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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4당 회동 '도루묵' 만든 문정인…盧 시절 자주파 논란까지 재발?

정무적 조정으로 문제 확산 막을 숙제 떠안긴 셈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29 10:51:52

[프라임경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입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귀성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추석 이야깃거리로(그것도 부정적 측면에서) 이번 정부의 안보 문제가 오를 가능성을 증폭시켰기 때문. 기름을 붓는 각당 움직임도 문제지만, 내재된 갈등을 시기와 상관없이 '학자적 견해'라는 이유로 꺼내든 대가치고는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특보는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한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을 거론한 것에 대해 "한-미 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27일은 공교롭게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이 잡힌 날. 이 회동은 만찬으로 안보 문제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 자유한국당 측 불참 등 악재에도 청와대가 공을 들여 추진해 일정한 성과를 도모한 것.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일명 '청와대 벙커') 방문 등 극진한 예우에 힙입어 국정협의체 구성의 원론적 틀 합의에 도달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만찬 회동을 마치고 27일 밤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했다. ⓒ 청와대

일단 이날 밤까지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청와대는 안보를 핵심의제로 현안들에 대해 야당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열린 회동은 그저 문 대통령의 협치쇼를 홍보하는 속빈 강정"이라고 날을 세우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문정인 이슈가 '또 한 차례의 설화' 정도로 조용히 넘어감으로써 결국 묻히는 듯 싶었지만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28일 "이런 발언이 한미 간 균열의 단초가 되는 법"이라며 "정부는 외교안보라인에 대해 금언령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잔불이 되살아나는 길을 텄다.

국정협의체 구성 문제로 허니문을 극히 짧게 갖고, 막바로 다시 충돌이 시작된 셈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더 나쁠 수도 있다.

국정협의체 파트너로 각당 위상 강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마침 적당한 '떡밥'이 존재했고, 그 활용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정협의체 구성이 초당적 합의를 통한 시너지 도모라는 원래 기대 효과보다 자칫 각당의 위상 강화 노력과 청와대 정책이 엇갈리는 각개전투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실제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물꼬가 일단 터지자 후속 공격은 더 쉬워졌다. 오히려 '작심 공세'를 통해 문재인 정부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격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외교정책까지 난맥상으로 함께 난타당할 위기로 치닫고 있다.

바른정당의 공세가 매섭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이 29일 "문 특보를 해촉하라"는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하태경 의원은 "문 특보와 내통하는 '(일명) 문정인 라인'을 솎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바른정당 등의 공세가 지나치다고 볼멘소리만 할 것도 아닌 것이, 사실 이른바 문정인 라인 혹은 자주파가 참여정부 시절 등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의혹이 있었고, 최근 송영무 국방부장관과의 갈등 논란 등에서도 문 특보 문제가 부각된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 자주외교를 중시하는 자주파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는 한·미 관계를 다루는 시각차에 따라 이라크 추가 파병이나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 협상, 전시작전권 전환 등 현안마다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 특보 발언 논란이 계속되고, 정당들도 이에 대한 의견을 제각기 내놓는 상황에서는 국정협의체 문제 등이 빛을 보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유력한 카드를 내놓은 약발을 보기 전에 자책골로 상쇄 처리되고 마는 불상사가 빚어진다는 걱정이 높다.

청와대의 갈등 해소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정협의체 구성 등과 운영방식 세부 추진 과정에서 '문정인 틈새'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각당 이기주의를 어떻게 차단해나갈지 정무적 감각 발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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