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개헌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조항 신설로 기본권 보장이 대폭 강화되고 이중배상 금지의 원칙·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등 이견이 존재하던 문제도 기본권 강화 측면에서 본원적 수술이 단행된다.
2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김형연 법무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 설명을 했다. 개별 조문을 모두 공개하는 대신, 중요 부분을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청와대 측은 전체 조문은 발의 당일 공개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날 발표 부분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헌법 전문에 민주화 운동들을 새롭게 대거 넣는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대통령 개헌안 헌법전문은 그 자체로 효력이 없다는 학자들도 있지만, 대개의 이론에서는 헌법의 방향을 지정해주고 가치 보호를 위해 효력을 갖는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개헌안에서 부마항쟁(고 박정희 전 대통령 장기 독재에 저항)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신군부 준동에 항거), 6·10 항쟁(호헌 추진 등 신군부 체제 장기화 음모 저지) 등 세 가지 민주화 운동의 이념을 담은 점은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 국가적 정통성이 개발 독재 세력에 있지 않고 민주화를 열망한 시민들의 가치관에 있다는 인식을 천명한 것이기 때문.
헌법과 법률 해석의 전체적 흐름이 이런 맥락에 따르게 되므로 비민주적 국정 운영 등에 대해서 단호한 배격을 선언한 셈이다.
생명권과 안전권 조항을 신설한다고 조 수석 등은 밝혔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생명권과 이를 국가가 보장할 의무 등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다만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안에서 보듯, 이를 대통령의 의무로 볼지에 대해서는 기존 헌법과 법률상 해석 문제가 존재했다. 이 같은 손질을 통해 국가의 국민 보호 숙제는 더욱 커진다.
이번 개헌안은 노동과 농업의 가치 격상에도 마음을 썼다.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고, '동일가치 노동, 동일수준 임금'이 명시됐다.
대기업 귀족 노조 중심으로 이뤄진 노동운동 현실상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에 대해서는 상대적 저평가와 수탈이 이뤄졌던 것이 근본적 개선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진다.
공무원에게 노동 3권을 인정하며, 다만 군인 등 일부는 이를 제한키로 했다.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고치는 것도 국제인권주의와 사해동포주의를 반영해 우리 헌법이 한 단계 높은 지향으로 나아가자는 제언처럼 읽힌다.
다만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 보장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 및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했다는 점은 대통령 개정안의 가장 첨예한 논쟁 대상이 될 요소로 꼽힌다.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한다는 것은 법률로 얼마든 신청 자격을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인데, 형사소송법 개정 등을 병행 추진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수사종결권과 영장청구권 등을 통해 검찰이 경찰을 규제해온 틀이 전부 흔들려, 검찰은 법률적 전문판단과 기소책임기구로 남게 된다. 이번 안이 실제로 통과되면 검찰과 경찰은 상명하복관계에서 대등협력관계로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딛게 된다.
당초 이 부분을 떼어내 권력구조 부분에서 설명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일부 있었으나, 영장청구권은 인신 구속 규정에 연관되므로 설명 첫날 개정 설명을 하는 게 논리적으로 합당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아울러, 개헌작업에 대한 이번 정부의 강렬한 열망을 두루 드러낼 전선 중 하나로 검찰 개혁을 겨냥한다는 신호탄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문제있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릴 수 있는 견제책인 국민소환제가 처음 도입되고,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도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군인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독소조항'으로 꼽히던 군인 등의 국가배상청구권 제한 규정(이중배상 금지 조항) 삭제가 추진된다.
이 조항은 월남전으로 희생 장병이 늘어나고 법조계도 큰 폭의 배상을 인정하자,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헌법에 조항을 넣어 억눌렀다는 평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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