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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체 자폭조끼' 입은 '리베로'? 전병헌 역할론↑

여론 부정적 반응 불러올 가능성 커…불안한 한국당 콘트롤 최전선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28 10:35:06
[프라임경제] 청와대가 정당 대표간 회동에서 '상설협의체' 구상이 논의된 가운데, 이를 어떻게 운영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상황을 걷고 있다. 국정 운영은 물론 외교안보 요인이 요동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안보 관련 이슈들이 논제에 오를 협의체 논의가 이뤄진 점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잘 되면 '초당적 협력'이지만 잘못 되면 '혼란 가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폭이 좁은 담장 위를 걷는 상황에 중심잡기에 도움이 될 꼬리를 단 것일 수도 있고,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불행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과 필요성이 크다. 국회와 청와대, 정부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를 맡은 그가 상설협의체의 활동으로 일정 부분 일을 덜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바삐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바로 2005년 대연정 추진 후폭풍의 교훈 때문이다.

◆몽니 한국당 어찌할꼬…입법적 성과내야 할 시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미 일찍이 그 명석하고 빠른 두뇌 회전을 칭찬했다는 전 수석은 정치적 경륜까지 더해져 금상첨화 국면이다. 따라서 지금 한창의 시절을 보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양상이다.

청와대도 그렇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야당과의 관계가 원활해 보이지는 않는다. 국민의당 자유투표론이 헌법재판소장 건을 비틀어 버렸고, 자유한국당은 아예 몽니 국면 장기화로 접어들었다. 바른정당도 이번 청와대 회동에서 보듯 청와대 의견을 무조건 전면 수용해 주는 '통큰 정치'를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결국 상설협의체로 대표되는 통합정치론, 협치론 등을 잘 운전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와 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한 상설협의체가 될 것이라는 예상안을 보면 어차피 경제 등은 다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이제 허니문 기간을 끝내고 가을 정기국회부터 입법적 성과를 내고 일을 본격적으로 할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정부·여당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소다. 

야당의 그야말로 '초당적인' 협조가 필수적인데, 상설협의체 구성으로 오히려 이 같은 협력 방안 구축의 부재 상황이 더 두드러지는 난맥상이 국민들에게 생중계될 수도 있다. 새 대통령 취임 이후 야당을 우군화시키려는 노력이 덜했던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꼭 전 수석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향후 국면에서 오히려 그 짐을 더는 게 아니라 문제가 더 커 보이는 문제를 전 수석이 뒤집어쓸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설협의체까지 만들어줬는데 왜 청-국회 간의 협력 관계가 제대로 속도가 붙지 않냐는 식의 공격이 파상적으로 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것. 

사실 어느 정치인이든 '자기 정치'를 그렇게 평가하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전체적 그림에서의 정치'에는 막후 거래나 막후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문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듯, 문재인 대통령도 막후 거래를 별로 안 좋아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이른바 공개적으로 지르는 스타일의 정치가 자칫 상설협의체를 대화와 협력의 시너지 무대가 아닌 충돌의 장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다.

이번 협의체 구성을 오히려 각당은 협력 대신 '선명성 강조'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만, 합당 등 대단히 큰 드라마가 이뤄지기보다는 정책연대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선명성 강조의 무대로 안철수 대표 등이 이를 인식, 활용하면 오히려 간격이 벌어져 민주당과 통합이나 진정한 초당적 협력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지금 야권이 워낙 약체지만, 청와대가 자체 지지율에 취해 야당이나 국회를 무시하는 계기로 이번 시스템이 작용할 수도 있다. 큰 우려 사안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대행이 청와대 아이디어에 일부 수정을 요청한 게 좋은 예다. 전 수석은 각당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모든 틈과 서운함의 인간적 문제를 메우는 시스템 틈새의 보완재 역을 해야 한다.

협상 상시화 중심 역할 해야…자칫 잘못하면 지지층 이탈 

MB 적폐 공략에 반발, 일명 '노무현 비자금 수사론'을 꺼내든 자유한국당도 문제다. 이번 협의 과정에도 불참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어깃장을 놓아 반쪽 상설협의체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당 끌어안기를 어떻게 할지도 관건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게 2005년 대연정 추진의 어두운 추억이다.  

문재인 정부가 각종 개혁과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입법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런데 여기서 상설협의체가 모든 답을 여는 만능키가 돼 주진 못한다. 경제 법안 등은 결국 몽니 한국당과의 대결 내지 협상으로 풀릴 수 있는 고차원 방정식이다.

전 수석 입장에서 보면 상설협의체는, 전반적으로 볼 때 상당히 도움이 되는 요소도 있겠지만 위험한 자살폭탄 조끼 같은 존재일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야권의 정국 발목 잡기에 2005년 여름, 대연정 제안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호남사람들은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리고 옛 민주당으로 이탈해 버렸다. 

그 과정은 이렇다. 해를 넘긴 2006년 초, 김한길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김한길 의원과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사학법 재개정 합의'에 이른다. 전략적 후퇴(?)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상 항복 선언으로 받아들여져 지지층 실망감을 증폭시키는 문제만 남겼다.

상설협의체의 빈 틈을 메우기 위해, 혹은 여기 자유한국당을 동참시키기 위해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전 수석 등을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사용할 카드가 많지 않다. 자칫 잘못 둔 수가 악수로 작용하면 상설협의체의 기반은 물론 문재인 정부 전반의 기틀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 수석 등 최전선에서 불안정한 상설협의체를 위해 뛰어야 하는 이들이 유념할 점은 분명하다. '양보 못할 레드라인'을 명백히 해야 하고 국민적 설득과 대국회 활동의 바로미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2005년 대연정 실패와 관련, 2007년 이런 회고를 남겼다.

"2005년 대연정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연정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바람에 민주당(열린우리당과 분열해 있던 호남정당 민주당)이 살아났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국민들은 더 나은 사회경제적 구조를 대안으로 요구했다. 단순한 생활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설협의체 구상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단순히 핵과 미사일 도박을 풀어달라거나, 개혁 입법 몇 건을 다른 법안과 주고받기 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대 이상을 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전술 대신 전략을 짜고 관철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가 가교 역할의 전 수석에게 주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대국회 관계도 어렵사리 꾸려온 전 수석에겐 더 큰 짐이 지워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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