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2005년 3월 31일. GS그룹 허씨 가문에는 역사적인 날이다. 57년 간 LG그룹을 이끌어온 구 씨와 허 씨가 '한 지붕 두 가족'을 청산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출발점이었기 때문.
이후 2년이 지난 3월 31일 현재 GS그룹의 성장 속도가 눈부시다. 그룹 계열분리 이후 2년 만에 재계 자산 순위 6위(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로 자리잡은 것. 공식 출범이래 현재 48개 계열사의 자산 규모가 25조1,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05년에 비해 12.7% 증가한 31조1,000억원, 순이익은 2005년 수준인 1조6,000억원을 기록해 LG에서의 계열 분리 후 지속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GS가 에너지·건설·유통을 3대 축으로 계열 분리할 당시,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속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나름 성공했다는 재계 일각의 분석도 있다.
■'밸류 넘버원' 경영
GS의 이 같은 성장은 허창수 회장의 경영전략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는 게 재계의 중론. 출범이래 허 회장은 '밸류 넘버원 GS(Respected & Value No.1 GS)'을 전파하고 GS 고유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활발한 경영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동안 허 회장은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허 회장은 LG그룹 시절 외부 노출을 삼갔던 탓에 '은둔의 경영자'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GS그룹의 계열분리 이후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임원 모임을 정기적으로 주재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영 철학을 그룹 안팎에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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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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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 글로벌마켓을 얼마나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 GS는 해외 현지 사업의 매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지주회사와 계열사 간 역할 분담 및 글로벌시장 진출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 허 씨 가문은 지난 세월 재계에서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05년 LG에서 분리, 재계 6위 규모의 GS그룹을 출범시키며 재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GS그룹은 삼양통상, 승산, 코스모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친족 회사들을 계열로 편입시키며 무려 5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GS 경영의 특징은 단연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 그 중심에는 고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창수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를 통해 허 회장의 동생 5형제들 모두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상하며 '오너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3세 경영체제는 곧 경영승계?
허 회장의 첫째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사장, 둘째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사장, 셋째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사장, 넷째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등 그룹의 핵심계열사에 최고경영자급으로 포진하고 있다.
GS그룹은 지주회사인 홀딩스를 비롯,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그룹총수인 허 회장을 제외하곤 허 씨 오너형제들이 황금비율로 분할소유하고 있다. GS홀딩스는 허 씨 일가가 전체 지분의 51.50%를 소유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5.41%을 제외하곤 나머지 4형제 지분이 2% 남짓으로 비슷하다. GS건설은 허창수 회장이 12.6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나머지 형제들은 각각 2∼4%씩 소유하며 우호지분을 구성하고 있다. GS홈쇼핑은 개인지분 없이 GS홀딩스가 최대주주로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재계에선 이 같은 지분소유구조가 형제·가족 간 경영권 분쟁 등 잡음이 생기지 않은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한 재계에선 GS그룹은 LG그룹과의 계열분리 이후 오너 3세들의 경영 전면에 나서는 변화와 함께 또 다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4세들의 경영승계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슬하의 2남 1녀 중 장남인 허세홍 씨가 올해 초 상무로 영입돼 싱가포르 법인 부법인장으로 발령, 원유 트레이딩과 현지 정보 업무 등을 맡게됐다.
허 상무는 휘문고와 연세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일본 전기회사와 외국계 금융회사, 미국 IBM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03년부터는 GS칼텍스의 합작파트너인 쉐브론텍사코에서 일하며 현장 실무를 익혔고,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서 트레이딩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허 상무는 GS칼텍스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 주식을 79만3,654주인 0.84% 갖고 있다. 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윤홍 씨가 보유하고 있는 47만6,617주 0.50%보다 많은 지분이다. 허동수 회장과 허창수 회장은 사촌간. 허동수 회장은 창업주인 허만정 씨의 장남 고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의 차남이고, 허창수 회장은 창업주의 3남인 고 허준구 회장의 장남이다.
■'장자승계' 원칙이라지만
반면, 허세홍 상무는 허동수 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제 허 상무가 절차를 비슷하게 밟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허동수 회장은 미국 위스콘신대를 졸업한 이후 쉐브론에서 2년 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1973년 GS칼텍스로 입사했다.
허창수 회장의 사촌동생인 허용수 전 승산 대표는 GS홀딩스 사업지원담당 상무로 옮겼다. 허 회장이 LG그룹 공동창업자인 고 허만정 씨의 3남 허준구 전 명예회장의 장남이라면, 허 상무는 허만정 씨 5남인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남이다. 허 상무는 보성고와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외국 금융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화물운송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승산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GS홀딩스 지분 2.9%를 보유해 개인 5번째 대주주로 등극되어 있다.
한편 LG그룹과 마찬가지로 '장자승계' 원칙이 분명한 허 씨 일가 문화를 감안하면 GS그룹의 경영은 현재 GS건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허창수 회장의 장남 윤홍 씨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처럼 GS그룹이 허 씨 가문 친정체제를 강화한 배경에는 재계 일각에서는 두 가지로 해석했다. 우선 허창수 회장과 허동수 회장 등 3세 경영인들에 이어 4세로 승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탄과 LG그룹과의 계열 분리 이후 2년여 간 연착륙에 성공한 데 이어 앞으로는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도도 엿볼 수 있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반면 올해 초 허창수 회장은 상속세 문제로 경영승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회장은 "상속세 다 내면 남는 재산이 없다"면서 "나도 내 아들이 앞으로 이 기업을 이끌지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허 회장은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업계의 의견에 대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러나 아마도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상속과 관련해 편법으로 하다가 문제가 되는 등의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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