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떨어지고, 정력도 떨어진 사람과 얘기를 나눴다. 그의 말인즉 어렵게 마련한 집이 한 채 있는데 요즘 들어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집값만 떨어지면 좋겠는데 정력도 떨어진다며 한숨을 쉬어댔다.
“야, 집은 집이고, 섹스는 섹스지 뭘 그래” 하면서 위로를 했다. 그러면서 또 한마디 했다. “그럼, 네가 집값 올라갈 때는 마누라에게 잘해 줬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때는 신이 나서 밖으로 돌았기 때문이다.
집값과 섹스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아직 관심을 끌만한 연구 결과는 없다. 필자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 말을 보면 “아, 이놈이 집값이 떨어지더니 밤일도 제대로 못하는 구나”하고 직감적으로 알 수는 있다.
아파트와 남성의 상징인 성기가 무슨 끈으로 연결된 것도 아닌데 한 쪽이 떨어진다고 다른 한쪽이 덩달아 떨어지는 것은 참 ‘요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의학 전문의에게 물었더니 이런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집값은 간단히 말하면 돈이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내 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돈이 줄어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성생활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옆에서 볼 때 그런대로 힘 꽤나 썼다. 나이가 40대 중반에 들어섰음에도 매주 2번 정도는 아내를 그냥두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은 그이 자신만만한 얼굴을 보면 “삐쩍 마른 놈이 힘은 좋은가봐”라고 했다.
헌데 문제가 터졌다. 지난 봄 5억을 넘나들던 아파트 가격이 주춤주춤 하더니 지금은 3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주변에 이상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여건악화로 가격이 추락했다. 아파트 가격이 고개를 숙이면서 자신의 성기능도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고개가 아주 푹 숙었다. 일으키기가 아주 힘든 상황까지 갔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6천만 원이나 빌려서 산 아파트의 가격이 떨어지니 똥끝이 타들어 갔을 것이다. 이자 갚기도 힘든데 가격마저 떨어지니 스트레스는 혼자 다 받은 셈이다.
하도 소화가 안 되고 성기능도 떨어져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 아파트 값이 오를 때를 생각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충고를 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성생활을 잘 하든지, 돈 생각하며 스트레스 받고 아내를 방치하든지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 내년도 집값이 1.9%가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08년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주택금리 상승, 부동산세 증가, 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집값이 하향 안정화 된다고 한다. 10만 채에 달하는 미분양 주택도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집값이 하향 안정화 된다는 보도를 보면서 그 친구가 또 얼마나 걱정할지, 그렇지 않아도 형편없이 숙인 고개가 얼마나 더 축 쳐질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쓸데없는 걱정일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든 말든 그 친구가 일주일에 2번씩 아내를 공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인은 천하를 다 얻은 느낌일 것이다.
정우택 행복 칼럼니스트
‘행복한 커플은 5가지 코드를 맞춘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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