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오는 22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에 따라 재협상 논의 과정에서 양국이 어떤 줄다리기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특별회기는 지난달 13일 미국이 제안해 온 데 따른 것으로, 미국측 제안 이후 약 1개월 만에 결정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측에 대응할 카운터파트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시간을 번 끝에, 날짜를 잡은 것. 우리 측의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은 지난 달 4일 김현종 본부장이 임명됨으로써 해소됐다.
◆양측, 치열한 기싸움 벌일 듯
장소는 미국이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해 서울에서 열기로 결정됐다. 다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가 방한하지 않고, 우리 측 김 본부장과 영상회의를 한 뒤 추가 고위급 대면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태평양을 건너오지 않는 이유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논의 등 다른 현안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이 모종의 기싸움을 벌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미국이 그만큼 긴박하게 전방위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여러 전략전술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치고 있는 징표로도 읽을 수 있다.
우리 측의 김 본부장은 4일 임명된 지 약 보름만에 회의에 나서게 되지만, 이미 양국간 FTA 탄생의 산증인으로 전력 구성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법률국 수석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고 참여정부 통상정책의 키잡이이자 한·미 FTA 체결 항로 전반을 경험한 바 있다.
이미 우리 측에서는 상당한 내용 검토 끝에 당당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상무부 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한·미 FTA는 양국에 호혜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미 FTA 체결 이후 세계 교역량이 12% 줄었는데, 2011∼2016년 5년간 한미 교역량은 오히려 12% 늘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관된 억지를 논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는 서 있는 셈. 이에 따라 실제 각 영역에서 손실을 줄일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에도 양국간 FTA가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각하는 외에 역공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측이 무역 적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면, 우리는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하는 대미 적자 부문에 대한 고민을 공세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억지부리는 미국…북핵 등 통상정책 외 요소가 관건?
미국이 글로벌 경제 침체 상황,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쏟아지는 비판 등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 강한 미국, 미국 우선주의 목소리를 내는 카드를 쓰는 상황이기 때문에 논리적 협상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우리 측에 유리한 전개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 밖의 협상력 문제, 즉 기울어진 테이블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 등 전략자산 확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북한이 괌에 대한 미사일 포위 타격을 철회하면서 긴장감은 다소 누그러진 상황이지만, 북한이 동아시아의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묵은 과제 외에 태평양 전략 전반에 방해꾼으로 위상이 높아진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스티브 베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언론 인터뷰 중에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도록 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외교적 협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상황의 기본적 전제 변화에 따른 미국의 고심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물론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베이징 방문 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는 불가능한 옵션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는 등 한반도 내 미국의 군사 전략이 일시에 방향을 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이런 모든 요소를 트럼프 행정부가 이용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문제다. 상대방을 압박하는 데 능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발언 등으로 쇼맨십의 한계 범위에 한반도 주둔 미군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바 있다. 주한미군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재래식 무기 전력은 북한 대비 약 80% 수준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 등 다양한 외교안보의 상수를 경제통상(FTA)에 끌어들이지 않을지, 이런 모든 점을 변수로 활용하는 미국 우선주의(자국 이기주의)를 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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