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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하는 미국 덕에…한국 수출 '새우등' 신세

미-중 갈등 잦아들었지만 경제 '코리아패싱'도 문제…체질과 위상 변화 필요성 높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8.07 10:23:58

[프라임경제] 미국과 중간 사이의 무역 전쟁 가능성이 일단 수면 아래로 숨어들었다. 중국이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보복 조치가 유예 국면으로 접어든 것. 

5일(이하 모두 각 현지시간) 대북 제재안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 감사를 표했다"는 성명을 내놨다.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해빙 기류가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 직전 살짝 비껴선 것이지, 언제든 다시 입장 차이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우선 표면적 이슈인 북한 처리 문제만 하더라도, 동북아 맹주인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사이좋게 공존하기에는 전체적인 글로벌 경제 여건이 아직 좋지 않다. 패권주의와 보호무역의 시대에 찾아온 잠시 동안의 평화에 불과하다는 것.

경제전쟁에서도 '코리아 패싱'할 여지

우선 대북 제재안이 채택되기는 했지만, 양측간 입장 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UN 주재 미국 대사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한 상황에서 중국은 오히려 "한국 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등 제재안 채택 전까지 양국은 서로 갈등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인 바 있다. 미국과 중국간 밀월관계 형성으로 현재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나온 중국측 입장 역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와 관련, "한·중 관계에 찬물" "과거 (한국의) 잘못된 행동" 등 수위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즉 현재 상황은 미국이 가진 힘의 우위에 중국측이 잠시 숙이는 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보기 모호한 구석이 많다. 잠시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해 오월동주 상황이 연출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 결국 다른 문제는 미봉책으로 덮어놓은 상황이다. 사드 문제만 해도 미국에 직접 불만을 전달할 정도인 상황까지 갔고, 공식적으로 이를 철회·변경하는 등 태도 변화를 할 이유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국을 상대로 여과없이 공세적 발언을 내놓은 것이 이런 맥락을 방증한다.

문제는 외교상 지속되고 있는 이런 '코리아 패싱' 상황이 경제 국면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다. G2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이라는 대단히 불쾌하고 통제되지 않는 위험에 직면해 체면 손상을 거듭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고, 우리가 미국의 확고한 경제적 우방 자리를 굳히지 못하는 상황을 중국이 인지하는 상황은 경제 전쟁에서의 코리아 패싱 반복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301조 사용 검토 등 무역 보복 등으로 서로 갈등할 가능성이 불거지고, 이것이 잠시 수면 아래로 숨는 숨돌리기 국면에 들어갔지만, 전체 그림에서 다른 나라를 배려할 여유까지 미국이나 중국이 되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숨었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상회담 장면. ⓒ 뉴스1

미국이 보호무역 빗장을 걸고, 중국 역시 현재와 같은 비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 사이에 낀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

굳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미 흑자가 대폭 쪼그라들 가능성이 당장 목전에 닥쳐 있는 등 대미 무역 여건이 좋지 않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7월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96억5000만달러다. 지난해 동기 대비 35.6% 줄었다(감소액 53억달러 상회). 자동차와 모바일의 미국 시장이 정체돼 있고, 미국산 반도체 장비와 항공기 및 그 부품, 액화석유가스(LPG) 등 에너지 수입은 늘어났다는 점은 우리가 원자재는 물론 고급 부가가치 기술력에서 열위에 있기 때문에 얼마든 보호무역주의 갈등에서 협상력 0 국면으로 언제든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 수출문 닫히고 대미 무역 기조도 신통찮아

이런 우리의 체질 상황은 중국과의 문제에서도 다시 드러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4일 나온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는 대중 무역수지 흑자 감소 추세를 여실히 나타낸다. 1993년 12억달러에서 2013년 628억달러까지 계속 늘던 흑자 규모는  지난해 375억달러로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여러 원인이 작용하고 있겠으나, 중국이 2000년대 후반부터 내수 중심 성장전략을 추진하며 자본재·중간재를 중심으로 수입품 대신 자국산을 쓰도록 압박하는 게 중간재 수출로 재미를 봐 온 한국에 흑자 축소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전지, 자동차 부품 등 수출에서 현지 조달 방침을 뚫을 만한 확고한 기술력 우위가 약하고, 중국측의 새로운 수입 수요인 항공기 부품, 산업용 로봇 영역이나 바이오 부문에서도 아직 존재감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와 항공 등 차세대 주도 기술력 강화 필요가 높으나, 미국의 무역 기조 변덕이 이 준비 시간을 뺏을 위험이 제기된다. 사진은 한국 이통사에서 개발한 '세계 최소형 양자난수생성 칩'.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음. ⓒ SK텔레콤

이런 사정이고 보니, 중국의 니즈에 대응할 새로운 중간재 수출 국가로 수정 포지셔닝을 도모하는 데 시간을 벌 필요가 제기된다. 하지만 이 와중에 미국발 경제 전쟁이 불거질 경우 골든타임을 모두 날릴 위험성이 높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실제로 심지에 불이 당겨질 경우, 그 최종 여파가 우리의 재둥 중간재 수출 타격이라는 형식으로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국의 대중 수출이 중간대 수출 및 가공무역 의존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때, 우리 기업들 역시 중간재 수요 감소 피해를 간접적으로 입는다. 따라서 이때 한국의 총수출도 0.25%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중국이 감정적으로 대응한 결과물인 '한한령'보다 전반적인 수출 패턴 변화가 더 두렵다는 것. 문제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 가능성은 우리가 이에 대응할 준비 운동 시간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초강력변수라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와중에서 코리아 패싱이 일상화되지 않도록 극복할 필요성은 동북아 외교 지형의 자존심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생존 문제까지 걸린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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