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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세제실 '아이코스 접근법' 文 정부 전체 과세 철학과 '엇박자'

정부 내에서도 이견 존재…조세부담률 개념 고려해도 소극적 과세론 문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8.21 18:09:41

[프라임경제] 찌는 담배, 일명 궐련형 전자담배가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필립모리스가 지난 6월 '아이코스(IQOS)'를 출시, 흡연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달 10일에는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도 '글로(glo)'를 선보이는 등 유사 시장 크기가 확장되고 있다.

시판 중인 아이코스는 담뱃잎 고형물을 넣어 찌는 방식으로 세제 논란을 낳고 있다. ⓒ 프라임경제

그러나 호사다마일까? 이 유형의 제품을 놓고 '과세 형평성 논란'이 있다.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일단 해외에서 담뱃잎 고형물을 들여올 때는 관세법상 '파이프담배'로 본다는 것. 아울러 국내 시판 상태에서는 지방세법상 담배소비세 g당 88원, 건강증진부담금 g당 73원의 세금이 매겨진다. 이는 일반담배(궐련)보다 훨씬 낮은 '전자담배 세율'을 적용한 결과다. 또한 국세의 경우 정부가 일단  '파이프담배'에 준해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어느 모로 보나 일반담배보다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며, 심지어 항목에 따라서는 기존 전자담배 대비로도 더 낮게 매겨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파이프담배는 과세율이 가장 낮은 물건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관련 법이 다양하고, 그 관할 부처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입법 작업을 할 때 일관된 처리 없이 개별적 손질을 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법안 처리 상황에 따라 적용할 항목이 마땅찮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일반담배(궐련) 수준 과세 불가피 vs 파이프담배 엇박자 접근, 왜?  

현재 찌는 담배에 대해 장차적으로 일반담배 수준의 과세가 필요하다는 적극적 의견을 갖고 있는 부처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국고국 쪽은 궐련 수준의 과세 논의에 긍정적이고 기재부 세제실은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찌는 담배에 대한 소극적 과세 논의는 현행법의 문언적 규정에 일단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기반으로, 기존 전자담배나 일반담배 등 대비 유해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등에 주목하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담배소비세 제1개별소비세법 제1조 제2항 규정의 전자담배 정의에는 찌는 담배까지 포함해 해석하기에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같은 법 제1조 제8항이나 제9항에서 '물품의 형태·용도·성질이나 그 밖의 중요한 특성'을 주목하고 '특성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주된 용도로 사용되는 물품으로 취급하고, 주된 용도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물품으로 취급'하도록 하는 등 합목적적 해석이 가능하다. 

적극론과 소극론 싸움? '과세 공평화' 접근 필요

이는 세금 관련 사고방식이나 철학이 깔린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소극적 해석이나 적극적 해석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문제다.

다만 정책 일관성 등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맞는 판단이나 해석론이 무엇이냐를 논쟁할 필요는 있다. 아울러 현재 정부 정책 기조와 함께 살펴볼 때 어느 쪽이 합리적이냐는 식으로 판단해 볼 수도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는 저과세-저복지 상황에서 중과세-중복지 혹은 그 이상으로 복지를 늘리는 쪽으로 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과세 대비 전혀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 복지 지출을 더 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기재부 내에서도 찌는 담배 과세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동연 부총리는 공평과세론에서 전체 과세 기조를 갖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이슈를 둘러싼 의견들 중 적극 과세론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진은 국회에 출석한 김동연 부총리. ⓒ 뉴스1

이에 따라 대선 정국에서부터 많이 거론돼온 '공평과세' 개념이 중요한 판단과 정책 기준으로 중요성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무턱대고 세금 부담을 늘려 복지 잔치, '산타클로스 복지'를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도, 담세 능력이나 전체적인 과세 필요성, 정당성 등 가치 판단에 따른 조치나 정책 기조를 펴 나가는 핀셋 증세 작업이 절실하다는 것. 

부동산 보유세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공평 과세나 소득 재분배라든지, 더 추가적인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증세 개념을 꺼내는 데에는 신중하지만, 공평과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조세가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하도록 여러 노력을 많이 하는데 (아직)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조세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공정성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기본 입장을 피력했다.

조세부담률 등 고려해도 적극론 힘 실릴 듯

사정이 이렇고 보면, 기존 일반담배 내지 전자담배 대비 옆 사람에게 연기나 냄새 피해를 덜 주느냐의 접근은 공평과세론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OECD 대비 낮은 편이라 담배 과세 등 다양한 방법 구사에 여유가 높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역사적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죄악세'이며, 이 같은 기준으로 볼 때 고형물을 갈고 재를 처리하는 등 방식을 택하는 찌는 담배는 오히려 가장 일반담배에 가까운 물품이다.

찌는 담배와 소모품의 판매가가 적은 세금 부담에도 왜 지금처럼 높게 책정돼 있는지 이익 착복 논란도 일찍부터 제기돼왔다. 따라서 찌는 담배에 지금처럼 소극적 과세를 하자는 견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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