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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조 특별법 통과…불행끝 행복시작?

 

최봉석 기자 | bstaiji@newsprime.co.kr | 2006.01.25 00:59:41

[프라임경제] 지난 24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6급 이하 공무원의’ 노조결성 및 단체협상을 허용하되, 파업 등 쟁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사진제공=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지난 2004년 12월31일, 공무원노조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월 공포된 뒤 1년 간의 기나긴 유예기간동안 사사건건 ‘불법’ 논란에 시달리며 정부와 마찰을 빚고 구속과 징계로 이어지는 탄압을 받아왔던 공무원의 노조활동이 ‘합법화’되는 순간이었다. 공무원노조법은 28일부터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는 순간 공무원들이 만들어놓은 모든 노동조합이 합법단체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28일 이후부터 노동부 장관에게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설립신고증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지 않는 공무원노조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허용되지 않는다.

◇ 불행 끝, 행복 시작?

그러면, 공무원들이 만든 노동조합은 앞으로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 원인은 이번에 확정된 ‘공무원노조특별법’에 노동3권 가운데 하나인 ‘단체행동권’이 쏙 빠져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단체행동권을 단결권·단체교섭권과 함께 근로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33조)도 ‘공무원’들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때문에 노동관계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그 동안의 정부측 움직임에 대해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기 위한 얄팍한 꼼수’라는 목소리가 지배해왔다.

어쨌든 공무원 노동조합은 앞으로 사안에 따라 행정자치부장관, 또는 각 노조 소속기관의 장에 대해 단체교섭을 벌일 수 있으나, 그 어떠한 쟁의행위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지난 1년 간의 유예기간 동안 정부와 각 지자체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노동3권 보장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는 특별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법외노조로 남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또다른 공무원 노동조합 단체인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도 가세했다. 물론 노조활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중앙부처 및 시·군·구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자체 추산 14만의 회원을 갖고 있는 ‘전공노’와, 일부 중앙부처 및 광역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을 중심으로 자체 추산 11만명의 공무원을 보유한 ‘공노총’은 말 그래도 공무원 노조운동을 이끌어가는 양대산맥이다.

이 양대산맥이 “가입못하겠다”고 반발하자 이해찬 총리가 발끈했다. 이 총리는 24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공무원노조의 합법화의 길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법외노조로 남을 경우 불법단체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단체교섭권이나 협약권이 인정될 수 없는 만큼 지자체나 산하단체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특별교부세 삭감이나 정부사업을 배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시행령을 따르지 않는 공무원 노동조합과는 그 어떤 협상도 하지 말라는 초강수를 쓴 것이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 2004년에도 “공무원은 근로조건 중 가장 중요한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직업인”이라면서, “불법행위를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는 등 공무원 노동단체의 일거일동에 거부반응을 보여왔던 인물.
 
정부의 거센 압박 국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노동단체들이 특별법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특별법이 공무원노동자의 기본권을 부정한다는 것. 특히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이 모두 ‘형식적’인데 이 때문에 온전한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때까지 특별법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노동3권은 ‘보편적 인권’이기 때문에 민간 사업장 노동자와 차별없이 공무원 노동자에게도 보장하라는 게 공무원 노동단체의 주장인 셈이다.

◇ 민간사업장 노동자와 차별을 두지 말라

전공노의 경우, 특별법을 통해 파업 등 단체행동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노조의 활동을 크게 제약하는 것이라며 단체행동권의 인정을 주장하고 있다. 필수적 업무에 대한 단체행동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라면 몰라도, 아예 쟁의 행위를 차단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노조활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특별법은 공무원 노동조합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했지만, 예산·법령·조례·기관운영·정책결정 등 ‘노른자위에 가까운’ 핵심 사항은 다룰 수 없도록 해, 향후 교섭에 나서게 될 공무원 노동자들의 손과 발을 꼭꼭 묶어놨다.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해 명확히 단결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37조에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즉, 공무원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해 정부나 정당 그리고 국회 그 어느 누구도 이를 명분 없이 법률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정신임에도 정부가 이를 철저히 무시한 꼴이다.

이처럼 △단체행동권에 대한 금지와 △단체교섭 내용에 대한 제한으로 노동3권이 아니라 노동 1권만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공무원 노동단체가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특별법이 노조의 핵심조합원인 ‘6급 공무원’의 노조 가입 자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결권’ 제약에 대한 분노다.

