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우리는 왜 베트남을 택했나? 단순히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을 이긴 유일한 승전국, 10년 전 닥친 극심한 경제 위기를 이겨낸 베트남. 부지런하고 강인한 이 나라에 6.25와 IMF를 극복한 우리 기업들은 매력을 느낀다. '꾸엔루(매력있는) 베트남'과 거기서 뛰고 있는 한국 경제인들을 만나보자.

신한베트남은행이 지난해 말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1위를 쟁취했다. 신한베트남은행 건물 옆으로 현지인들이 바이크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 프라임경제
"우리에게 이제 외국계 순위는 무의미합니다. 소매금융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현지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죠."
지난해 말 호주계 ANZ은행의 소매금융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HSBC(홍콩상하이은행)를 제치고, 베트남 외국계 은행 1위로 올라선 신한베트남은행이 외국계 순위경쟁을 초월한 목표를 세웠다.
지난 19일 호치민에서 만난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장은 "지난해 M&A로 본격적인 리테일 뱅킹 사업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소비자금융사 인수와 지속적인 지점 확대 등도 병행하면서 (베트남) 현지은행들과의 경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현재 베트남 시장에서 늘고 있는 개인·개인사업자 대출 수요와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는 소매금융을 주력 무기로 삼겠다는 얘기다.
실제, 신한베트남은행 리테일 대출은 지난 2012년 700만 달러에서 8억 달러를 넘겼다. 10년도 안된 기간에 100배 이상이 성장한 셈이다.
신동민 은행장은 "베트남 내 은행은 중앙은행의 대출성장율 제한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어진 성장률 내에서 최대로 효율적인 자산 증대 영업을 해야 한다"며 "따라서 리테일 대출의 증대 전략, 특히 신용대출의 증대 전략은 고마진의 수익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리테일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추가확대도 타 은행과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는 게 신 은행장의 말이다. 그는 "현지 시장에서 리테일 뱅킹 사업 시스템을 갖춘 은행들은 많지만, 지속적인 확대 계획을 갖고 있는 은행은 신한베트남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신한베트남은 그동안 현지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지난해 ANZ 리테일을 통합하면서 함께 인수한 신용대출·카드 대규모 승인 프로세스(CCPL)를 발전시켜 향후 지속적인 리테일 신용대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지난 1월 베트남 신용카드 라이센스를 보유한 프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PVFC)도 인수해 본격적인 소비자금융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신한베트남은 "ANZ인수를 통해 베트남 카드 MS 7위권 수준 랭크했다"며 "PVFC 추가 인수로, 카드론 및 리볼빙 상품을 활용힌 수익 중심의 카드 사업을 본격 추진해 2020년까지 베트남 5대 신용카드로의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고 말했다.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장이 "외국계 은행 경쟁을 넘어 현지 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프라임경제
◆ "베트남 진출기업의 세컨드 주거래은행 되겠다"
신한베트남이 소매금융 사업에 방점을 찍은 데에는 현재 6500개를 넘어선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신 은행장은 "신한베트남은 한국 1등 금융사의 인프라를 갖고 있는 베트남은행"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진출 한국 기업들은 신한베트남을 편리하게 느낄 수밖에 없고, 실제 구조도 그렇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신 행장은 '진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세컨드 주거래은행'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진출 기업들이 기존 거래 혹은 특별한 목적으로 한국 시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사용하겠지만, 베트남에 뿌리를 내린 이상 베트남 현지 은행을 '어쩔 수없이'라도 사용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현지 직원들의 월급 지급은 꼭 필요한 업무이지만, 월급이 1인당 평균 200달러 수준으로 워낙 소규모다 보니 다른 은행들(현지·외국계)은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신한베트남은행은 작은 업무라도 도맡을 준비가 돼있다"고 부연했다.
현지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한 계좌 개설이나, 카드 발급 등 편의를 위한 ATM기 설치 등을 나서서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 궂은일? 공익적 업무추진…상품 자신감서 비롯
타 은행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도맡아서 한다는 신한베트남의 전략에는 공익적 업무 추진을 통한 프랜들리 전략도 포함돼 있겠지만, 기초고객을 확보해 주거래 고객으로 전환시키려는 복합적인 셈도 엿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단순 업무 이용 고객을 주거래 고객으로 전환시키겠다는 포부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신한베트남의 다양한 상품 구성 현황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신동민 은행장은 "현지인들의 은행 선택 과정에서 외국계 은행(신한베트남은행)은 상품이 없어 이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게 우리의 최우선 목표였다"고 전했다.

