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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팩션이라니'? 바디프랜드 역사관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7.25 09:39:48

[프라임경제] 바디프랜드의 '영화 같은' 3분짜리 광고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업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선도브랜드다.

이번에 론칭된 광고는 '의자왕과 삼천연구원' 제목의 영상.

백제 마지막 임금이 의자왕인 것을 차용해, 의자왕이 백성들의 건강을 위해 안미의자 연구를 시켰다는 게 골자다.

논란이 된 지점은 해당사의 보도자료 작성 등에서 나타난 박약한 역사인식과 경영철학. 

의자왕과 삼천연구원을 내세운 새 광고가 논란을 빚고 있다. ⓒ 바디프랜드

해당 기업은 보도자료를 언론사들에게 배포, "광고는 '의자왕과 삼천궁녀'를 모티브로 한 팩션(팩트+픽션)"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바디프랜드의 전속모델 김상중이 역사적 실존 인물인 의자왕으로 분하고, 국내 최고 안마의자 기술을 가진 바디프랜드를 기발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고 역사를 기반으로 일부 허구를 가미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어서 "광고 영상에는 백성의 건강을 지극히 생각한 의자왕(김상중 분)이 삼천연구원을 조직해 안마의자 '몸친구'를 만들었으나, 제작 기술을 노린 외세의 침략에 전 연구원이 낙화암에 몸을 던져 기술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에 감동한 옥황상제가 삼천연구원을 사람으로 환생시켜 오늘날 '바디프랜드'라 불리는 안마의자를 제작하며 인류 건강을 위한 연구에 매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안마의자 개발에 힘쓴 연구원들 역에도 바디프랜드 메디컬 R&D 센터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들이 참여해 수준급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라고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바디프랜드 관계자의 입을 빌어 "회사 직원들의 기술 개발 노력을 역사적 사실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마케팅으로 발전시켰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고도 부연했다.

문제는 이 업체에서 설명하는 팩션 개념의 기초부터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일부 상상력 발휘가 필요한 점을 섞어 넣은 역사소설이나 영화 등을 팩션이라고 부른다. 현재 일각에서 시대 분위기만 먼 과거에서 빌려올 뿐 기본적인 사실 등 뼈대에서는 아무 진실성이 없거나 희박한 경우에까지 팩션 사극 등의 표현을 쓰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삼천연구원이 등장하고, 기술을 지키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티브가 팩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즉, 삼천궁녀 전설에서 3000명 혹은 상당한 규모의 궁녀 등이 자결한 역사적 사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문제점은 '삼국사기' 등 정사에는 물론 '삼국유사' 같은 역사서에서도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운 민간설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백제의 역사를 폄하하려는 프레임이 강하다.

의자왕은 집권 초기에는 대단히 성실하고 영민했던 군주로 기록돼 있다. 비록 패망으로 적국에 끌려가 거기서 죽었지만 과연 당시 국력상 3000명 가까운 궁인을 둘 정도로 사치와 향락을 즐겼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역사계에서는 문학적 표현이나 과장을 통한 와전, 혹은 백제 멸망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통일신라 이후 유포된 백제 지배세력 및 의자왕에 대한 마타도어 등이 버무려진 이야기, 즉 실체없는 괴담으로도 보는 시각이 근래 우세하다.

그런데 이를 빌려와 광고 소재로 삼는 건 문제가 있다. 3000명이나 되는 비전투원이 전투 와중도 아니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비극은 전쟁사를 통틀어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부 섬에서 자국 여성과 아이들, 식민지 출신인 등을 가리지 않고 절벽 아래로 몰아붙인 게 거의 전부다.

또한 기업의 기술과 기밀이 중요하긴 하나, 이를 지키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는 설정도 문제다. 적어도 대단히 인명을 경시한다는 논란마저 불거질 수 있는 지점이다.

이를 그저 팩션으로 포장하는 내용, 그리고 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것은 수준 이하의 광고기획 마인드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영관 자체의 비윤리성을 의심케 한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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