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양방과 한방 간 영역 싸움이 치열하다. 한의사들이 점차 늘면서 안정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되던 시절도 이미 저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의료인 본연의 역할에 매진하기 보다는 블루오션(?) 개척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여드름 치료에 탁월한 비방을 찾는 데 주력하거나, 탈모 시장에 힘을 쏟기도 하는, 일명 '돈이 되는 시장'에 주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암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을 타는 케이스도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환자들의 희망과 입소문을 먹고 크는 시장에 편승하는 한의학 종사자들이 하나씩 둘씩 늘고 있는 셈이다. 한의학이나 한의사가 웰빙 의료시장의 전도사로 변질될 우려를 안고 있지만 눈 딱 감고 좀 '과장된 포장'을 한두번 하면 된다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한연수 한의사는 가평 지역 요양병원에서 유명세를 치러왔다. 최근에는 암 연구 등에 관심을 갖고 책을 집필했다. ⓒ 프라임경제
다만 암이라면 무조건 양방 병원에 치료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다 맡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큰 병원에서 하는 치료만 받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실제 암 환자들이 보면 시야를 넓히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만하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어차피 '암과의 동행'을 염두에 둬야 되는 현대인들이 무시하기 어려운 책인 셈. 저자 한씨에게서 '암에 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는 방법을 들어봤다. 불혹을 바라보는 그는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 요양병원 등에서 활동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노인 환자 등의 암 사례를 다수 접했다. 또 근무 병원 분위기 속에서 양한방 협진의 중요성을 깨달은 오픈 마인드의 소유자다.
- '암 투병 가이드북'은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나?
▲ 우리나라는 아직 암환자분들이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지만 막상 병원 밖에 나오면 그냥 멍하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앞으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까 민간에서 떠도는 얘기, '이거 먹고 완치됐다''저거 하니 좋아졌더라' 같은 얘기에 현혹도 많이 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환자 본인이 현재 암이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면서 그냥 무작정 치료받으면 완치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암이 재발하고 전이되면 대학병원 주치의한테 원망을 품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의사 잘못이라기보단 '원래 그런 것'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보면서 환자들이 어떻게 중심을 잡으면서 투병생활을 하면 좋을까에 대해서 그냥 짧게 짧게 메모식으로 평소에 글을 썼고 이번에 묶은 것이다.
- 한방과 양방에서 암을 다루는 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 대체적으로 보면, 양방은 암세포 자체를 공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실제로 그런 방면에 확실히 강점이 있다.
그런데 한방은 암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개선해서 암의 세력을 줄이는데 조금 더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사람 얼굴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암도 이름만 똑같지 같은 종류 암이라도 사람마다 성질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양방으로 강하게 억눌러야 될 때도 있고 한방으로 부드럽게 관리해야 할 때도 있다. 제대로 하려면 사실 한 명의 의료인이 이 둘을 섞어서 하모니를 잘해야 된다. 그게 진정한 양한방 통합의료다.
- 다른 한방치료 서적과는 다르게 이 책이 강조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

암 치료에 대한 100% 확실한 비법이 없는 시대, 환자 스스로가 줏대를 갖고 주도적으로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연수씨. ⓒ 프라임경제
그래서 요새 한의사들은 그런 부분에 더욱 조심을 하게 되고 신경쓰려고 노력한다. 최근 나온 한방서적들도 보면 그런 베이스를 갖추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다만, 그런 점에 100% 따른 것은 아니다. 이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의학 내용을 담고 있긴 한데 참고문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장르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도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출판을 감행했다.
실제로 암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시야가 많이 넓어야 한다. 근거가 베이스가 되야 하긴 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 역시 확실하다.
'그럴 것 같긴 한데 맞나?' 싶은 내용들도 이 책에는 분명 좀 섞여있을 것이다.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위험하기도 하고 욕먹을 수도 있는 내용도 조금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고 저자가 그런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근거 중심의 현대한의학 서적은 주류로 잘 발전해야 하고, 다만 이 책처럼 또 곁다리로 좀 다른 시각도 보여주고 해서 균형을 잡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 많은 환자들을 만나시면서 특별히 인상 싶었던 경우가 있었다면 소개해 달라.
▲ 암 환자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꼭 의학적인 얘기뿐만이 아니라 그냥 사는 얘기, 속 깊은 얘기도 서로 나누게 되고 그렇다.
어쨌든 인상깊다기보다 제일 가슴에 박히는 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눈 환자들이 돌아가셨단 소식 들을 때다. 저라고 뭐 신도 아닌데 다 좋아지게 할 수는 없다. 그럴 때면 제 자신이 의사하고 장의사하고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늘나라로 가셔서 더 이상 고통 안받고 사실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서글프고 죄송하다.
- 독자들 혹은 이 책을 보고 있을 환자분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 이 책은 후반부까지 우울하고 공포스럽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 구성이다. 희망 일색으로 쓰지 않았다. 그러나 과장하거나 거짓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일단 객관적인 현실이 어떤지 말씀드리고 싶었다. 특정 치료법 소개하면서 기적적인 사례 같은 것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야 홍보도 더 잘 되고 환자분들 입장에서 그게 굉장히 임팩트가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알고 나서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저 자신도 나름 암 관리하는 약도 있고, 비파뜸도 하지만 절대 이걸로 다 된다고 하지 않는다.
완치와 같은 기적은 의료인이 만들어주지 못 한다. 저는 조력자 역할만 해요. 핵심은 환자 스스로 찾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암환자분 각자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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