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손가락이 굽고 팔 관절이 닳고, 시력이 망가지면서 30년에서 50년 구두를 만들어 온 숙련 노동자들이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지금 당장 제화노동자들을 만나야 한다. 공임 2000원 인상과 직접고용이라는 정당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국내 제화업계 1위 기업 탠디가 제화 기술자들에게 턱없이 낮은 공임을 주고 8년간 동결하는 등 불합리한 계약 조건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일 5개 하청업체의 제화기술자 97명은 탠디 본사 앞에서 갑피와 저부 기술자 공임 각각 2000원 인상과 퇴직금 요구, 본사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하도급 제화기술자 47명은 탠디 본사 건물을 점거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재까지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탠디는 지난 4일 오전 열린 1차 협상에서 '갑피(신발 윗부분을 만드는 작업) 기술자 공임 6500원, 저부(신발 밑창을 만드는 작업) 기술자 공임 7000원에서 각각 500원을 인상해 켤레당 (하청업체) 납품단가 1000원 인상을 반영 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노동자들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회사 쪽은 오후에 다시 마련된 자리에서 '갑피와 저부 각각 현재 공임의 10%에 해당하는 650원~700원을 올려주겠다'고 두 번째 협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임금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원은 인사오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탠디는 구두‧핸드백을 비롯한 피혁제품을 제조해 롯데백화점‧신세계화점‧현대백화점 등 전국 매장에서 판매한다. 수제화는 백화점에서 30만 원대에 팔리고 있지만, 그 구두를 만든 제화공은 정작 6500원밖에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저임금이 2011년 432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오르는 동안 제화 노동자들의 공임은 제자리걸음이었던 셈이다.
또한 탠디 제화공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 연차 휴가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8년 동안 공임이 동결됐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이기에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다.
탠디 제화공들은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보장도 못 받으면서 사업주로서 세금 부담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탠디 제화공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사측에 퇴직금 지급을 판결했으나 탠디는 제화공들에게 퇴직금의 85%를 일시불로 지급할 테니 하청업체로 가라는 설득했다.
그러나 다시 하청업체로 간 제화공들은 공임이 500원이나 깎였다. 회사는 깎은 500원을 퇴직금으로 적립해주겠다고 말했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제화공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탠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고, 여전히 하루 15~16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탠디의 기형적인 하도급 구조에 고통받던 제화공들은 "정기수 회장이 평소 경영 철학으로 강조해온 '장인정신'이 이런 것이냐"며 "'쥐꼬리'만도 못한 공임을 받고 일한 우리는 '구두장인'이 아니라 '구두 노예'였다"고 호소했다.
또한 "작업이 어려운 구두를 제작할 때 받았던 특수공임비도 폐지해 일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실제 탠디는 제화공 업무를 지휘하고 통제하고 있어 사실상 고용 관례로 볼 수 있지만, 이들이 개인 사업자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량품에 대한 탠디의 '갑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화공의 작업 실수로 불량품이 나오면 탠디가 판매가를 적용해 공제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30만원에 파는 구두 한 켤레 만들고 손에 쥐는 건 고작 6500원. 그런데 만들다 불량이 나오면 고스란히 판매가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탠디는 현재 제화공들의 교섭 요구를 외면하며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여론도 점점 악화되는 분위기다.
정기수 탠디 대표는 53%의 지분을 보유한 탠디 최대 주주이다. 정 대표의 부인 박숙자씨가 10%, 장남 정인원씨가 37% 등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탠디의 배당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탠디는 지난해 매출액 898억원, 영업 이익 69억원을 기록했으며 배당액은 총 20억원이다. 배당률 2000%, 배당성향은 31.51%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난해 69억4000만원의 영업이익, 매년 20억원의 배당을 가져가면서 명품 탠디 구두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모른다면 정기수 대표는 대표의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탠디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파업과 본사 농성에 돌입한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