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북한의 3세대 독재자 김정은이 몸소 중국을 방문하는 기습 외교전에 나섰다. 중국은 특급 경호와 의전을 베풀고 보안에 철저히 신경써서 서양 언론을 따돌렸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대화 테이블에 앉아 양측은 서로를 최대한 띄워주는 윈윈 관계를 확고히 했다.
이 같은 전략은 미국과 중국간의 불편한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면서도 막상 다양하고 풍부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에 확실한 선제 미끼를 주지 않자, 중국을 대화 상대로 띄울 수 있다는 플랜B를 직접 과시하고 나섰다. 미국 외교전략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면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이 같은 북측 의도가 뻔히 들여다 보이지만 대체로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28일(이하 모두 각 현지시각)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만약 한국과 미국이 선의를 갖고 우리의 노력을 받아들이고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하며 단계적으로 보조를 맞춘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의 방중 메시지를 공표했다.
오히려 원하는 바를 약속한다면 미국과 협상이 가능하다는 주도권의 변화 가능성을 과시하고, 이런 북측의 불손한 공세에 중국이 칼을 빌려준 셈이다.
◆美에 맞선 북한, 중국 측 경제 방어망 형성에 공헌
중국은 북한이 자국을 대국으로 띄워주고, 한반도 문제에서도 주요 당사자이자 비핵화에 훈수를 둘 수 있는 선린국가로 이미지 조성을 해 주는 것을 적극 활용하는 게 외교적으로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절실한 상태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통화 질서에서 기축통화 지위를 얻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 위안화의 위상이 아무래도 달러화나 파운드화, 엔화 등에 미치지 못하며 당장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시기상조론도 있었음에도 기축통화 기류 조성에 열을 올렸다. 미국 경제 질서에 도전하기 위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인프라 비용과 노력이라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점에 맞닿는 노력이 근래 하나 더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은 아시아에 판매되는 원유의 가격 책정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25일(현지시각)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계열사인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를 통한 원유선물계약을 개시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다. 중동 국가들이 주도하더라도 미국 의견도 상당히 반영되는 석유 시장에서 중국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 노력한다는 방증이다.
이번에 무역전쟁이 본격화됐지만, 하루이틀 잠복한 위험이라든지 한두가지 아이템의 충돌로 볼 수 없다는 총력전의 힘겨루기가 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유력하다.
28일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중국은 역대 미국 정부가 허세를 부리며 목소리만 높였던 전력을 안다"고 비판하고 중국은 역대 가장 많은 반격 카드를 가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아울러 중국산 제품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면 미국의 관련 산업의 매출과 취업 시장이 타격을 받으며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미국 경제까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압력에 맞서 무역전쟁을 불사하려는 중국이 공들여 여러 그물을 짜고 이를 점검하는 상황에 북측의 힘싣기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외교적 메시지 외에도 상당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경제력 큰 형님국가라는 이미지도 주변 여러 나라에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공들여 구축하려 하는 중국식 역내 경제망이 결코 허약하지 않다는 대단한 간접 효과로 이어진다.
이런 중국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구축하려 한 반중심리 조장 등 역내 경제 정책은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
28일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돼 온 무역정책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음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지만 공화당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한다면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정면 충돌과 상대방의 압살이 아닌 지적재산권 보호나 중국시장 진출 등을 얻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무역전쟁을 구사한다는 게 이 연구원의 의견 골자다.
그는 "다른 나라를 통해 반중심리를 조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 이 관점에서 보면 지금 반중 연결망이 중국의 이미지 약진으로 느슨해지는 것은 미국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美, 월남전 이후 아시아권 나쁜 반응, 이번에 또 받나?
이 영향은 아시아지역 역내 경제 생태계에서 일정한 새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 유력지도 이런 점을 우려하는 보도를 내놨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무역전쟁의 불똥이 중국에 각종 산업용 부품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경제망 구성 욕심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불거진 가운데, 북한 변수로 중국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역내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에 휩쓸리지 않는 가운데 이익을 도모할 묘수 개발에 매달릴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 AFP-뉴스1
이 매체는 "이 지역 국가들의 일부는 심정적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난에 동조한다"면서도 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상황을 짚었다.
특히 이 매체는 자원대국이자 경제 영향상 아시아로 분류되는 호주의 예를 들어 역내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간 힘겨루기에서 어떤 경제적 스탠스를 잡아야 할지 고심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베트남전쟁에 적극 개입했던 미국이 국내 반전 여론으로 철수, 이후 베트남이 공산화된 상황에서 이후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선례와 흡사하다. 월남 정권이 월맹에 의해 패배하도록 방치했다는 오해와 불만이 감지됐던 것. 결국 주한미군에게만 의존하지 않겠다며 자체 무장 강화를 꾀한 박정희 정부 사례나 일부 국가가 미국보다는 중국의 도움을 바라는 듯한 노선 상황을 보여준 바가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에서 결국 잠시 소강 상태로 들어갈 가능성이 그래서 제기된다. 다만 북한 변수로 인한 주변 국가 반응 등이 변화할 때 다시 경제적 압박을 넣을 여지가 크다. 이 연구원의 보고서가 제언한 바와 같이, 미국이 경제전쟁에서 챙기려 드는 바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중국 역시 결사적인 대결을 외치지만, 자국의 기술 진보를 마냥 미국 수준에 다다랐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결국 지적재산권의 원천기술력을 쥔 쪽이 나중에 다시 불거질 경제적 갈등에서 주요 카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아시아 역내 경제에서 지금 같은 위상을 누리고,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팽당하는 위치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특히 근래 뜨거운 감자인 블록체인 기술과 아이디어 적극 개발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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