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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25주년 체감온도 '최악'…文 중국 해법은?

미·러 협력 모색에도 '만만디 베이징' 변화 없으면 핵 타결 요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8.24 09:24:51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및 동남아 방문 등 하반기 다양한 외교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 중국과의 최고위층 대화 가능성은 요원해 눈길을 끈다.

24일로 한 ·중 양국은 수교 25주년을 맞았지만 양측 관계가 불편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로 베이징과의 수교 물꼬를 튼 이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북핵 대화해결 합의를 도출시키는 데 중국의 협력을 받았다. 이후 정부들도 '협력 동반자관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등 우호를 확인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초기만 해도 관계가 좋았지만 사드 문제로 냉각된 기류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다음 달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 기회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정치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우호관계를 보다 돈독히 다질 예정이다. 북핵 등 현안 관련 대화가 포함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러시아에 쏠리는 중재 기대감, 효과는?

북핵 처리를 위해 대중 외교, 대러시아 외교 등 카드를 사용하지만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사진은 비 오는 청와대 경내를 걸으며 사색 중인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도 러시아를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대화 메신저로 활용하는 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 모호하고 굼뜬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지연 전술'에 질린 미국과 북한 모두 러시아에 중재를 부탁하고 있다고 15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북한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 태도를 존중한다"며 돌연 유화 제스처를 취한 점은 러시아의 도움이 빠른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유에서 이 발언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원인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관계 개선의 더딘 상황 즉 러시아가 나서도 일이 빨리 풀리지 않는 점에 지쳐 자체적인 타진 노력 필요가 높아진 때문으로 볼 여지는 있다. 

◆몸값 경쟁? 대화 물꼬 기회 잡을지 관건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완전히 잠그지 않는 점은 사드 등 자국 이익 처리에 북한 카드를 이용하는 문제 때문. 이 점이 이전의 혈맹 신뢰는 이미 깨지고 북한과 불편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북한을 완전히 팽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의뭉스러움으로 일관하는 게 과연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될지 중국 내부 식자층 사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야욕을 냉각시킬 중국의 수단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에 대한 마지막 압박 수단은 석유 수출 중단이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그는 짚었다.

미국이 압력과 협력 요청 온냉 양면 전략을 쓰는 상황에, 어느 시점에 어떤 정도에서 스스로가 쥔 대북 석유 수출 중단 카드를 내려놓을지 중국도 '출구전략'을 짜기는 짜야 한다는 내부 고심이 깊어지는 셈이다. 요약하면 중국이 러시아와 몸값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미국 재무부는 22일 북한과 불법 거래에 관련됐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10개 단체와 개인 6명을 지목, 금융 제재를 발동했다. 주목할 점은 여기서 중국이 석유 수출을 줄이는 통에 러시아의 위상이 커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석유 공급을 일부 줄이자 싱가포르 회사를 내세워 러시아로부터 석유 제품 등을 사들이고, 그 매매량이 과거 대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와 중국의 협상력과 중요성은 서로 반비례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도 막지 못하고 미국의 무역 보복 곤봉에 매만 맞기 시작하는 최악의 상황 전 '가장 좋은 협상 조건'을 중국이 찾기 시작할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고심과 대응 지점은 여기에 있다. 이런 협상 흐름이 철저히 강대국 간 밀고 당기기로 한국은 안중에 없이(코리아 패싱) 이뤄지지 않도록 틈새시장 개척을 해야 하는 것.

이번에 러시아와 정상 간 대화를 추진한다는 점만 해도 그렇다. 중국에 사드 협력 등 대화를 한국과도 시작해야 한다는 자극을 줄지, 한국마저 베이징에 압력을 행사하려 든다는 불쾌감으로만 받아들여질지 양면의 칼인 셈이다.

이런 많은 고려 대상을 모두 충족하는 것, 적어도 노력을 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중국 측에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수교 25주년 한중관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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