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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노하우 쌓은 집권 첫해…혁신경제·사회통합 속도 낼 듯

내년도 예산안 통과·글로벌 골디락스 호기 살리려 적극적 움직임 필요 시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12.05 09:39:28

[프라임경제] 시급하고 중요한 안건은 속도감 있으면서도 엄중하게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감은 공을 들여 설득력을 확보하는 동동걸음으로. 주요 정당들이 내년도 예산 합의안을 4일 오후 전격 도출하면서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통과의 청신호가 일단 들어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고비를 기점으로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과 공감대 형성 방식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인다. '사람중심 경제'에 대한 추진 역시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공무원 증원, 문재인 케어와 법인·소득세 관련 등 민감한 이슈도 이번 논의 끝에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기 때문.

다만 이번 예산안 대강의 타결이 곧 향후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등 각종 경제적 실험 문제의 '질주 면허'로 활용될지는 단순히 이야기할 수 없다. 불가피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부분에서는 족쇄가 풀리고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의 가속도가 붙겠지만, 가장 중요한 갈림길에서는 역시나 민생과의 접합점과 여론 확인을 통한 신중함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몰아치기·신중한 예열 작업 모두 활용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일반에 각인시키기 위해 그간 움직여온 패턴을 보면, 일종의 '캠페인 전략'과 '에스컬레이드 방식'이 모두 활용됐다는 게 눈길을 끈다. 문재인 정부는 한꺼번에 소득주도 성장론의 중요 아이디어들을 모두 풀어놓는 방식은 지양했다.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과 통신료 인하 등 비교적 저항성이 큰 정책들을 조금씩 풀어놓는 방법을 택했다. 굵직한 정책들을 하나씩 발표해 제동과 좌초를 향해 치닫는 대신, 꾸준히 고강도 정책을 발표해 새 정책들에 작용하는 역치(저항에 작용하는 방어기제) 수준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은 저항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렇게 천천히 이슈를 풀어내는 게 완벽한 성공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일종의 '조정'을 받는 터널을 거쳤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회의에 앞서 낚싯배 전복 사고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 뉴스1

기초연금 인상은 이번 예산안 윤곽 그리기에서 지방선거 이후로 실시 시점 조정이 이뤄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필요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에도 어느 정도 타협과 절충이 이뤄졌다. 직접지원방식에서 향후 간접지원 중심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제약은 얻었으나 상당히 효과적인 답안을 얻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한편 국민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비급여 중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부문을 급여화해 국민부담을 줄이겠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해 이번에 야당들은 정부 예산안 대비 삭감 방침을 확인했다.

통신요금 인하 이슈는 '분리공시제(단말기를 구매할 때 소비자가 받는 지원금의 재원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 '완전자급제(통신업체 대리점이 아닌 일반 가전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사서 고객이 원하는 통신업체에 가입하는 것)' 등을 내년에 모두 함께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해를 넘기게 된 데다 사실상 정부 생각보다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안건이 워낙 심각하고 복잡해 공론화와 개선 공감대 확인만 해도 상당한 성과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처럼 천천히 협의를 통해 안건을 풀어나가는 자체에 의의를 두는 '절차만능주의'에만 경도된 것이다. 4일 청와대는 황해 낚싯배 전복 사고에 대해 인명 구조를 하지 못한 점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기본적 입장을 내놨다. 구조의 지연 논란 등이 없지는 않지만, 사고 하루만에 책임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아울러 객관적 경제지표 대비 너무 나쁜 청년실업률에 대해서도 같은 날 청년실업률을 챙기고, 부문별 일자리 대책 속도를 내겠다는 청와대 입장이 발표됐다.

혁신성장 노크, 소득주도 성장 타산지석·홀가분함 밑천

상황을 정리하면, 그간 청와대는 예산 문제 이견 등에 따라 국정 현안에 대한 전체적인 브레이크가 걸린 최악의 상황을 상수로 놓고 문제를 푸는 방식을 나름 터득하며 최상의 방법을 모색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늘 빠르고 원하는 대로 모든 게 풀리지 않는다는 위기의식, 다음을 챙기는 경험이 괴로웠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긴 호흡을 갖은 채 당장 신속과 설득 작업이 필요한 것을 나누고, 엄중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일 일과 설득을 통한 협의로 대응할 것을 구분하는 '제한된 운용의 묘'를 일정 부분 얻은 점은 부산물로만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값진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미 앞서 사람중심 경제 중 가장 많이 주목받은 소득주도 성장 추진보다는 혁신성장을 어떻게 할지의 대목이다.

문재인정부는 혁신성장에서 일정한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본적인 것은 청와대가 1차 목표시한을 내년 1월로 잡고 '혁신성장 대국민보고대회'의 윤곽까지 각종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혁신성장 캠페인을 이어간다는 구상은 이미 소득주도 성장의 안건들을 차례로 내놓으며 조정을 받은 경험을 타산지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이 많았으며 이번 예산안 줄다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 과정에서 각종 수정이 가해졌다. 이렇게 4일까지 쌓인 각종 경험을 토대로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 못지 않게 불명확하고 불안한 개념인 혁신성장들의 각종 구체화 담론들에 대해 민심 노크에 나설 전망이다. 

내년도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과 저물가 등 침체 상황을 딛고 골디락스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만 이 같은 호재 대열에서 낙오되지 말아야 한다는 고민을 얼마나 슬기롭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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