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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쓰나미' 1·2차 진료기관 새 역할 부여 어떻게?

대개혁 와중 부담 가능성…영국 NHS나 일본 DPC ·대만 전민건강법 참고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8.10 16:07:25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의료 체제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보장성 강화 추진 국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예비급여제도 도입을 통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그리고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을 통한 신규 비급여 발생 차단 이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의료계에서는 △수가 현실화(적정수가 보장) 목소리를 한층 더 높일 전망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나 지출 부담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는 데 의견이 없다. 아울러 지출 부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와중에 의료계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역시 높다. 정부에서는 1차 의료기관과 지역거점병원의 역량 강화를 지원해 불필요한 대형병원 이용을 줄이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강구해 불필요한 지출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교통정리가 이뤄지기 전에 당장 경영상 어려움이 닥치고, 작은 병원들부터 차례로 고사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 접근성 개선' 첨병이지만…재정 어렵고 역할 한정

병원에는 여러 규모가 존재한다. 30병상이 안 되는 '의원'급을 1차 의료기관으로 보며, 30병상 이상 100병상 미만인 '병원'(속칭 '준종합'), 7개 진료과목 이상으로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9개 과목 이상으로 300병상 초과 500병상 미만인 '종합병원'이 있다(2차 의료기관). 500병상을 넘는 '상급종합병원'이 3차 의료기관으로 불린다.

의료자원통계핸드북2014년판의 병원 통계.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겉으로 병원(준종합) 내지 종합병원으로 불릴 때는 거창하지만, 사실상 중소병원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병원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파악한 2016년 현재 중소병원 도산율은 평균 7% 수준이다(종합병원 2.29%, 병원 7.63%, 요양병원 7.33%).  

그렇다면 의료수익성은 어떨까. 2015년도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100병상 당 의료수익은 241억원인 반면, 중소병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100병상 당 의료수익은 129억원이지만, 160~300병상 종합병원의 경우 86억원으로 떨어지며, 160병상 미만인 종합병원은 10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은 1.4%인 반면 16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의 경우 -2.2%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정부 구상대로 비급여를 모두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하면 의원급은 물론 중소병원도 줄도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여기서 나온다. 국내 건강보험 진료비의 원가 보전율은 70% 정도다. 진찰료, 입원료 등 기본 진료 원가 보전율은 50%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료기관들은 그동안 이런 부족분을 비급여라는 변칙을 활용, 메워왔다. 그런데 비급여 활용 관행이 사라지면서 중소병원은 살림이 어려워지고, 아예 상당수 동네 의원은 대형병원 등으로 환자를 대거 뺏기는 현상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병상 미만 중소병원 위주의 우리나라 병원 현실에 대해 "의료 접근성 개선에는 기여했으나 결과(국민 건강)을 개선했는지는 의문"이라는 평(박수경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지역간 병상 공급과 입원 이용·사망률의 관계' 연구보고,2016년 6월) 같은 비판도 있지만, 그렇다고 경제적 측면에서 이들을 모두 고사하도록 방치하는 게 정당하지는 않다.

◆'개미 군단' 작은 민간 병원 역할 강화 필요

1, 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후 진료의뢰서(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받아야 3차 의료기관 이용이 가능하지만, 건강검진 결과통보서가 진료의뢰서로 사실상 활용된다든지, 일단 상급 병원을 이용하기 시작한 만성환자는 다시 동네 의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등 현실적 구멍이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의료전달체계'가 유명무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1,2차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찾지 못해왔다는 지적이다.

바꿔 말하면 정부의 역할 조율에서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이나 개선 필요성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1차 및 2차 의료기관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문재인케어 추진 국면에서 이들의 새 역할 부여와 확대를 모색할 필요가 제기된다. 특히 현재 구멍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을 필요도 높다. ⓒ 뉴스1

예를 들어 사회민주주의적 무상의료시스템(NHS)을 갖고 있는 영국은 △병원의 95% 국가 소유 △정부 일방재정에서 의료비 사용 등 체계를 갖는다. 따라서 대단위 개혁을 정부 재정 부담으로 시도한다고 해도 반발이나 파장을 고려할 의무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병원의 90% 가까이가 민간 시설이고, 사회보험제도를 재정 체계로 갖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문재인케어처럼 큰 개편의 여파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존재한다. 그렇잖아도 녹록찮은 재정 상황에서, 새 부담을 선 병원이나 의원들이 모두 감수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가 '2014 의료개혁 대토론회'에서 거론한 것처럼, 영국 NHS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궁극적으로는 어울릴 수 없더라도 영국의 '주치의 제도'는 따로 수입해 볼만 하다.

영국 NHS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바탕이 일선 개원의들이 NHS와 계약해 환자를 1차적으로 관리하는 주치의 제도에 있다. 물론 영국 제도가 긴 대기 시간 등 약점을 노출한 바 있지만 1차 진료, 만성진료, 노인환자 진료를 위해 필요하고 상위 의료기관에 불필요한 부담이 걸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크다.

◆영국, 대만, 일본 등도 의료전달체계 강조 '채찍과 당근'

특히나 촘촘하게 깔려있는 우리나라 병·의원을 활용하면 주치의 제도의 장점이 더 높은 효과를 낼 여지도 크다.

오직 상급 병원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의존하는 의료전달체계의 유명무실 상황을 손질할 당근과 채찍의 활용 필요도 높다.

병·의원간 환자 회송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는 경우 병 ·의원으로 돌려보내면 인센티브를 주는 시범사업안이 추진됐고 지난 6월 확대안이 나온 바도 있는데 큰 변화 와중에 사장되는 일 없이 신경써서 관리할 필요가 제기된다.

대만의 경우 2013년부터 전민건강보험법으로 기존 제도의 업그레이드를 도모했는데, 이때 본인부담제도와 의뢰제도를 연결한 바 있다. 의원을 건너뛰고 병원급부터 이용하는 경우 본인부담금을 높임으로써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도록 압박 방식을 사용했다. 과도하게 여러 의료기관을 사용하는 보험 가입자의 남용 행위(이른바 '의료쇼핑')에 대해서는 보험급여 적용을 아예 배제하도록 했다(전민건강보험법 제53조).

일본의 진단군뷴류제(DPC) 역시 진료소와 200병상 미만의 병원에 '외래관리 가산(점)'과 '계속관리 가산'을 둔다. 외래관리가산은 만성동통질환관리, 초음파검사, 뇌파검사, 내시경검사 등의 검사, 재활치료, 수술 등을 하지 않고 계획적인 의학관리를 하는 경우 점수를 가산하는 것이다. 계속관리가산은 치료계획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재진을 한 경우에 월 1회에 한해 점수를 가산하는 것을 말한다.

지불보상제도를 개편하는 데에는 단순히 비용절약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비용이 들더라도 국민의 건강 목표를 달성하도록 구상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국회예산정책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소요 측정 및 지불보상체제·수가계약방식의 개선 방안', 2013년). 그런 점에서 개인 의사들이 운영하는 의원, 병원급의 희생을 최소화하도록 배려하고 대신 이를 활용하는 안을 문재인케어에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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