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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박성진'의 과제…'무늬만 완전고용 美' 반면교사 시급

여야정쟁에 고용통계 보수적 해석론 설상가상…文 정책근간 방어 맡아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9.15 19:14:24

[프라임경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명자가 결국 15일 자진사퇴했다. 창조과학 논란으로 시작해 뉴라이트 논쟁으로 번졌고, 마지막엔 대법원장 인선 문제와 세트로 묶이는 통에 오롯하게 단일 아이템으로 다뤄지지 못하는 수준으로 구겨지기까지 했다. 청와대 스스로 15일 그의 사퇴에 뒤이어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임명 동의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발표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그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사실상 중기 생태계 구축에 적임자인지 검증이 소홀했다는 데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이번 일을 문재인 정부의 '이상한 오기' 정도의 가십성 기억으로 남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감 아웃'이 막바로 '김명수 통과론'으로 차출되는 상황에서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을 중소기업 전문가로 모신 반면에 장관은 한국 벤처의 새로운 아이콘을 찾아서 모시고 싶었다"고 문재인 대통령과 이번 정부의 의중을 소개했다. 그는 "그래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대한민국 새로운 혁신 성장의 엔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험과 열정, 헌신을 가진 분을 찾으려노력 했는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왜 일단 적임으로 생각한 이를 방어하는 데 그렇게 비싼 정국 혼란(여야간 갈등에 뒤이어 심지어 당청 균열까지 확전됨)을 치렀는지 일정 부분 짐작할 수 있다.

'고용악화론' 급부상, 文 정부 '산타클로스 정책' 때문?

고용 상황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근래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공무원 충원 등 무리수는 물론, 사실상 기업 팔비틀기를 하면서 고용이 도저히 늘 분위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쪽에서는 이 같은 통계지표를 예상처럼(혹은 예상보다 빠르게) 문재인식 산타클로스 정책이 역효과를 낸 징표라고 해석하고 있다. 심지어 8·2 부동산 대책이 건설경기 냉각을 불러와 관련 고용을 벌써부터 줄이기 시작했다는 해석론까지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까?

문재인 정부의 고용 및 산업구조 재편 논의가 표면적인 고용통계 논란이나 박성진 자질론에 묻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청와대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는 2674만명.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만2000명 증가했다. 물론 이는 2013년 2월 20만1000명 증가한 이래 가장 낮은 증가폭이라 그 자체를 좋게 볼 수는 없다. 또한, 8월 청년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00명 늘어난 41만7000명이다. 청년 실업률은 9.3%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청년 체감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포인트 늘어난 22.5%다.

청년 중 상당수가 집에서 쉬어야 하는 '헬조선' 상황이라는 탄식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원인 풀이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다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개입한다.

다만 이런 반론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와 반대로 지금 마치 '완전고용'에 가까운 것으로 주목받는 미국 역시 실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아울러 각종 실업체감 관련 지표가 의미하는 바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의 관점 문제다.
   
우선, 지금 8월 취업자 통계는 과거 지표값이 좋아 상대적으로 못생겨 보이는 기저효과를 일정 부분 뒤집어쓰고 있다. 노동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은 금년 고용부진 상황을 "전년동월 기저효과(+39만명)에 기상 악화로 일용직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것이 큰 영향을 줬다"고 본다. 8월 부동산 대책이 벌써부터 악화를 나타내기에는 기간이 너무 적다는 반론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다음은 청년들이 느끼는 고통 문제(청년실업)다. 청년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의 괴리가 생기는 이유나 해법 모색 등에 보수 언론 등에서 인색하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 고심은 간과하고,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지표가 악화됐다는 지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청년 실업률과 청년 체감 실업률 값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데, 이들의 측정에는 우선 '기준'이 다르다. 체감 실업률에는 근로시간이 주당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로 취업을 원하는 근로자를 포함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 등이 포함된다.

