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옹중석'이라는 표현이 있다. 진나라의 용맹한 장수가 죽자, 성 앞에 상을 세워 흉노족들의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개념이 오래 전 우리 문학에서 등장한다면 그 개념은 '돌하르방'을 가리킨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저서에서 다른 나라 역사의 개념을 빌려와 치장하는 것을 유식하다고 생각했던 문화의 소산으로 평가했다.
바디프랜드가 안마의자 새 광고를 내놓은 가운데, 역사관과 기업철학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의 광고는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의 이름에서 '의자'를 빌려온 언어유희에 뿌리를 둔다. 그런데 백성을 위해 의자왕은 삼천연구원을 동원해 안마의자를 만든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적국의 침략 와중에 핵심 기술을 가진 인물이 이를 지키기 위해 투신 자살을 택하고 삼천연구원이 후대에 환생, 안마의자 연구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바디프랜드가 삼천궁녀 투신 설화를 모티브로 광고를 제작했다. ⓒ 바디프랜드
문제는 또 있다. 3000명이라는 규모가 어디서 왔냐는 것이다. '삼국사기' 등 정사나, '삼국유사' 등 설화집에서도 이런 대규모 자살극의 전모가 회자된 바 없다. 극히 후대에 이르러서야 등장하는 개념이다. 황인덕 충남대 교수 같은 이는 "백거이의 시에서 '후궁가려삼천인, 천총애재일신'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의 당시는 후궁의 아름다움과 애정의 집중(절의)를 말하는 것이다. 어여쁘다고만 한 시가 일국의 패망 전설에 차용되면서, 3000명쯤 절개를 위해 자살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의 '양념'처럼 악용됐다. 과거 남성위주 사회인식이 지배하던 시절임을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도 옹중석 같은 사대주의의 발로라고만 비판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바디프랜드의 광고는 오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팩션 소리를 대대적으로 언론인들을 상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디프랜드는 팩션 개념을 강조하면서 의자왕, 그리고 삼천궁녀 이야기를 대단히 개연성 있는 역사적 조각으로 치장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알쓸신잡'에 출연한 자리에서 부여군의 백마강 유람선 안내방송을 개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삼천연구원들의 노고를 강조하는 듯도 하지만 그 영상 끝에는 여성연구원을 조명한다.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발전에 집중해 좋은 성과를 올린 전문 회사다. 이 회사의 야심작 중에는 임상 결과 브레인 마사지를 받으며 휴식한 경우 집중력이 더 오래 유지되고 언어적 기억력 등이 향상됐다는 것도 있다.
이런 과학의 시대에, 여성의 대대적 자살 신화를 근거도 없이 차용하는 것은 옹중석 이야기처럼 낮은 역사적 자존감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 인명경시 논란에, 여성을 더 낮잡아 보는 잠재의식까지도 의심할 수 있다. 기업의 기밀 유지를 위해, 국가를 위해 자살을 조장하는 이야기가 역사적으로도 오늘날에도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젠더폭력으로도 평가 못할 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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