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초라한 미니스톱 값 논란? 과다 'EV/EBITDA' 멀티플 '배임'

지나치게 높은 판관비의 덫, 점포표준화 비용 지출 없으면 바로 메울 수 있을지 관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7.20 01:18:27

[프라임경제] 국내 편의점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건물 임차료는 높고, 인건비는 최저임금 상향 조정 기조를 택한 문재인 정부 덕에 불안하기만 하다. 결국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유력 편의점업체들에겐 슈퍼마켓 부문 등 다른 영역의 손실조차 편의점에서 짊어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라는 무형의 심리적 무게까지 짓누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굴지의 유통기업 이온이 일부 투자 형식으로 한국에서 운영해 온 미니스톱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본미니스톱의 후광으로 상륙했으나, 결국 한국미니스톱은 형만한 아우 없는 상황에 직면한 셈.

일본 자금이 보유한 지분이 상당하다. 이온 보유 지분은 76%(한때 79.06%에 달한 바도 있는 것으로 파악됨). 미쓰비시도 4%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대상(20%)도 이번에 매각 러시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존재한다.  

일단 한국미니스톱 측은 매각 논란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각에서 매각 대금을 추정하는 것은 자칫 호사가들의 무의미한 도락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다만 국내 편의점업계가 각종 경제적 이슈의 파장으로 고전하고 있고, 출점거리 제한 등 제도 역시 손질해 달라고까지 아우성인 작금의 사태 속에서 국내 편의점이 얼마나 힘든지 대강의 바로미터삼아 추정해 볼 필요가 없지 않다. '러프한' 추정을 해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우선 매각희망가격이라고 도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이온의 지분이 100%이 아닌데 그렇게 기준을 삼은 역시 '대강의' 가격이 설로 논의된다. 이 매각가(지분 100% 기준)는 3000억원 후반대이라 한다. 우선 전체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손을 털어 100%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는 조건으로 이를 그대로 놓고 큰 덩어리만 계산해 보자.

우선 한국미니스톱의 2017년 말 기준 영업이익은 26억원이다. 여기에 감가상각비 265억원, 무형자산상각비 91억원을 적용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약 380억원. EBITDA가 좋은 기준은 아니나, 여기에서처럼 러프한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에선 많은 단점이 큰 의미가 없으니 그냥 쓰기로 한다.

한국미니스톱의 100% 지분가치(Equity Value)가 3000억원 후반으로 평가되려면, 가치산정 배수가 10배 정도 적용돼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M&A 업계에서는 잠재성이나 능력치를 높게 봐서 과감한 베팅을 하기도 하므로, 평균적으로 적용되는 가치산정 배수가 반영된 값을 쓸 수도 있다. GS리테일이나 BGF리테일의 시가총액에 각각의 EBITDA를 넣어 돌리면 일명 멀티플이 9~10배 정도라 한다. 이 값을 적용하자는 내심이 매각 추진론에 군불을 떼는 이들이 가진 생각으로 추정된다.

시총에 적용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는 설도 존재한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 모두 순이익 대비 20배가 넘는 PER 배수가 적용돼 있다. 그런데 한국미니스톱에 대해서는 100% 지분가치가 400억원 수준으로 현저히 낮게 계산된다. 간단히 말하면, 3000억원을 넘는 돈을 내고 살 물건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억울할 때에는 다른 채점 기준을 쓰자며 그 타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마치 호흡측정에 불만이 있는 음주운전자가 채혈 검사를 다시 하자고 요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위드마크 공식 등 보정값을 통해 가장 정확한 값을 추정해 보려는 근거도 마련돼 있다.

PER 배수보다는 EV/EBITDA 멀티플을 지분가치 책정에 활용하자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한국미니스톱의 값어치가 크다는, 남만 못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일명 영업이익 더 나아가서는 잠재력, 시장에서의 포지션 상황의 문제다. 작년 말 기준 한국미니스톱의 당기순이익은 22억원에 전년(2016년) 순이익도 대략 그 선에서 맴돈다(24억원). 왜 이럴까? 과도한 판매관리비 지출 때문이라는 풀이가 우세하다. 작년 말 기준 한국미니스톱의 판매관리비는 2500억원인데 이 중 상당수가 로열티로 빠져나간 돈으로 사람들은 생각한다.

