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병길(37)씨는 이번 구정에 고향인 전라도 김제로 내려가지 못한다. 한달 전 해고됐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해고사실을 알고 있다. 사실대로 고백을 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구정에 못내려가는 사연에 대해 애써 둘러대지 않아도 되는 게 천만다행이다. 아내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랑스런 아들과 딸은 그가 해고된 것을 전혀 모른다.
조병길씨는 경기도 여주군 월송리에 위치한 여주CC 골프장에서 근무했었다. 여주CC 노동조합의 위원장도 역임했다. 지난해 2월부터 사측과 임금교섭을 시작했다. 그런데 자꾸 결렬이 됐다.
노사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결렬 또 결렬. 최근 두 달 정도 노사간의 대화가 단절됐다. 그래서 집회도 개최했고 ‘투명경영 실천, 단체협약’이라고 적힌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
그런데 회사는 집회를 주도했고 리본을 달고 다녀 회사 이미지를 실추했다며 그를 해고했다. 이게 그가 털어놓은 해고된 사연이다. 조씨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일이다.
임금체불은 조씨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조합원들이 하나 둘 생계에 위협을 받고 노조를 탈퇴하기 시작한 것은 차라리 반가운 일이다.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조합원이 생기기 시작했고, 월세방으로 집을 옮기는 조합원도 생겨났다. 월세를 못내서 쫓겨나는 조합원도 생겼다. 하루라도 일손을 놓으면 입에 풀칠을 하기 힘들 정도로 집안살림이 어려워져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합원도 생겨났다. 조씨는 결국 투쟁을 위해 집을 담보로 목돈을 대출을 받아 조합원들의 생계를 지원했다.
“그래도 고향에는 다녀오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기자가 질문하자 조병길씨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엊그제가 장모님 환갑이었습니다. 솔직히 돈이 없어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얼굴만 비치고 왔지요. 마음이 정말 아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환갑에 다녀온지 아세요? 우리 친어머니가 10만원을 제게 건네주더군요. 장모님 환갑에 다녀오라면서 말이죠.” 조씨의 어머니는 고향에서 이웃집 밭을 매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번 명절에 노조 사무실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떡국을 먹기로 했다. 골프장 대표이사 집 앞으로 찾아가 피켓팅 항의도 계획하고 있다. 적금을 해약하고, 결혼반지와 패물도 팔고. 신용불량자가 돼 버린지는 이미 오래다.
이게 조합원들의 모습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구정은 그래서 조씨를 포함한 조합원들에게 딴나라 이야기다. 그러나 “새해에는 투쟁을 마무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새해 첫 날만큼은 웃어볼 생각이다.
이번 구정은 그의 삶에서 분명 가장 힘든 명절이 될 테지만, 그는 그래도 희망을 갖고 있다. 곳곳에서 여주 CC 노사분규에 대한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고, 구랍 23일 지노위가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사측은 ‘나몰라라~’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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