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수입차 시장이 어느덧 20년을 맞았다.
국내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구한말의 대원군이 그랬던 것처럼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던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것은 1987년 메르세데스-벤츠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그 해 ‘대기업 회장님’들을 중심으로 1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듬해인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이자 ‘제6공화국’이 시작되던 해였다.
그 변화의 바람을 타고 그 해엔 르노, 볼보, BMW, 사브, 아우디, 포드, 폭스바겐, 푸조, 피아트, 혼다(미국산) 등 10개 브랜드가 추가됐고, 이후 캐딜락(1993년), 란치아(1994년), 시트로엥(1996년) 등이 속속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당시 ‘수입차’는 ‘사치’와 ‘과소비’의 주범처럼 인식돼 수입차를 타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국내 수입차 시장은 ‘명성’과 ‘성능’ 그리고 ‘안전성’ 등을 앞세워 꿋꿋이 성장해갔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의 대미(對美)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 요구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결국 우리 정부는 1995년 수입차에 대해 부과되는 관세와 취득세를 인하하고, 각종 제도를 개선했다.
이에 힘입어 수입차는 시장 개방 10년이 되던 1996년 마침내 1만대 판매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의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1997년 ‘외환 위기’가 일어난 것.
그날이 온 뒤 수입차 소유자들은 ‘매국노’로 낙인 찍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못하거나 차량 파손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욕을 듣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수입차 업계의 최대 위기였다.
당시 수입차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기며,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은 매출 격감과 비난 여론 앞에서 이를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AS 센터마저 하루 아침에 사라져 소유자들이 AS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후 연간 판매 대수가 2000대 수준으로 격감했던 수입차 시장은 우리나라의 위환위기 극복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및 업계의 노력에 힘입어 2000년에 마침내 3000대 판매를 회복했다.
수입차 시장은 이후 매년 20~30%씩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마침내 판매 대수 5만대(10월 현재 4만3392대) 달성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이로써 수입차는 국내 시장 개방 이후 20년 만인 올해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5%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엔 총 13개 회원사, 24개 브랜드, 280여 개 모델이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1999년 수입선다변화 해지 조치로 일본차의 공식 진출의 길이 열리면서 토요타의 렉서스(2001년), 혼다(2004년), 닛산의 인피니티(2005년) 등 일본차 브랜드가 차례로 국내 시장에 입성, 터줏대감 격인 독일차 브랜드들과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 닛산, 미쓰비시 등이 진출하고, 이후 토요타까지 가세하면 수입차 시장의 빅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www.kaida.co.kr, 회장 송승철) 측은 “국내 시장이 일본 등 타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도 폐쇄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추가 브랜드의 한국시장 진출, 중저가 수입차 저변 확대, 고객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수입차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회 측은 또한 “최근 30대의 수입 자동차 구매율과 2000cc급 이하, 5000 만원 이하 차량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환경 및 고유가의 영향으로 디젤 승용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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