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LG전자에게 2017 정유년(丁酉年)은 '기쁨'과 '불안감'이 공존한 한 해였다. 올레드TV와 프리미엄 가전 흥행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 달성이 예상되는 반면, 당장 내년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120만대 초과 물량에 대해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한 해 LG전자 주요 키워드를 짚어봤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066570)의 올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조161억원, 435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매출액은 전년 대비 8.3%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최대' 기록이다.
이런 LG전자 호실적엔 HE(TV)와 H&A(생활가전) 사업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운 두 사업부 전략이 효과를 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기대치를 웃돌았다는 평가다.
LG전자는 내년에도 프리미엄 가전 비중과 VC(전장) 부문 수주를 증가시키는 한편, MC(스마트폰) 사업본부의 영업적자를 축소시켜 호실적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美시장 공략 차질?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에 '발 동동'
LG전자의 올해 가장 큰 화두는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내놓은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다.
ITC는 지난 4일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했다. 권고안은 향후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첫 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를 적용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이 담겼다. 부품에 대해서도 TRQ를 권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권고안 관련 민관 공동 대응 방안 마련 회의가 열리고 있다. ⓒ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2월 중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만큼 세이프가드 발동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권고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한국산 세탁기 수출 물량은 50% 이상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 해 약 200만대의 세탁기를 미국에 수출하는 LG전자에 있어 세이프가드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가전공장을 조기 가동해 TRQ 외 물량에 대처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테네시주 가전공장은 당초 2019년 1분기를 가동 시점으로 잡았으나, 이를 최대한 앞당겨 늦어도 내년 하반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인 셈이다.
다만, 가동 시점 연기 등 돌발 변수 발생시 현재 13.5%의 미국시장 점유율(3분기 기준)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최근 권고안 주요 내용을 반박하고, 미국 소비자 불이익을 우려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의견서를 미국 행정부에 제출했다. 의견서 내용을 토대로 내년 1월3일(현지시각)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릴 공청회도 준비하고 있다.
◆'최강자' 다이슨 꺾은 코드제로 A9…소송전 번져
LG전자가 지난 6월 무게 중심을 제품 상부로 옮긴 상(上) 중심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을 출시하며 판매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 코드제로 A9은 출시 후 넉 달 반 만(약 140일)에 국내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섰다. 분단위로 환산하면, 2분에 1대 꼴로 팔린 셈이다.

LG전자가 지난 6월 국내출시한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 LG전자
최근에는 무선청소기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다이슨마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에누리 가격비교 자료를 보면, LG전자 코드제로 A9은 출시 첫달 15%를 점유하며 다이슨(38%)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판매가 본격화된 7월부터 점유율(42%)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22%로 추락한 다이슨을 앞섰다.
이후 판매호조를 이어간 LG전자는 지난 10월 국내 무선청소기(핸디스틱형)시장에서 49%를 점유하며, 23%를 기록한 다이슨에 26% 차이로 우세하다.
계속되는 '코드제로 열풍'에 위기를 느낀 다이슨은 지난 11월 LG전자가 코드제로 A9 무선청소기 광고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LG전자가 광고 문구로 제시한 '최대 수준 흡입력' '모터 속도' '필터' 등 주요 성능 평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
다이슨 관계자는 "객관적인 시험을 위해 해당 LG A9 제품들을 한국에서 구입 후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독립된 전문 시험기관들에 보내 세 가지 항목에 대한 시험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흡입력, 모터 속도, 필터와 관련된 성능 등이 허위로 표기됐다고 판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다이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무선청소기 A9 성능도 독립적인 기관에서 객관적인 방법으로 시험받은 결과에 의한 것"이라는 반박을 했다.
이번 소송전에서 다이슨이 승소할 경우 LG전자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송출해온 광고에서 흡입력, 모터 속도, 필터 등의 성능과 관련된 문구를 모두 수정 및 삭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LG전자는 국내 TV, 지면, 온라인 등에 광고를 하면서 '흡입력' '모터 속도' '필터'를 강조한 문구를 사용해왔다.
◆'혁신→기본' 전략 수정한 MC사업본부
LG전자가 올해 들어 스마트폰시장 전략을 '혁신'에서 '기본'으로 수정했다. 스마트폰 본연의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어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겠다는 의중이다.
실제 조준호 전 MC사업본부장(현 LG인화원장)은 올해 초 열린 G6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적 변화와 실질적인 가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차별화보다 기본에 충실한 한 발 더 앞선 대중화를 노리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6. LG전자는 이 제품 이후로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폰에 주력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의 이 같은 결정 뒤에는 혁신전략의 잇따른 실패가 있었다.
LG전자는 지난 2015년 초 전략 스마트폰 G4에 변화를 시도했다. 스마트폰 후면에 수작업공정에만 3개월이 걸리는 가죽을 입히면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고, 이 실적이 반영된 2015년 2분기부터 LG전자 MC사업본부는 영업적자의 길을 걷게 된다.
LG전자는 이듬해 다시 한 번 혁신을 꾀했다. 스마트폰 최초로 '모듈방식'을 도입한 것인데, 이 또한 제품 유격 및 수율문제가 불거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영업적자 폭이 커지자, LG전자는 올해 초 모델인 G6부터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폰'이라는 모토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성과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이 전략을 도입한 후 나온 첫 제품인 G6의 판매실적이 반영된 2, 3분기 연속 1324억원, 3753억원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다만, G6는 출시된 지 약 10개월이 지난 현재도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는 만큼 내년부터 MC사업본부 영업적자가 차츰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B2B사업본부 신설, 5개 사업본부 체제로
LG전자는 지난달 B2B 부문·ID 사업부·에너지사업센터를 통합해 'B2B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로써 LG전자는 HE·H&A·MC·VC와 함께 총 5개 사업본부 체제로 운영을 앞두게 됐다.
LG전자 내 B2B 관련 매출이 최근 들어 급등하면서, 이를 통합 조율할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 신도시에 조성되는 주거형 생활숙박시설인 '별내역 아이파크 스위트' 1100실에 도입될 스마트가전과 스마트홈 솔루션 연출 이미지. ⓒ LG전자
LG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LG전자의 내수 매출 총액에서 B2B 매출이 차지한 비중은 32.1%다. 이 기간 LG전자는 국내 시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7% 증가한 14조117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B2B 매출이 약 4조5317억원이었다.
LG전자는 B2B를 '신성장사업' 카테고리에 넣어 향후 회사를 이끌 핵심사업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2B시장은 B2C보다 사업 부침이 적고 경기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성장 가능성도 크다"며 "이에 신성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기조 아래 차기 LG그룹을 이끌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를 ID 사업부장으로 임명, 실무경험을 쌓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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