제35조에서는 방산업체를 규정하고 그 지배권의 변경 가능성에 대해 당국이 관리·감독을 할 수 있도록 규율한다.
이 법 3항에서 "방산업체의 매매·경매 또는 인수·합병, 그 밖의 사유로 경영 지배권의 실질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때에는 당해 방산업체와 경영상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계서류를 제출하여 미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한 것.
◆방산 관련 외국인투자 관리 엄격
단서도 있다. "다만 외국인투자촉진법 제6조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의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것.
단서가 후하게 읽힐 수도 있으나, 사실상 외국인이 이 방산부문에 대해 진입하기 오히려 어렵게 하는 문턱으로 작용한다는 풀이가 우세하다.
참고로 외국인투자의 정의부터 살펴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쉬울 것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인투자는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기업에 대해 장기간 영향을 주고받으며 투자하려는 의사로 해석돼 법을 따로 두는 것.
방위사업법상 문제의 대통령령 규정은 사업의 경영권자가 바뀌는 혹은 회사가 분할되는 등 큰 폭의 변동을 말하나, 외국인이 투자를 하는 데 대해서는 그보다 제약폭이 더 촘촘해진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외국인투자촉진법 제6조로 넘어가면 "(같은 법) 제5조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허가를 미리 받아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일반적 외국인투자 대비 엄격한 문턱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풍산이다.
오너 일가 2세인 류진 회장 등은 현재 풍산을 직접 지배하는 대신, 풍산홀딩스를 통해 콘트롤하는 방식을 취한다.
풍산홀딩스는 풍산 지분 중 36%선을 보유하고, 다시 풍산홀딩스를 오너 일가가 장악하는 구조다. △류 회장은 풍산홀딩스의 지분 32.5%를 갖고 △그 부인(헬렌 노)의 경우 3.36%를 △아들(로이스 류)와 딸(류성왜씨)이 각 1.98%를 가진 것으로 집계된다.
그런데 헬렌 노와 로이스 류 등 주요 인사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한 점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러라고 만들어준 지주회사제 제도가 아닌데…
류 회장은 현재 1958년생으로 일선 기업에서는 이미 은퇴를 시작한 연령대에 포함되나, 기대수명이 연장된 혜택을 입는 세대다. 다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 생존에 대한 고민 또한 함께 늘어났다.
미래의 일이지만, 예를 들어 창립 60주년~70주년 즈음(10년에서 20년 후)에 풍산이 상속 문제를 겪게 된다면 풍산과 그 그룹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현행 민사 규정상 부인은 1.5, 아들과 딸 동등하게 1의 상속비율을 적용해 류 회장의 32.5% 지분은 '13.9%: 9.3% : 9.3%'로 분할될 것이다. 그러면 류진 회장 이후 부인 헬렌 노 여사의 지분은 17.26%로 성장하고, 아들(로이스 류)은 11.28%, 딸 류성왜씨는 11.28%의 지분으로 몫이 커진다.
외국인 모자가 약 40%의 지분으로 기업을 좌우하는 상황이 되는 것.
방산업체인 풍산을 오너 일가가 위의 비율대로 직접 지배하고 있다면, '그 밖의 경영지배권 실질적 변화 케이스이자 50% 미만을 소유한 경우'로 아울러 '주식 등의 최다소유자가 되면서 동일인이 직접 또는 동일인관련자를 통하여 방산업체의 임원선임이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때'가 되면서 당국의 외국인 지분투자 10%선 이상 감시망에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산업체가 아닌 방산업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풍산홀딩스는 사업지주회사다. 특히 지주회사로서 수익 이외의 사업으로 인한 수익 즉 제품매출액, 상품매출액, 용역매출액이 있다)다.
정부 당국자는 "외국인투자를 규율하는 규정은 방산업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방산업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갖는 것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영의 효율화와 전문화를 추진하라고 지주회사제를 도입한 것인데, 오히려 방산 등 민감한 영역을 '외국인 며느리, 외국인 손자'가 '우회 지배'하는 방향으로 악용되게 생긴 셈이다.
창업주의 정신이 3대만에 흐려진 점에서 개별 일가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편, 그보다 큰 문제는 방산분야를 마치 알짜산업인 것처럼만 해석하고 지배 체계상 제약을 우회하는 경제적 관점을 막는 새로운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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