정부는 시행령에서 6급 공무원 가운데 지휘감독 권한 및 인사·예산·감사 등의 부서 근무자는 노조 가입을 금지키로 했다. 이는 공무원 조직에서 5급인 ‘관(사무관)’과 지휘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보다는 사용자성이 강하다는 정부의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공무원 92만명 중 교원노조법과 일반 노조법 적용대상자 36만명과 경찰·소방 등 특정직 14만명 그리고 5급 이상 정무직 4만명, 가입이 금지된 6급 이하 공무원 9만명을 제외한 29만명에게만 노조가입이 허용됐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92만명 공무원을 이런저런 이유로 노조활동을 금지시켜 겨우 29만 명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으며 단체교섭권의 80%이상, 단체행동권의 모두를 제한해버렸는데 정부는 공권력으로 아예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악법을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발등에 당장 불이 떨어진 조직은 전공노다. 전공노측은 “법에 따를 경우 기존 조합원 14만 명 가운데 6만명이 자격이 없어져 조직이 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무원들을 여전히 ‘권력의 하수인’으로 두고자 노동법이 아닌 특별법이라는, 말 그대로 허울뿐인 법안으로 공무원 노조를 반쪽짜리 노조로 만들고 있다는 게 노동단체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는 역으로 특별법이 ‘사용자로서의 지위만을 위한 일방적 법률’이라는 주장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공무원노조 한 관계자는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노동자의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사용자의 입장만 들어 입법화됐다”면서 “이것은 대화와 타협, 힘의 균형을 이뤄 사회통합을 이루겠다고 호언장담 했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취할 입법방식이 아니”라고 말했다.

◇ 전공노, 특별법 무력화 대정부 투쟁 예고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합법화 문제를 여반장(如反掌) 행정쯤으로 생각했던 정부측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전공노와 공노총의 반발은 생각보다 무척 거세다. 전공노는 26일 집행부선거 종료를 기점으로 특별법 무력화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공노총과 연대투쟁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는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적극 참여해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등 영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공무원 노조에 아직 가입을 하지 않은 ‘직장협의회 소속’ 공무원들의 반발도 높다. 성남시직장협의회 등 경기지역 7개 직장협의회는 지난 19일 공무원노조 특별법 수용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첨예한 대립과 반목, 갈등 구조를 드러낸 점, 그리고 공무원노조가 현재 투쟁 기조를 지속시킬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과 정부와의 정면 충돌은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 행자부와 서울시가 25일부터 실시되는 전공노 임원선거와 민주노총가입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가 ‘공무원법에 위배된다’면서 투표를 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라는 지침을 관련기관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24일 민주노총과 전공노에 따르면, 25일 실시되는 공무원노조 임원선거는 두 번째 이뤄지는 연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경의 협조하에 기관 내에 투표소 설치를 차단하고 설치된 투표소를 봉쇄하는가 하면 근무시간 중 투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4일 성명을 통해 “14만 조합원의 의견을 민주주의적 절차에 의해 묻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그런데 공권력으로 선거와 투표행위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현 정부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키지도 못할 법은 만들어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고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는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몰아가면서 민주적 권리인 선거까지도 봉쇄하는 현 정부는 군부독재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임원선거와 민주노총 가입찬반투표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고 선거의 파행을 유도할 경우,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특별법 발효 시점부터 노동계와 정부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여부 찬반투표’를 문제 삼는다면 이는 정부 스스로 강변했던 공무원노조 특별법마저 부정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서 부당하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공노 입후보자들인 정용천, 권승복, 권영길 후보 모두 민주노총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은 까닭에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전공노는 집행부 선거 직후 민주노총에 가입할 방침이어서 정부와 재계는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 논란 불구, 정부와 재계 잔뜩 긴장

이는 노동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4만명의 조합원을 자랑하고 있는 전공노가 상급단체를 66만명의 민주노총으로 결정할 경우, 78만명인 한국노총을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노동단체로 급부상하게 되고 이로 인해 노동운동의 흐름이 변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전공노의 경우 지난 2004년에 공무원의 정치자유 보장을 촉구하며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을 한 상태라 ‘공무원들의 정치세력화’ 문제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는 이미 공무원 노조의 정치활동을 확대하는 내용의 인권위 권고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특별법 반대에 이어 연금법 개악, 정년단일화 보장,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투쟁을 전공노가 공노총과 연대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론전. 지난 2004년 11월 강행된 전공노의 파업은 ‘철밥통’이라는 국민들의 비난과 정부의 초강경대응으로 하루만에 종결됐다. 국민의 여론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날 국민과 마주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향후 전개될 노사갈등에는 비용부담자인 국민(여론)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특별법이 시행되는 28일. 이날은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을 둘러싼 논란과 대립의 종착역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 될 것이라고 노동계는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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