8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605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만1000명(0.7%) 늘었다. 이 중 취업준비생은 전년 동월 대비 5만9000명(9.3%) 늘어난 69만5000명. 구직단념자는 1년 전보다 6만2000명(14.7%) 늘어난 48만4000명이다. 특히 주목할 요소다. 큰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쉰 사람을 뜻하는 인구 규모가 청년층에서 가장 크게 늘었다. 청년층에서 일명 '쉬었음인구'는 29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1000명(20.8%) 증가했다.

간단히 말하면 눈높이에 안 맞는 자리에 짐짝처럼 밀어넣거나 욱여넣는 게 정답이 아닌 한, 이런 실망으로 인한 쉬었음인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빠지면, '미국처럼 지표는 좋아보이는데 뭔가 이상한'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미국은 지금 완전고용이라고? 물가 지표 등 이상하다 '경고'

지금 신규 실업수당 신청 규모 등을 들며 미국 경제 사정이 사상 최고 수준을 구가한다는 풀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고용의 질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최근 3개월간 실업률은 4.3~4.4%로 낮은 수준이지만, 불완전 취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에 가까운 'U6실업률'은 최근 3개월 동안 8.6%를 기록했다. 지난 5월의 8.4%보다 상승했다는 위기 신호가 눈여겨 볼 만 하다. 또한 8월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34.4시간으로 전달에 비해 0.1시간 늘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1월의 34.6시간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구직자에 대한 풀타임 일자리 제공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8월중 25~54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81.6%로 리먼 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 12월의 83.1%를 밑돌고 있다. 개선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대형 위기 이전 사정에 머물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한 부분이다.

아울러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미국 연간 임금 상승 약세는 저임금 일자리 비중 확대 때문"이라고 지난 8월 초 분석하기도 했다.

저임금과 근로시간 감소 등으로 일자리 나눠먹기, 혹은 하석상대 현상을 빚고 있으며 완전히 높은 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입은 완전고용으로 볼 수는 없다는 반론에 근거로 쓰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사정은 왜 문제가 될까? 다소 낮은 수준의 고용이라도 많이 완벽하게 보장되면 눈높이 타령을 하며 집에서 쉬는 사람이 많은 것보다는 나은 경제 사정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고용이 소비와 경제 진작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미비한 겉보기만 좋은 상황에 머문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 당국의 물가가 낮아서 걱정인 사태로 이어진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실업률은 4.3%(5월)까지 떨어지는 등 겉보기에는 대단히 좋다. 이런 고용 사정은 소비 촉진으로 이어져 물가 관련 지수의 부양을 가져온다는 게 경제학적 상식이다. 그런데 미국 물가는 딴판이라는 경고 징후가 포착된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작년과 비교해 1.5% 상승에 그치고, 선행지표 성격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1.6%로 더 떨어진 바 있다. 대단히 많은 돈을 풀어 완전고용에 가까운 회복 모양새를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 미국으로서는, 좋지 않은 내실인 셈이다.

물론 우리도 물가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물가지수 목표치에 계속 밑돈다는 신호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과 금융, 상품시장에서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자원배분 효율성을 제고하면 저성장과 일본식 장기침체(일명 '잃어버린 10년')을 피할 수 있다는 처방전도 유력하다.

한국 청년들이 유독 자신의 객관적 노동 값어치 눈이 높은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저임금 일자리를 불완전하게 나누는 미국식 고용 해법은 해법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이미 그 약효 자체에 의구심이 빨리 제기되는 만큼 일종의 대증요법으로 검토하면 몰라도 우리가 본질적인 치료요법으로 인식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다시 중소벤처기업부 논의로 돌아온다. '박성진 공방전'으로 모양이 우스워지기는 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고심과 집착은 그래서 유효하다. 다만 문제는, 적재적소의 인재를 다시 장관 후보자로 불러다 놓는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요소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야간 정쟁은 작은 부분이고 오히려 '문재인 정책=고용 악화'라며 고용지표를 바라보는 해석론이 큰 문제가 될 전망이다. 그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고용로드맵' 전반에 대한 비판 돌파는 통계나 고용부 쪽이 아니라 중소벤처부 인선 논의에 다시 시작할 필요가 제기된다. 결국 '인사가 만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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