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이 1심 문턱을 넘어섰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기아차 측이 근로자들에게 추가 지급할 금액을 원금과 이자 등 총 4223억원으로 판단했다.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중 115곳에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가 노동 소송 전문재판부라는 점은 특히 의미가 크다. 대법원이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칙 판단에 아직 100% 명확한 기준을 세워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신의칙 관련 판단이 노동계의 바람대로 쾌속항진을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들어간다고 인정됨으로써 기본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유익해진다. 통상임금은 쉽게 말해 근로자가 늘상 받는 임금이라는 뜻으로, 핵심은 연장근무 등 각종 가산수당을 정하는 산정 기준이 된다는 데 있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늘어나면 수당을 더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상여금은 본래적 의미의 '보너스'가 아니라, 기본급 인상 대신 '적당한 명목으로' 전체 수령액을 맞춰주는 의미가 크다. 따라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여지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일하는 시간 줄이면 재계 부담 없다?
수당 등 인상 가능성을 내포한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이슈를 재계가 반길 리 없다. 부담 증대를 호소하는 것.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산업계 전체로 최대 4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역시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와 부품사에서만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통상임금이 곧 수당의 문제 더 나아가 노동시간의 문제라는 점에서 재계의 엄살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예를 들어, 법원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늘려주는 쪽으로 결론을 짓더라도 연장근무, 야간근무 없이 법대로 규정된 시간만 일하고, 또 근로자가 각자 연차휴가 등을 모두 쓴다면 회사에 큰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고, 노동 및 사회 구조 운영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최종 지향점이어야 한다는 이상에 비춰볼 때도 그렇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우선 당장 재계가 느끼는 부담이 기본급에 상여금을 모두 합산해 버리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금아리무진 사례가 실제로 그렇게 진행된 바 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느냐는 논란에서 갑을오토텍 사건이 많이 회자된다(2013년 연말 대법원이 판결이 나옴). 다만 이에 앞서 버스기사들의 수당 관련 투쟁인 금아리무진 사건이 시금석이 된 바 있다. 문제는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기사들의 손을 들어준 이래 전개 과정이 친노동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법원 판결 후 사건을 돌려받은(파기환송) 대구고등법원에서는 조정을 통해 일을 원만히 매듭지었다. 그러나, 조정 타결 후 회사가 정기 상여금을 폐지하고 이를 기본급으로 합치면서 호봉 계단을 더 잘게 쪼개 기본급의 큰 폭 인상 가능성을 봉쇄하는 등 다른 조치가 함께 단행됐다. 2013년 7월 한 주간지는 이 회사 후속취재 기사에서, 대법원 판단 기준을 적용할 때 190만원이 오를 것으로 기대된 기간에 실제로는 근로자가 120만원 남짓 급여가 느는 데 그쳤다면서 사실상 오른 게 아니라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들어간다며 수당도 이를 기반으로 더 올라야 함을 확인하고, 실제로 이를 주기로 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것도 본래 수당 등이 센 대기업 등에 유리한 것이지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 등에서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판결문을 받아들어도 '더 이상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합의로 끝내고, 그 다음에는 문제의 소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조삼모사'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금아리무진 '빛좋은 개살구'…근로시간 축소와 화학적 결합 '아찔'
이런 상황에 정치권의 근로시간 논쟁을 겹쳐 보지 않을 수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문제를 놓고 논의를 진행한 바 있으나, 결국 이 공은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왜 이런 논쟁이 좀처럼 풀 수 없는 난제로 남아있을까? 물론 근로기준법은 1일 근로시간을 8시간씩 40시간으로 제한하는 대신 연장근로를 매주 12시간씩 허용하고 있다. 명쾌해 보인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상, 1주일에서 토·일요일(휴일)을 제외한 5일을 근로의무가 있는 날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는 토·일요일 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가 허용된다.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그래서 52시간이 아닌 68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으로 굳어졌다.
당연히 민주노총 등은 이에 반발해 왔다. 1주라는 단위를 7일로 보자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개입은 바로 이 1주의 5일 vs 7일 논쟁에 종지부를 찍자는 것이다. 진보적 정치인들은 7일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려고 하지만, 보수적인 정치권 인사들 및 정당에서는 상황 변화에 긍정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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