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직 의원 출신에 '일'을 바로 할 수 있을 만큼 몸이 풀린 인물. 이는 곧 정무적 감각을 갖고 녹록잖은 대국회 교섭실무를 바도 맡을 수 있는 경험. '포스트 전병헌'시대의 청와대 정무수석 인선 키워드는 이 같이 요약 및 결정됐다.
당초 청와대 안팎을 오락가락하는 듯한 인상마저 줬던 정무수석 인선은 결국 28일 청와대가 한병도 정무비서관을 발탁하기로 결정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그러나 그간 많이 언급된 바 있는 키워드에 해당한다는 표면적 이유는 물론, 그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호흡이 한층 중시된 결정이 아니냐는 내부 사정을 더 주목하는 견해도 대두된다.
한 신임 정무수석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소통하고 대화하는 정무수석이 되겠다"고 취임 소감을 말한 후 "진심을 다해 대통령을 모시고 국회와 소통하는 다리가 되겠다"며 굳은 다짐을 했다.
한 신임 수석은 1967년생으로 원광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노무현재단 자문위원을 지냈고 옛 민주통합당 시절 한명숙 당시 대표의 정무특별보좌관도 역임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그를 가장 잘 요약하는 키워드는 역시 '친노' '친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병도 신임 정무수석(오른쪽)과 대화하는 모습. ⓒ 뉴스1
오히려 인터뷰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평적 리더십,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의 정치 구현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자기 정치 철학을 요약하며 (폄하적 의미에서의) '계파적 친노'가 아닌 '가치적 친노'를 자임한 바도 있다.
친문 키워드 역시 일명 장미대선 와중에서 노력을 통해 얻어낸 타이틀이다. 그는 임종석 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경선 이전부터 서울 마포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가동한 이른바 '광흥창팀'에서 일했다. 이 같은 노력을 보상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받았던 그가 결국 자신이 보좌하던 전임 수석의 사퇴로 수직 영전한 셈이다.
이 같은 배경을 보면 결국 정무적 감각이 풍부하고 노련한 거물 정치인 출신을 발탁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보다는 일정한 능력선을 갖추면 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등 다른 요소를 감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오히려 맞았던 셈이다.
이는 결국 국회 사정과 지방선거 문제 등 정국 현안이 맞물려 있다. 재선 이상 거물들을 차출하고 싶어도 사실상 지방선거를 마음에 둔 인물들을 빼면 인재풀이 마땅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회와의 관계에서 볼 때 정무수석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나, 이를 발휘하기는 또 마땅찮은 모순이 후보군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화려하지 않은 자리'인 현재의 정무수석 위상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들을 모으고 이 중에서 선수 등 외형적 경력을 일부 포기하면서 최대공약수를 찾은 결과가 한 신임 수석이 됐다는 것이다. 초선이기는 하나 정치적 이력면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고, 다른 요소들에서 충족도가 높다는 것.
다만 그가 발탁된 자체가 '문재인 청와대'가 당분간 국회 등 정치권과의 협치 등 밀착 시도보다는 일정한 견제와 균형 구도에 만족하면서 할 말은 하자는 생각을 굳힌 게 아니냐는 우려 아닌 우려도 뒤따른다.
현재 국회와의 갈등 구도는 특정 현안이나 예산 이슈 등에서 촉발된 갈등이 아니라 국정 기본 틀을 모두 바꾸려는 큰 구상이 자리를 잡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이를 대단히 큰 우려를 갖고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청와대가 임기 초반에 이 같은 충돌을 일정 부분 감수하겠다는 판단을 한 상징적 키워드로 한 신임 수석이 떠오른 셈이다. 자신에게 쏠린 이런 시선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어려운 일을 해낼지, 그의 좁은 입지와 많은 책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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