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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있나" 고개 숙인 박기영, 고개 드는 '과기혁신 예산권'

사퇴 여론에도 靑 적극적 엄호…R&D 자금줄 힘 실어주기 포석 해석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8.11 10:00:45

[프라임경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대한 청와대 엄호가 눈길을 끈다. 황우석 박사 연구조작 논란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에도 청와대의 인사배경 관련 브리핑을 통해 신임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 개인으로서는 황우석 사태 책임에 대해 사과했지만, 인사 문제에 결부짓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강한 입장 표명이 더해져 '박기영 발탁의 큰 그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저녁 브리핑에서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밝히면서도 "과가 적지 않지만 과기혁신본부에 적임"이라는 인물평을 강조했다.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일을 매듭짓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변인은 박 본부장이 황우석 사태 더 크게는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 분야 국가경쟁력에 과오 못지 않게 공로도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금 궁색한 표현이지만 "과기혁신본부장은 그가 오래 전에 했던 과기본부장과 같은 급의 직책이고 더 나은 자리도 아니라는 점을 또 고려했다"고도 덧붙였다.

'영전'은 아니고 백의종군을 마쳤으니 다시 '복직'시켜 쓰겠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왜 박 본부장에게 청와대가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일까?

박 본부장은 연세대에서 학·석·박사를 모두 마친 교수 출신 인사다. 그러나 2002 ~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위원을 지내면서 현재 정치권과 맺은 인연이 이채롭다.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본부장까지 오른 바 있다. 참여정부의 과학기술 전략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더러 '상징'으로서도 그만한 사람이 드물다는 뜻이다. 

박 대변인의 10일자 설명에서도 그런 위상과 그에 따른 신임이 읽힌다. 박 대변인은 과학기술본부의 역할과 관련해 "새 정부가 신설한 과기혁신본부는 참여정부 후반에 과기부에 설치했던 과기혁신본부가 그 모델"이라며 "그때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R&D(연구개발) 예산 배분이 경제 부처로부터 독립해 과기계 중심, 연구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판단으로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면서 과기혁신본부를 신설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지금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부총리의 위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과기혁신본부가 충분한 위상과 힘을 가지고 역할을 다하게 하는 것은 새 정부의 큰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단순히 그 전에 일하던 자리로 불러들여 잠시 멈췄던 사업이나 구상에 재시동을 걸라는 이상의 중책을 부여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역할은 엄연히 '부총리급 상관'을 보좌해 R&D 자금의 효과적이고 독립적인 흐름을 돕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에 못한 위상의 과기정통부 장관을 대신해 일선에서 과학기술 부문의 자금 역량과 권한 전반을 놓고 파워게임을 해야 하는 자리다. 

엄연히 새 구상을 집행하는 참모에서 일선 부대장으로 방점이 다시 찍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과학기술 역량의 골든타임을 많이 허비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조급증마저 읽히는 강한 힘실어주기로 이번 인사를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원로 과학기술 고위 관계자들의 시각도 이 '예산 전쟁'에 꽂혀있다. 10일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채영복 전 과기부 장관은 "기획재정부에서 과기혁신본부로 예산권한을 가져오는 게 쉽지 않겠지만 힘을 발휘해야 한다"며 "황우석 사태 관련, 언론의 관심이 많은데 사죄하는 기회를 갖고 앞으로 업무를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박기영 인사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박 본부장 임명 적절성 논란이 문제가 아니라 R&D 예산권의 향후 방향 전쟁이 곧 치열할 것임을 시사하는 관록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일은 쉽지 않다. 우선 기재부에서 자금줄을 놓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박근혜 정부만 해도 과기정통부의 전신인 맘모스 조직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면서도, 그 주요 보직인 미래부 1차관은 기재부 출신들에게 내준 바 있다.

특히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현재 예산 절약 문제로 이른바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들이 앉아있는 부처와 힘겨루기를 할 태세다. 실세 부처와 전통적 권력 부처인 기재부간 의견 조율도 눈길을 끄는 요소지만, 그 와중에서 본부장 직함을 달고 국가 미래를 그려야 할 박 본부장의 행보도 흥미롭다. 단순한 예산권한의 향배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와중에 과학기술 미래 전반의 물꼬 관리를 누가 하냐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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