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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의회주의 ③] 영국의원들은 '초당적 미투' 합니다

영국 협치 주목, 각종 불만 접고 경제 살린 독일 의회 'R&D 파트너십'도 선도

홍수지 기자 | ewha1susie@newsprime.co.kr | 2018.06.26 11:47:39
[프라임경제] "사적 친분이 없지만 뜻이 같으면 동지(同志)다. 민주사회에서 정치는 친분이 아니라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친소관계가 아니라 뜻을 함께 하는 동지가 되어야 한다"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김부선 논란' 성명서에서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여와 야를 떠난 국정 협의, 심지어 같은 당 안에서도 동지를 찾기가 어려운 시대다. 공론화의 장, 의회의 몫은 어디에 있나?

영국과 독일, 의회주의가 잘 발달된 나라들. 의회가 일찍이 전쟁을 일으켜 전횡을 일삼는 찰스 1세의 목을 자른 역사나, '건설적 불신임제'로 정치적 불안정 없이 연정을 하고 갈등과 대립을 노출하더라도 미래를 생각하는 모델 등은 우리 역사와 정치학, 헌법 등의 교재에 숱하게 회자된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모델은 단지 교과서적 모범 사례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크고 작은 모든 안건에서 의회주의가 살아숨쉬는 점을 보여준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의원들 초당적 협력 "월급 미투 제대로 해결하라"

이번에 미국은 물론 태평양 건너 한국도 거세게 흔든 '미투' 문제의 의미와 교훈에 관심이 높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경우, 미투가 다른 사회적 운동으로 변화하기도 했다.

페이 미투(Pay Me too) 캠페인 로고. ⓒ 스텔라 크리시 영국 하원 의원실

특히 영국의 정치권은 불합리하고 인권침해적인 성 문제를 폭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미투를 경제적 미투로까지 승화시켰다. 스텔라 크리시 노동당 의원의 주도하에 4월2일 일명 '페이 미투'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한 것.

특히 이 이슈는 의회를 매개로 각 정파의 여성 정치인들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눈길을 끌었다. 노동당 당적을 가진 제스 필립스·루시 파월 의원은 물론 보수당 소속의 니키 모건, 자유민주당에서 잔뼈가 굵은 조 스윈손·크리스틴 자딘·라일라 모란 의원 등까지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온라인에서도 진행됐다. 더욱이 이들 의원들은 여성 직장인들이 페이 미투 조사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할 것을 요청하는 등 정치인 특히 의회에 몸담고 경제 정책 전반을 통찰해 보지 않은 경우가 아니면 내놓기 힘든 힘체적 공세를 진행했다. 향후 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으름장도 잊지 않아 기업 등에서 대단한 압박을 느꼈다고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공공부문 여성들조차 같은 일을 하는 영국 남성들에 비해 평균 14%가량 낮은 급여를 받는 현실, 은행권에서는 남녀의 보너스 격차가 60%를 흔히 넘는 상황에 의회의 초당적 협력 역할 모델이 칼끝을 겨눈 것이다.

독일의 의회 역시 주요 안건, 더 늦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하는 전통을 줄곧 가꾸어 온 선진적 정치 사례로 꼽힌다.

잠시 한국 이야기를 먼저 해 보자. 유영민 과학기술종보통신부 장관은 2017년 가을, 한 언론에 연구개발(R&D) 관련, 국회의 역할론을 주문하는 발언을 내놨다.

R&D 초당적 협력 없는 한국…독일은 백년대계 협치가 '상식' 

당시 그는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민간의 정부기능 감시가 중요하고, 중장기적으로 예산 배분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외침에도 야권을 빼고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R&D 협력과 구상을 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R&D 기초연구비를 2022년까지 2배로 확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물론 이는 여당과 정부의 의견 조율로, 야권에서 정쟁 국면에서 '이유없는 반대'를 할 경우 아무 효력이 없는 휴짓조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정희 대통령(왼쪽)의 1964년 12월 방독 당시 영접나온 에르하르트 총리(오른쪽)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국가기록원

독일은 어떤가? R&D 뿐만 아니라 백년대계를 논의할 때는 정파적 이해나 개인적 친소관계 등을 모두 배제한 초당적 협력과 대승적 협조가 일상화돼 있다는 평가다. 그야말로 의회주의가 지배하는 거시적 정치의 현장인 셈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4년에 한번씩 R&D 정책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의회에서는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정책적 도움과 협력을 제공한다.

더 시계를 멀리 돌리면, 일찍이 나치 독일이 패망하고 서독에 자유민주주의 정권이 수립된 직후부터 선공후사의 협력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콘라드 아데나워 수상은 경제 부흥을 위해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교수를 경제장관에 발탁했고, 에르하르트는 개인 소신은 자유방임 시장경제주의였으나, 전후 재건과 부흥을 위해 계획경제를 밀어붙였다.

아데나워의 구박을 받던 에르하르트가 그의 정책 계승자이자 후임 수상으로까지 영전, 열심히 일한 것도 흥미롭다. 

정권을 잡았으니 모든 걸 우리 당에서 독식한다는 이기주의나 우리 정파의 구상이 전적으로 옳고 유권자들도 선택해 줬으니 전권을 휘둘러도 된다는 식의 정파주의가 일찍이 배격된 것. 대신 의회주의의 협력과 집단지성이 극히 발달해 라인강 기적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꼭 대통령제 아닌 의원내각제가 옳다는 건 아니나, 의회주의가 갈 길은 이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배워올 필요가 그래서 높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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