베트남 호치민 지역 곳곳에 설치된 신한베트남은행 ATM기는 한국어, 영어, 베트남어를 지원한다. ⓒ 프라임경제
신한베트남의 상품구성의 다양함은 국내와 다른 현지 상황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구축된 비대면 채널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지 모바일 뱅킹은 잔액조회, 계좌이체, 타행이체, 해외송금 등 기본 서비스뿐만 아니라 여·수신 상품 가입과 기업고객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 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꾸려진 상태다.
특히 신한베트남은 기업고객이 국세청 홈페이지나 신한베트남은행 영업점에 방문해 편리하게 각종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인 'E-Tax' 서비스를 외국계 은행 중 신한베트남은행이 유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현재 베트남 전자지갑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결제 사업자 엠서비스(M Service)와 업무 협약해 출시한 'MOMO전자지갑'도 선보이면서 현지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서비스는 현지 공과금 납부 및 마트, 영화, 식음료 결제 등 베트남 현지 50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유롭게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Bill payment(요금지불업) △TOP-UP(선불휴대폰 쿠폰 충전) △삼성페이·바이오패스 등 편의 서비스도 동시운영 중이다.
◆ 외국계 1위 쟁취, 서구 은행 철수 효과? "전혀 무관"
이 같은 자신감은 최근 글로벌은행들의 베트남 철수에 따른 반사이익에 신한베트남은행이 외국계 1위를 차지했다는 일각의 시선이 잘못됐다는 방증으로도 작용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신동민 행장은 실제로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앞서 지난 1년 사이 베트남에 진출했던 유럽과 호주, 홍콩 등 외국계 은행이 잇따라 베트남에서의 사업을 축소하거나, 보유하던 현지 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등 철수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베트남 테크콤뱅크 지분 20%를 처분하고, 지난 1월에는 영국 최대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홍콩법인이 베트남의 상장은행인 아시아상업은행(ACB) 지분 8.75% 전부를 매각했다.
또 같은 시기 프랑스의 BNP 파리바은행도 베트남의 OCB은행 지분 18.68%를 전량 매각, 10년 이상 이어오던 관계를 청산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 기간 신한베트남이 베트남 외국계 은행 1위를 차지한 것.
이와 관련 신동민 은행장은 "10년 전에 글로벌은행들이 현지은행에 투자한 지분을 뺀 것일 뿐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 아니다"라며 "주주의 손바뀜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분변동만 있을 뿐 은행의 규모나 영향력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동민 은행장이 "치밀한 현지와 전략과 규모확대로 베트남 금융 마켓 리더로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프라임경제
◆ 현지은행 경쟁 필승 전략은 '치밀한 현지화'
신 은행장은 "지속적이고 연속성 있는 사회공헌활동(CSR)을 통해 사회가치 증대에 기여함으로써 현지 동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은행장은 현지화 전략으로 △자산 현지화 △고객 현지화 △직원 현지화 세 가지를 꼽았다. 현지 통화 자산이 현재 동화대출 비중의 74%로 확대됐고, 현지고객 중심의 영업을 통해 현지고객 비중도 98%로 늘어났다.
특히 현지직원에 의한 의사결정과 법인 운용을 위해 전체 직원 1500명 중 97%가 현지 직원이며, 30명의 지점장 중 17명이 현지 지점장으로 구성돼 있다. 현지인 본부장 3명을 포함한 본부부서 50% 부장 레벨이 현지인인 셈이다. 또 주요 자료 현지 직원 작성, 경영전반에 걸쳐 현지직원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예정돼 있다. 신 은행장은 "신한희망재단 장학금 지원(전국 9개학교), 신한 스칼라쉽 선발(호치민, 하노이 소재 7개 대학), BIKE RUN(농촌지역 자전거 기분 행사), GREEN day 활동(매월 은행 주변 환경 정화) 등 올해에도 다양한 활동이 준비됐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불우이웃돕기 △전 직원 헌혈 봉사활동 △한베 청년경제기술학교 후원(신한금융지주)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 지원을 위한 SHINHAN FUTURE'S LAB VIETNAM 운영 등도 예정돼 있다.
◆ 가시적 목적지…규모 확대 통한 도약 준비
신한베트남은 영업점 채널의 지속적인 확장,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와 '원신한' 연계사업 추진, 고자산고객 PWM 모델 도입 등 전방위 비즈니스 모델 확장 등 규모 확대를 가시적 목적지로 삼았다.
신 은행장은 "올해 안에 푸르덴셜 파이낸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리테일-신용대출, 카드 사업을 추가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단기 계획을 밝혔다.
이어 "현지 대표적인 디지털 기업들과 제휴 사업을 추진하고, 한국의 디지털 노하우를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현지에 소개하는 등 베트남 금융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금융업의 마켓 리더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