한편, 매각 논의 자체가 근거가 없다는 입장에서는 '점포표준화' 지출로 인한 씀씀이가 컸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는 큰 지출이 없을 것이라 희망적으로 본다.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400% 이상 증가하였다는 소리가 그런 맥락에서 나온 항변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한국미니스톱은 연간 회계연도 기준을 12월 말에서 2월 말로 변경하는 등 실적 비교 자체를 꺼린다는 시장의 불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다른 업체들을 보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기준전기대비 1.5% 감소한 261억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0.3% 증가한 1조3166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1.1% 감소한 221억원으로 집계됐다(BGF리테일은 지난해 11월 주식회사 BGF에서 인적 분할됨으로써, 신규설립 케이스로 전년동기 실적은 공시에 기재하지 않음).

GS리테일도 고민이 없지 않다. 편의점 사업부분인 GS25의 부진이 이어진 것. 이 업체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9948억원, 영업이익은 2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8.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8.7% 감소한 191억원을 기록했다. 다들 힘들고 어려운데, 과연 앞으로 출점 경쟁을 더 하면서 서로 제로썸 게임을 하자는 새 매수자가 나설지 확신하기 어렵지 않을까?

혹은 지금 한국미니스톱 위상에 안분자족하는 새 편의점 분야의 새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도 있을까? 그러나 일명 빅3이 90%선을 장악하고 한국미니스톱과 이마트24가 군소 브랜드로 설움을 겪는 기형적 구조에서 그게 가능할지도 관건이다.

심지어, 이마트24의 폭풍 성장이 한국미니스톱에겐 위협적이다. 이마트24가 내부적으로 잡고 있는 올해 매출 목표는 1조원을 웃돈다. 오너 정용진씨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평. 이 계획대로 순항한다면 1조원 초반대에 정체돼 있는 한국미니스톱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 문제, 결국 '정용진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회사'를 비싸게 사서 안분자족을 할지 강하게 치고 나갈지 고민할 이유가 무엇인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다시 EV/EBITDA 멀티플 이야기다. EV/EBITDA 멀티플이 9~10배 적용된다는 건 한국미니스톱 문제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근래 매각 협상에서 이런 조건은 흔하다는 게 정평.

하지만 두원강철 사례를 겹쳐보면, 이런 희망도 좀 심한 게 아니냐는 쓴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업체는 중국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EGI 시장에서의 매력도가 장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 논의에서 약 6배 정도가 적용된 값이 적정하다는 평이 돈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오래 전 사례를 보면, 과거 지디에스홀딩스가 두원강철을 인수할 당시 적용됐던 멀티플은 4.3배였다. 이는 당시 대주주였던 정안철강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제값에 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치워두자. 하지만, 나름의 매력을 갖춘 이 회사도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 흔히 반영된 배수 = 9~10배'가 아닌 자기 산업군의 평균 멀티플 6~8배 밴드 중에서 보수적인 범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과연 한국미니스톱에 요새 트렌드대로 9~10배를 쳐주는 게 맞을지, 업종별 지표를 찾는 게 나을지 그도 저도 아니면 더 후려친 PER 배수 등을 갖다댈지 혹은 다른 방안을 찾을지 주목된다. 어려운 한국 편의점 영역에서 손을 터는 상황이라면, 정안철강이 자기 급한 사정 때문에 낮은 멀티플을 적용하고 만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러프한 구상이니만큼 답은 없다. 다만 잘못 사들인다면 배임 논란이 새 주인을 옥죌 수 있고, 그 정도로 우리나라 편의점 분야는 녹록치 않은 사정을 통과 중이다.

가장 정확한 것은 한 해 정도 묵혀두고, 표준화에 나간 비용 부담이 덜어진 상황과 판관비 지출 중 로열티 과다 의혹을 빼고 또한 한국 편의점들이 일단 좀 살아나고 나서 나온 값어치일 것이다. 때마침, 해당 기업조차도 팔 생각 없다지 않은가? 멀티플 9~10배는 인간적으로 심하다 소리 들을 공산이 크니 묻어두고 문재인 정권 중반기에 다시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